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필요한 질문·인신공격·근거 없는 의혹제기 지양하고 가족 보다 후보자에 집중해야

▲ 이낙연 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의원들이 문자폭탄에 시달렸다. 주로 이 후보자 아들의 병역면제와 관련된 문제와 이 후보의 기자시절에 쓴 기사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던 의원들이다. 바른정당 간사인 김용태 의원도 “문자가 100개씩 온다. 달빛 기사단인가 하는 분들이 물어뜯지 말라고 문자가 온다”며 “탄핵때 처럼 문자가 오고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시사포커스 / 오종호 기자] 이낙연 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의원들이 문자폭탄에 시달렸다. 주로 이 후보자 아들의 병역면제와 관련된 문제와 이 후보의 기자시절에 쓴 기사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던 의원들이다.
 
단지 항의성 문자 뿐아니라 해당의원 본인이나 아들의 병역문제, 기타 의혹들을 언급하면서 ‘역청문회’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야당 청문위원 “문자가 100개씩 온다, 달빛 기사단인가 하는 분들”
김광수 국민의당 의원은 24일 오후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신상발언을 신청해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로부터 문자폭탄을 받은 사실을 공개했다.
 
김 의원은 “오전 청문회를 진행하면서 계속 제 휴대폰이 울려 대서 확인을 했는데 ‘너는 그 당시에 뭘 했냐’ ‘지랄하네 너는 군대 갔다 왔냐’ ‘낙선운동을 하겠다’ 이런 게 지금 불이 났다”며 “아마 의원들이 다 그럴 것 같다. 정상적인 청문회가 진행되고 있고 문재인 정부 초대 총리로서 이 후보자가 정책이나 자질, 총리로서 능력이 있는지 이런 것들을 검증해야 하는데 이런 식의 문자폭탄이 오니 갑갑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김 의원은 “그전 선거 과정 속에서 문팬 그룹, 나쁘게 말하면 ‘문빠’라고 해서 패권주의 이야기가 나왔던 그런 과정이 있었다”며 “문자폭탄에 대해 청문회 의원으로서 유감을 표한다. 자제해줄 것을 당부한다. 청문회가 정상적으로 이뤄지길 부탁한다”고 요청했다.
 
김 의원은 오전 청문회에서 이 후보자의 언론인 시절 전두환 전 대통령 홍보성 기사 작성 이력과 아들 병역면제 논란 등을 질의했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도 오후 청문회에서 “저도 지금까지 엄청난 양의 문자폭탄을 받고 있다. 대부분 허위사실에 근거한 욕설이 많다”며 “이런 행위는 반민주적인 행위라고 분명히 말씀드린다.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의 페이스북에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문자폭탄도 페북댓글 폭탄도 민주공화국이기에 가능한 거다. 반민주적? X소리하고 자빠졌네”라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강 의원은 이 후보자 아들 증여세 탈루 의혹과 부인 그림 고가 매매 의혹을 제기했었다.
 
경대수 자유한국당 의원도 문자폭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 의원은 청문회에 앞서 “이 후보자가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배우자와 자녀 부분을 제출하지 않았다”며 “역대 국무총리 후보자가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자료 제출을 거부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었다.
 
경 의원은 “이를 그대로 묵과한다면 다른 인사청문회 대상자에서도 답습될 우려가 있다”며 “청문회 자체를 무용지물로 만들려는 게 아닌가, 개인정보만 동의하면 되는 자료”라고 주장했다.
 
바른정당 간사인 김용태 의원도 “문자가 100개씩 온다. 달빛 기사단인가 하는 분들이 물어뜯지 말라고 문자가 온다”며 “탄핵때 처럼 문자가 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정성호 인사청문위원장은 청문회 도중 생중계 시청자에게 “개인의 생각과 달라도 차분하게 시청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 아들의 병역면제의혹, IDS 홀딩스 개입 의혹으로 검증역풍 맞은 경대수
경대수 의원은 문자폭탄과 함께 네티즌으로부터의 ‘검증역풍’에 시달렸다. 경 의원의 장남도 군대를 면제를 받은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지난 2월 2일 매일경제는 병역면제 판정을 받은 국회의원 아들 17명이 모두 ‘몸이 아프다’라는 이유로 면제 판정을 받았다고 보도하면서 “경대수 의원이 아들의 정확한 병역면제 질병조차 공개하지 않았다”고 알렸는데 이 사실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이 나선 것이다.
 
네티즌들은 “경대수 아들 왜 면제임?” “역풍 잘 받아라” “똥 묻은 개 겨 묻은 고양이 나무라는 꼴” “누가 누굴 청문회를 하는가?” “경대수 이런 식으로 존재감 알리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또 “경대수 아들도 면제에 무슨 질병인지도 안 밝혔는데 웃기다” “경대수 아들은 왜 공개 안 했지?” “청문회 간사라니 저런 사람이” “경대수 본인은 왜 아들 면제 해명 안 하죠?” “군 면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이 청문회에 등장한다는 게 좀” 등의 글이 이어졌다.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온라인상에는 “IDS 홀딩스 개입 의혹에 대해서도 해명하라”며 경대수 의원 본인에 대한 의혹까지 공개됐다.
 
