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개선에 기업가치 상승 중에 블록딜 암초만나

▲ 16일 업계에 따르면 일단 산업은행은 8월 중순 대우건설 반기보고서가 나오면 매각 공고를 내고 매각에 나선다는 방침을 정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 DB]
[시사포커스 / 김용철 기자] 대우건설 매각이 하반기에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을까. 지금 시점에선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지만 주가 흐름으로 봤을 땐 매각에 먹구름이 드리울 가능성이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일단 산업은행은 8월 중순 대우건설 반기보고서가 나오면 매각 공고를 내고 매각에 나선다는 방침을 정했다.

산업은행이 매각할 지분은 KDB밸류제6호 사모투자펀드가 보유한 대우건설의 지분 50.75%로 최대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펀드의 만기는 오는 10월로 산은은 만기가 돌아오기 전에 서둘러 매각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1분기 이어 2분기 호실적 기대 매각 기대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손실을 보고 팔기는 힘들지 않겠느냐”며 “주가가 올라가야 하는데 기준으로 1만3000원 정도는 돼야 한다”고 답한 바 있다.

무엇보다 당장 매각하는 것보다 매력 있는 매물로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급선무라고 답한 바 있어 시장평가 신뢰회복이 우선이라는 판단이 작용했다.

답변대로라면 대우건설을 매각하려면 아직도 주가를 1만원대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산업은행은 대우건설을 인수 당시 총 1만2102만여 주, 37.16%를 주당 1만8000원 가격으로 2조1785억 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추가로 1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하는 등 총 3조2000억 원을 투입했다. 따라서 현재 주가대로 매각을 한다면 2조원에 가까운 손실을 입게 된다. 

그런데 최근 들어 매각에 대한 입장이 변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2분기 실적이 나오고 난 뒤 시장 기대에 부응하면 주가가 1만 3000원 수준이 되지 않아도 매각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3분기 안전회계법인으로부터 분기보고서 검토 ‘의견거절’을 받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감사 준비에 돌입한 결과 지난해 4분기 7000억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11분기 만에 적자 전환했다. 대규모 손실을 털기 위해 과거 부실을 한꺼번에 반영하는 ‘빅배스’를 감행에 부실을 털어내며 시장의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냈다.
▲ 대우건설 영업이익 변화ⓒ한국신용평가

이후 올해 1분기 매출 2조6401억원, 영업이익 2211억원, 당기순이익 191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전년대비(816억원) 171% 증가했다. 재무구조도 개선돼 유동성위기 등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1분기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조98억원으로 전분기(8168억원) 대비 1930억원 증가하며 안정적인 현금유동성을 확보했다. 대우건설은 올해 매출 11조4000억원, 영업이익 70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밝혔다.

투자은행(IB)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대우건설은 영업이익 2200억~2500억원을 기록할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산은이 제값을 받고 매각을 하려면 우선 대우건설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려야 한다. 일단 지난 1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한데 이어 2분기도 양호한 실적을 거둘 것으로 시장에선 예상하고 있다. 

◆주가 상승 쉽지 않아 손실보고 매각 어려워
문제는 실적개선과 더불어 주가가 올라야함에도 지금시점에선 이동걸 회장이 올초에 밝힌 1만3000원대 수준으로 오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 산업은행 관계자는 “2분기 실적이 나오고 난 뒤 시장 기대에 부응하면 주가가 1만 3000원 수준이 되지 않아도 매각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5120원으로 출발한 주가는 5월23일 8180원까지 오르며 매각에 대한 기대감이 고무됐다. 하지만 3주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며 주가는 7070원대(16일 3시 기준)로 1100원이 빠졌다.

대우건설 2대주주인 SEBT투자유한회사가 대우건설 지분 5.77%(2400만 주)를 블록딜 방식으로 팔면서 주가가 약세를 이어가고 있는 모양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부동산 규제 카드를 꺼내 들면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을 가능성이 커질 수 있는 것도 매각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

한국신용평가 강동창 애널리스트는 “수익창출 측면에서 주택부문에 대한 의존도가 증가하고 있는 대우건설로선 주택시장 내 단기간의 공급물량 급증으로 인해 주택경기의 지속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대로 영업실적에 부담 요인이 있다”며 “주택경기 둔화로 미분양이 다시 증가하고 주택가격이 하락세로 반전하는 경우 장기적인 관점에서 영업실적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산업은행은 ‘혈세 먹는 하마’인 대우조선 구조조정, 금호타이어 매각, 대우건설 매각 등 굵직한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이한주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경제1분과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열린 산업은행 업무보고에서 “구조조정과 관련해 다소간 해야 할 일이 미진한 부분이 있었고 더 해야 하는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이대혁 산은 수석부행장은 “대우조선 사태를 계기로 쇄신안 만들어 지금까지 추진하고 있다”며 “구조조정 이슈가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에 새 정부와 지혜롭게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산업은행 입장에선 지난해 연기된 대우건설 매각을 하루라도 빨리 털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지만 호실적을 바탕으로 한 주가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으면 해당 펀드의 만기인 10월 이전에 매각하기란 어려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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