靑 회담 불참으로 바른정당과 차별화…지방선거 전 ‘보수적통’ 이미지 강화 노려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오는 19일로 예정된 청와대에서의 여야 대표 영수회담에 대해 불참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겨우 정상화된 국회에서 또 다시 잡음이 일어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국회정상화에도 불구하고 오는 19일 청와대에서 열리기로 예정된 영수회담에 불참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표면상으로는 현 정부여당 인사들이 과거 한미FTA에 반대 입장을 내세우며 홍 대표를 몰아붙였던 데 대해 사과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건 채 각을 세우고 있지만 제헌절 경축식 여야 사전환담에도 불참하는 등 의도적 엇박자를 내는 듯한 태도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나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우표 발행 취소 등 일부 사안들까지 문제 삼으며 미래창조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개회소집을 요구해 여당과 충돌을 계속하고 있어 외견상 국회정상화는 됐어도 꼬여버린 정국이 풀릴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 홍준표, 여야 대표회담 ‘불참’으로 어깃장

 
홍준표 대표는 지난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일주일 전부터 대통령께서 귀국하시면 5당 대표회담을 하시겠다고 제의가 왔지만 확답을 하지 않았다”며 “정권 출범 후 첫 대면에서 서로 얼굴을 붉힐 수 없기 때문”이라고 사실상 영수회담 거부 의사를 처음 내비친 바 있다.
 
특히 홍 대표는 “한미 FTA를 두고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에서는 제2의 을사늑약이니 매국노니라고 저를 극렬하게 비난했고 문 대통령은 그 후에도 불공정한 한미FTA 재협상을 주장했다”며 “한미FTA를 통과시킨 저로서는 난감하다. 그래서 저는 이번 청와대 회동은 (FTA와 관련 없는) 원내대표들과 하는 것이 맞다는 역제안을 했다”고 덧붙여 영수회담조차 청와대에서 주도하는 대로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발맞춰 하루 뒤인 15일 오후 한국당에서도 강효상 대변인이 구두 논평을 통해 “현 상황에서 홍 대표는 문 대통령이 제안한 여야 대표 회동 참석을 확실히 거절한 것”이라며 “(홍 대표를 참석하게 하려면) 지난 한미 FTA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청와대를 한층 압박하고 나섰다.
 
이런 지원사격에 힘을 받았는지 홍 대표는 16일 페이스북에선 “국민만 보고 내부 혁신하는 길만이 지금은 가장 중요한 일”이라며 “저들이 아무리 본부중대, 1, 2, 3중대를 데리고 국민 상대로 정치쇼를 벌려도 우리는 우리 갈 길을 간다”고 보다 확실하게 불참 입장을 표명했다.
 
무엇보다 그가 이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 “무너진 한 축을 바로 세우는 길만이 선진 대한민국을 위하는 길”이라고도 강조했다는 점에서 당내 혁신은 물론 탄핵 정국 이후 줄곧 힘을 쓰지 못해온 보수진영을 재건하고 자당이 그 중심에 올라 선도하겠다고 공개 천명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렇듯 앞서 수차례 불참 의사를 표명했음에도 17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신임 당직자 비공개 회의 직후 열린 브리핑에서 강효상 대변인을 통해 또다시 “이런 FTA를 슬쩍 넘어가려는 들러리(회담)에는 참석하지 않는다”며 “한 번 더 5당 대표 회담에 가지 않는다고 분명히 했다. 이것은 원내대표끼리 하는 게 맞다”고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이는 결코 회담 참석을 번복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지만 제1야당이자 현 여당과 대치하는 보수당으로서 끌려 다니지 않고 보수의 목소리를 대변해 나가겠다는 자당 지지층을 향한 우회적 메시지이기도 해 바른정당과 계속되어온 보수적통 경쟁에서도 내년 지방선거 전까지 분명한 우위를 굳히려는 사전포석 차원에서 취하는 행태로 비쳐지고 있다.
 
