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홍 대 반홍 구도 전망 속 홍준표 “친박 청산” 역설

▲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귀국 후 처음으로 친박계에 대한 공세를 재개하면서 당권 경쟁이 벌써부터 시작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지난 4일 홍준표 전 경남지사의 귀국 이후로 벌써부터 7월 전당대회를 염두에 뒀는지 자유한국당 내에서 신경전이 일고 있다.
 
이미 미국 체류 때에도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활발하게 국내 정치에 대한 정견을 쏟아냈던 홍 전 지사가 귀국함에 따라 친박계를 중심으로 한국당 내에선 이미 견제구를 던지는 분위기인데, 대선으로 일순 잠잠한 듯 했었던 당 내홍이 전대를 계기로 다시금 불거지게 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포문 연 홍준표, 당권 레이스 시동 거나
 
귀국 당일에도 정치적 발언을 삼간 채 대선 패배에 대한 사과만을 지지자들에게 전하고 공항을 빠져나갔던 홍 전 지사가 7일 또 다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특유의 ‘SNS 훈수정치’를 재개했다.
 
홍 전 지사는 이날 “자유한국당은 이름만 바꿨지 내용이 바뀐 것은 없다”며 “주도하는 세력도 그대로이고 정책도 그대로”라고 꼬집었다.
 
특히 ‘주도하는 세력도 그대로’라는 표현에선 홍 전 지사가 아직 직접 당권 도전 의사를 직접 천명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내달 3일 열릴 전대에 출마하겠다고 강하게 시사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앞서 자신이 ‘바퀴벌레’라고 멸칭한 친박계를 겨냥해서도 재차 일침을 가했는데, “아직도 구체제 기득권을 고수하려고 몸부림치는 세력이 극히 일부 엄연히 존재한다”며 “보수가 궤멸되는 줄도 모르고 자기 자신의 영달에만 매달리는 그런 몰염치한 인사들은 이번 전당대회를 계기로 청산돼야 한다”고 한껏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홍 전 지사는 “구체제를 허물고 새롭게 태어나야 자유한국당이 산다. 보수진영이 궤멸되는 것을 가장 바라는 집단은 친북좌파들”이라며 “그들의 바람대로 부화뇌동하는 인사들은 국민과 당원들이 용서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같은 주장은 친박계로 지칭되는 구체제를 오히려 보수궤멸을 바라는 친북좌파로까지 확대해석해 압박하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는데, 일찌감치 ‘친박 프레임’을 씌워 당권 경쟁에서 도태시키려는 홍 전 지사의 이런 공세에 맞서 친박계에선 홍 전 지사 측에 ‘친홍 프레임’으로 대응하고 있다.
 
◆ 친박계, ‘친홍 대 반홍’ 구도로 ‘물타기’
 
앞서 지난 5일 친박 중진으로 당권 도전을 저울질하고 있는 홍문종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선거 때 친박이 없어졌다. 이번에는 친홍 대 반홍의 대결”이라며 “계속해서 (홍 전 지사) 당신이 원하는 프레임으로 마케팅 하는 것을 보면 나름대로 아주 뛰어난 정치적 자질이 있는 것 같다”고 비꼬았던 바 있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될 정도로 독선적 ‘보스 정치’에 대한 현재 민심의 반감을 의식해 친박에서 내세우던 박 전 대통령의 자리에 홍 전 지사를 그대로 대입시킴으로써 홍준표 지지 세력을 친박과 같은 특정인에 대한 맹목적 옹위세력으로 인식되도록 ‘친홍 대 반홍’의 구도로 전환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무엇보다 홍문종 의원이 “친박이라고 하는 사람들을 바퀴벌레라고 다 빼버리면 1%, 2% 갖고 하겠다는 거냐. 그분이 당 대표가 된다면 우리는 통진당이나 정의당처럼 그저 3, 4%나 아주 극소수의 홍준표를 좋아하는 사람들하고만 정치를 하겠다는 건지 걱정”이라며 “분파를 일으켜서 자기가 당 대표 되겠다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고 홍 전 지사를 비판한 발언은 분파주의자로 몰아가려는 이러한 의도를 한층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뿐 아니라 홍 의원은 홍 전 지사가 대선 당시 받았던 24%의 지지율에 대해서도 “홍준표를 좋아해서 찍은 게 아니라 한국당이 한국당 나름대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찍은 것”이라며 “애들 말마따나 착각은 자유”라고 폄하했다.
 
