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교동계, ‘정대철 추대’ 배수진 치고 ‘탈당’ 가능성까지 언급

▲ 국민의당이 차기 비대위원장 선임 문제를 놓고 당내 잡음이 일고 있다. ⓒ국민의당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차기 지도부 선출을 놓고 국민의당이 길을 잃은 채 혼돈 속에서 표류하고 있다.
 
원내대표 경선은 마무리지었지만 8월경 열릴 차기 전당대회까지 약 2개월간 당을 이끌 비대위원장을 선임하는 문제를 놓고 당내에서 불협화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역할만 놓고 보면 단순히 대선 패배 후 침체된 당 분위기를 되살리고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과도기적 대표에 불과한 셈이지만 여전히 정계 개편에 대한 기대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인사들을 중심으로 바른정당과의 연대는 물론 심지어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과의 통합을 주장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어 이런 상황에서 당장 누가 당을 이끄는지에 따라 당의 향방을 결정할 수 있는 만큼 차기 지도부 인선을 놓고도 이견차가 극심한 실정이다.
 
◆ 주승용 대 정대철, ‘바른정당 연대파’과 ‘민주당 연대파’ 대리전?
 
더불어민주당 출신의 문재인 정부가 호남 인사들을 적극 기용하고 호남에서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며 정권 초기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해나가자 기반지역을 상실할 위기에 놓인 국민의당에선 대선 패배 후유증을 한층 극심하게 겪고 있는 모양새다.
 
대선 과정에서 경쟁자인 문재인 대통령과 격하게 충돌했지만 끝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에게까지 2위 자리도 내주는 부진한 결과를 얻은 안철수계 쪽에선 민주당과의 관계가 어색할 수밖에 없는 반면 호남에서 민주당과의 지지율 격차로 다음을 기약하기 어려워진 호남계에선 바른정당과 연대해 제3세력으로서의 명맥을 유지하자는 주장과 현재 호남 지지율이 높은 민주당과 다시 통합하자는 주장이 흘러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예상을 웃돌 정도로 순항 중인만큼 이대로 시간만 보낸다면 당장 급한 내년 지방선거 전망이 어두워질 수도 있어 국민의당 내 연대론자들에게 정계 개편 필요성은 누구보다 절실하게 와 닿는 상황인데, 그런 면에서 지난 12일 당시 원내대표직 임기를 얼마 안 남긴 시점에 주승용 전 원내대표는 바른정당과 통합 절차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물론 주 전 원내대표는 논란이 확대되고 바른정당에서도 회의적 반응이 나오자 사흘만인 15일 “무조건적인 통합을 추진하려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바른정당과의 정책연대를 얘기한 것이라고 한 발 물러났지만 원내대표가 김동철 체제로 새로이 바뀐 이후에도 차기 비대위원장 후보군으로 바른정당과의 연대를 주장했던 주 전 원내대표가 오르내리자 더불어민주당과의 연대·통합을 원하는 측에서 즉각 반발이 일어났다.
 
앞서 대선 직후 쇄신형과 관리형 중 어떤 성격의 비대위를 출범시켜야 하는지를 놓고 고민하던 김동철 원내대표는 일단 대선 패배 후유증에 휩싸인 당 쇄신 차원에서 당외 인사인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 대표를 찾아가 비대위원장을 맡아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김 위원장 뿐 아니라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한상진 서울대 교수 등 그간 유력 후보로 꼽혔던 인사들이 대체로 미온적 태도를 보이면서 결국 대표권한대행을 맡아봤던 주승용 전 원내대표를 차기 전당대회까지 ‘관리형 비대위원장’으로 내세우려 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과의 연대나 통합에 방점을 뒀던 인사들은 이런 기류에 맞서 발 빠른 대응에 나섰는데, 권노갑 상임고문 등 동교동계를 중심으로 한 고문단 23명은 지난 19일 가진 여의도 오찬 회동에서 논의 끝에 경륜이 있는 정대철 상임고문을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해야 하기로 뜻을 모아 이 같은 의견을 김동철 원내대표에게 전달했다.
 