2016년 일요신문은 “약 1만 명을 대상으로 1조 원대 피해를 낸 IDS홀딩스 사태 중심에 경대수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개입됐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경 의원은 2014년 3월 IDS홀딩스의 전신인 IDS아카데미 창립 7주년 기념 영상에 에서 “IDS아카데미 창립 7주년을 맞이해서 회장님과 대표님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앞으로 IDS아카데미가 세계적인 회사로 성장하기를 진심으로 기원드립니다”라고 축하인사를 했는데,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IDS홀딩 사태 개입 의혹을 사게 됐다. 이와 관련해 시민단체와 피해자 모임이 경 의원에게 개입 의혹 해명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런 사실을 밝혀 낸 네티즌은 경 의원 아들에 이어 경 의원에게도 “국무총리 인사청문특위 간사로서 자질이 부족하다. 경 의원 인사청문회를 먼저 해야한다”는 등의 의견을 쏟아 내고 있다.
▲ 경대수 의원은 문자폭탄과 함께 네티즌으로부터의 ‘검증역풍’에 시달렸다. 경 의원의 장남도 군대를 면제를 받은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경대수 의원 페이스북

 
 
◆김광수 “문재인의 인사는 모든 게 선이고 그 외의 인사는 모두 악이 아니다”
김광수 국민의당 의원은 신상발언만으로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청문회 도중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김 의원은 “청문위원으로 제대로 일 했는데, 왜 휴대폰에 불이 날까?”라며 “오늘 오전부터 제 휴대폰에 불이 난다. 소위 ‘문자폭탄’에 뜨겁다”고 하소연했다.
 
김 의원은 “오전에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가 우리 국민이 바라는 개혁에 부합한 사람인지 물었다. 또한, 병역면탈, 세금탈루 등 도덕적 의혹에 대한 명확한 해명도 촉구했다”며 “국민을 대신해 철저한 검증과 제대로 된 일을 하고 있는데 왜 비난을 받아야 할까? 무조건 잘 된 인사라고 용비어천가를 불러야 하나?”라고 답답함을 드러냈다.
 
그는 “청문회에 앞서 말씀드렸듯이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진심으로 바란다”면서 “그러나, 우리나라의 개혁을 위해서도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도 원칙과 기준은 동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청문회에 있어 검증의 잣대는 동일해야 한다. 그때그때 달라져서는 안된다”면서 “문재인 정부의 인사는 모든 게 선이고 그 이외의 인사는 모두 악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도 실수를 할 수 있다. 잘못을 바로잡고 재검토하면 된다”고 반박했다.
 
 
▲ 정성호 인사청문위원장은 청문회 도중 생중계 시청자에게 “개인의 생각과 달라도 차분하게 시청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유례없는 정치적 테러, 만행” 자유당 “문자양념은 정치 적폐”
야당 대변인들도 오후에 논평과 브리핑을 통해 문자폭탄을 맞은 의원들을 방어하고 나섰다.
 
김철근 국민의당 대변인은 24일 오후 논평에서 “인사청문회에서의 문자폭탄도 청문회를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양념인가?”라고 비꼬았다.

김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이 이낙연 총리지명자 인사청문위원인 국민의당 김광수 의원에게 문자폭탄을 보냈다. 이낙연 지명자의 ‘전두환 찬양기사’ 등 과거 행실을 지적했다는 이유”라면서 “국민을 대신해서 인사청문회를 진행하고 있는 국회의원에게 문자폭탄을 보낸 것은 유례가 없는 정치적 테러행위다. 과거 어느 정권에서도 어떤 청문회에서도 이런 만행은 없었다”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은 자기들 편이 아니면 무조건 적이고, 무조건 잘못했다는 식으로 문자폭탄을 보내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다”며 “인사청문회는 문 대통령 지지자들의 놀이터도 아니고, 문자폭탄은 청문회를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양념도 아니다”라고 강변했다.
 
정준길 자유한국당 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일부 청문위원들이 인신 공격성 문자 폭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자신들과 생각이 다르다고 무작정 문자 테러를 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고 규정했다.

정 대변인은 “문자 폭탄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당시 문재인 경선 후보를 비판하는 인사들에게는 같은 당이어도 무차별 문자 테러가 가해졌다”며 “문 대통령은 이를 두고 ‘양념’ 운운해 논란이 된 일도 있다. 문자 양념은 대한민국 정치를 후퇴시키는 적폐”라고 비판했다.
 
문자폭탄으로 인해 청문위원들의 질의와 검증이 위축되어선 안 될 것이다. 하지만, 청문위원들도 언제든 청문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며, 불필요한 질문이나 인신공격, 의혹만을 제기하고 마는 등의 청문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특히 후보자의 가족 보다는 후보자에 대한 검증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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