▲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은 당권 도전이 유력시되고 있는 홍 전 지사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그러면서 그는 “이른바 우리가 말하는 극좌 좌익 세력, 시회주의 세력 이런 사람들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을 아우르려고 와야 그게 제대로 된 당 대표가 된다. 홍 전 지사가 (당 대표) 된다 그러면 이건 우리 한국당에도 아주 불행한 일이고 대한민국 전체가 아주 불행한 일”이라며 “누군가 꼭 이분에게 진짜 일침을 놔야 하고 정신을 차리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덧붙여 자신이 출마할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홍 전 지사를 향해 견제구를 던지는 건 비단 홍 의원뿐만이 아닌데, 한때 ‘신박(새로운 친박)’으로 불러달라던 같은 당 원유철 의원도 미국에서 홍 전 지사가 귀국한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유한국당의 정치 영토를 수도권과 청년층으로 확장시키지 않고는 희망이 없다”며 “이제 새로운 기치와 깃발이 한국당에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대 출마를 시사하며 도전장을 던졌다.
 
‘젊고 강한 야당’을 표방하는 원 의원은 강한 야당이란 점에선 홍 전 지사와 궤를 같이 하면서도 홍 전 지사에 비해 젊다는 점을 무기로 출마함으로써 ‘강한 당 대표’를 원하는 한국당 지지층이 홍 전 지사에게만 몰리지 못하도록 분산시키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또 다른 친박 중진인 유기준 의원은 물론 비박계에서도 나경원, 조경태 등 다선 의원들이 후보군에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홍 전 지사가 비록 유력후보로 꼽히고는 있으나 당권 도전이 마냥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열흘 뒤인 17일부터 전당대회 출마 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만큼 원내 인사 외에도 얼마나 많은 후보가 추가로 나올 것인지도 또 다른 변수가 될 것으로 점쳐지는데, 당 대표의 경우 후보자가 4명을 초과할 때 컷오프를 적용키로 했으며 선거인단과 일반국민의 여론을 7대 3 비율로 반영해 선출한다는 점에서 일반국민보다도 당원들을 얼마나 끌어들이느냐 여부가 승패를 결정짓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런 점에서 일찌감치 친박 후보들에게 유리한 당내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함인지 탄핵 정국 이후 가급적 공개 활동을 삼가왔던 서청원, 최경환, 윤상현 등 친박 핵심 의원들까지 7일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 청문회에 대거 참석해 대정부 압박에도 적극 나서 보수층의 마음을 사로잡고자 열을 올리는 모양새인데, 이러한 한국당의 동향을 바라보고 있는 또 다른 보수당인 바른정당에선 이를 ‘구패권과 신패권의 충돌’이라며 냉소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 중에서도 김세연 바른정당 사무총장은 7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국회의원-원외위원장 연석회의에서 현재 한국당의 당권 경쟁 상황을 꼬집어 “진흙탕 난투극 예고에 우리 국민들은 보지 않을 수만 있다면 눈을 감겠다고 한다”며 “친박·비박에 이어 친홍·비홍으로 사분오열되는 자유한국당의 처지가 애처롭다”고 직격탄을 날렸는데, 그의 발언대로 한국당이 분열로 치달아 자멸하게 될 것인지 아니면 기사회생의 전기를 마련하게 될 것인지 그 결과에 대해 벌써부터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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