특히 이들 동교동계 원로들은 다른 이유보다도 단지 친문패권주의 때문에 민주당에서 탈당하게 된 만큼 아예 노선까지 다소 차이가 있는 바른정당과의 연대에 대해선 분명하게 선을 긋고 있는데, 만일 정 고문을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하자는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탈당까지도 숙고할 수 있다고 배수진을 쳤다.
▲ 동교동계 원로들이 정대철 상임고문(사진)을 국민의당 차기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하려는 의사를 강하게 피력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런 원로들의 반응에 권노갑 상임고문의 보좌관 출신인 김동철 원내대표도 깊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는데, 비록 자신은 원내대표 당선 뒤 바른정당과의 정책연대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고 반문재인 성향도 강하지만 자칫 이 비대위원장 선임 문제가 동교동계의 탈당까지 촉발시키게 될 경우 대선 패배 뒤 뒤숭숭해진 당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선지 김 원내대표는 22일 법대 후배로서 자신과 친분이 있는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인사청문위원장의 예방을 받았을 때 정 위원장에게 “정치도 같은 당에서 같이 하고 싶은데 조금 떨어져 있다”며 “언젠가는 같이 하게 될 것”이라고 운을 띄워 민주당과의 통합 가능성도 열어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를 의식한 듯 김 원내대표는 정 위원장과의 면담 직후 기자들에게 “농담으로 한 이야기”라며 수습한 뒤 바른정당과 민주당 어느 쪽과의 통합 논의에 대해서도 모두 반대한다고 강조했지만 당이 비대위원장 선임을 구실로 사실상 향후 다른 정당과의 연대 여부를 놓고 진통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김 원내대표의 한 마디 발언에도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의총서도 비대위원장 문제 매듭 ‘불발’…당무위로 연기
 
실제로 22일 오전 2시간 가까이 의원총회를 통해 비대위원장 문제를 놓고 격론을 벌였으나 이날 결정하기로 했던 인선은커녕 비대위원장의 역할과 선출절차에 대한 이견까지 좁히지 못한 채 23일 열릴 당무위에서 다시 논의키로 결론을 미뤘을 만큼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이와 관련, 최명길 원내대변인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 인선 절차에 대해선 “당무위에서 중앙위 명부를 보고 중앙위 소집 여부를 다시 논의하는 것으로 잠정 결론지었다”면서도 비대위 성격과 관련해선 “상당 기간 지속되는 비대위를 띄우고 당의 혁신과 외연확장, 통합 이런 것을 동시에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과 관리형 비대위원장을 선임하고 조기에 전당대회를 열어 당 체제를 정비해야 한다는 의견 두 개로 대립됐다”고 이견이 있었음을 내비쳤다.
 
이에 그치지 않고 최 대변인은 “정 고문의 공동비대위원장 선임 문제도 보고가 있었고 논의가 있었지만 결론을 내리지 않았고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으로 추천할지에 대해 좀 더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며 사실상 대부분의 사안에 대해 결론내리지 못했다는 점을 전했다.
 
다만 그는 동교동계 원로들이 정 상임고문의 비대위원장 추대를 당에서 수용하지 않을 경우 탈당까지 불사하겠다고 한 데 대해선 “당내에서 섣불리 타 당과 통합 문제가 나오는 게 현명하지 않다는 걱정을 표하는 과정에서 추대를 요구한 것”이라며 “탈당도 불사하겠다고 알려진 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진화에 나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3일 당무위에서 이날 합의점을 찾지 못한 사안들을 매듭지을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선 여전히 확언할 수 없는 실정인데, 적어도 비대위원장 선임에 있어선 논란이 적지 않아 당무위에서만 결정하기보다 이미 사퇴한 중앙위를 소집해서라도 절차적 정당성 확보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듯 당장 급한 비대위 구성을 놓고도 서로 논쟁만 벌이고 있어 내내 저조했던 당 지지율은 이제 한 자리수로까지 떨어진 채 회복세조차 보이지 못하고 있는데, 이를 지적하듯 박지원 전 대표는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 이 판국에 통합 혁신 운운하며 비대위원장 가지고 갑론을박하면 국민은 우리 당을 쳐다보지도 않는다”며 “당내 단합이 필요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하지만 비대위원장 유력후보군으로 거론된 인물들 중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등은 오는 8월 전당대회에 출마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으며 당외 인사 역시 현 시점에 영입에 나서기엔 늦은 감도 없지 않아 쇄신형 비대위원장을 원하는 대다수 의원들의 바람과 달리 주승용 전 원내대표나 정대철 상임고문 등 제한된 당내 후보 가운데 선택해야 하는 만큼 조속한 결론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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