또 그동안 민주당과의 일대일 구도를 주장해온 홍 대표 입장에선 5당 대표 회담에 참석할 경우 다른 야당들을 일단 인정하며 일대일 구도를 희석시켜 버리는 모양새가 되다 보니 일단 ‘본부중대, 1·2·3 중대’라는 원색적 표현까지 쓰면서 한 자리에 서는 걸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야권, 한국당 불참 태도 한 목소리 비판

 
이 같은 홍 대표의 의도를 간파했는지 여당은 물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정의당 등 회동에 참석키로 한 정당들은 일제히 한국당의 태도에 비판적 반응을 내놨는데, 보수적통 경쟁 중인 바른정당은 16일 즉각 이종철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영수회담을 제안한 대통령에게 당 대표는 못 가겠으니 원내대표들과 만나 얘기하라는 건 좀팽이, 놀부 심보”라고 일침을 가했다.
 
▲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는 홍준표 한국당 대표의 회담 불참 결정을 꼬집어 감정풀이를 하며 토라져 있을 때가 아니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에 그치지 않고 17일엔 YTN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까지 나서서 “대통령께서 국제무대에 나가 정상외교를 하고 돌아온 결과를 국민들에게 설명하겠다는 거니까 당연히 국민의 대표인 당 대표들에게 하는 게 맞다”며 “홍 대표가 와야 한다. 애들도 아니고 감정풀이를 하며 토라져있을 한가한 때가 아니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마찬가지로 정의당 역시 신임 지도부를 이끄는 이정미 대표 역시 같은 날 CBS라디오에 출연한 자리에서 “하루 빨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통의 자리에 나와서 해법을 찾으려는 노력을 보이는 게 공당의 대표로서 적절한 태도”라며 “(다른 야당들을 여당의 1·2·3 중대로 표현한 데 대해) 너무 배배 꼬아서 이 상황을 보는 게 아닌가. 이런 표현은 각 당 대표뿐만 아니라 그 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에 대한 막말”이라고 홍 대표를 거세게 몰아세웠다.
 
아울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이날 박완주 수석대변인 논평을 통해 홍 대표의 불참 방침을 꼬집어 “제1야당의 ‘협치 거부’ 속내가 드러난 것”이라며 “매번 겉으로는 ‘외교안보에 여야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속으로는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고집하는 모습을 어느 국민이 이해할 수 있을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박 대변인은 “한반도 평화구축 및 굵직한 국제적 현안을 다룬 외교대장정의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에 제1야당의 대표가 불참한다면 국민적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며 “자유한국당의 초당적 협조를 기대한다”고 홍 대표에 거듭 회동 참석을 촉구했다.
 
한 발 더 나아가 먼저 회담을 제안했던 청와대에선 아예 홍 대표가 불참해도 회담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강공에 들어간 상황인데, 청와대 관계자는 회동을 이틀 앞둔 17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원대대표 회동은 법률·예산 등 원내 상황을 논의하는 자리고, 당 대표 회동은 외교·안보 분야를 논의하는 자리”라며 홍 대표의 원내대표 회동 제안에 선을 그은 뒤 “다른 당 대표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홍 대표의 불참 결정을 비난했다.
 
다만 청와대에선 전병헌 정무수석을 보내 마지막까지 홍 대표를 설득하는 작업도 이어갔는데, 이 때문에 이날 제헌절 경축식 여야 사전환담에 홍 대표가 참석하지 못한 데 대해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제헌절에 유감이 있다는 대표는 뭐냐, 왜 안 오나”라고 마치 홍 대표의 의도적 불참인양 비아냥하기도 했다.
 
비록 제헌절 기념 본행사에는 홍 대표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이런 오해는 불식됐지만 한국당은 최저임금 인상은 물론 문 대통령의 남북군사당국·적십자회담 동시 제의와 청와대의 민정수석실 캐비닛 문건 공개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안에 걸쳐 일일이 정부여당에 분명히 각을 세움에 따라 모처럼 이뤄진 국회정상화에도 불구하고 향후 순탄한 정국 운영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그 중에서도 정부에서 최우선 사항으로 국회에 협조 요청하고 있는 추경안 처리에 대해 한국당은 공무원 증원 문제 등을 들어 가장 격하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보니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상황인데, 그나마 이날 제헌절을 맞이하여 개헌에 대해선 5당 모두 유일하다시피 추진 필요성에 한 목소리를 냄에 따라 앞으로 개헌을 공통분모 삼아 그간의 꽉 막힌 정국 상황을 차차 풀어나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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