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연대 무산…‘새누리당’까지 대선판 뛰어들어 셈법 복잡

▲ 보수후보들 간 후보 단일화가 논의조차 어려워지면서 사실상 대선까지 각자도생하는 분위기다. 왼쪽은 바른정당의 유승민 후보, 오른쪽은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후보.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대선을 한 달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여전히 지지율 부진에 허덕이고 있는 보수후보들이 끝내 후보단일화는 논의조차 못한 채 제각각 살 길을 찾아 나섰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여전히 보수대통합을 부르짖고 있지만 별무소득인 상황 속에 오히려 조원진 의원까지 탈당해 박사모 등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세력을 중심으로 창당된 새누리당의 대선후보로 나서겠다고 천명하고 있는 상황에 처해 있고,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연대론에 선을 그은 채 자강론을 외치고 있지만 지지율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러모로 어려움에 처한 보수진영 후보들이 나름의 돌파구를 마련해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분열된 보수, 단일화 물 건너가 ‘각자 완주’ 굳어지나
 
보수진영에선 그간 범보수단일화로 떨어진 보수후보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는 시도가 있어왔지만 바른정당에서 단일화, 연대 논의의 전제조건으로 거론했던 친박 청산 문제가 끝내 자유한국당에서 일축하며 이뤄지지 못하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분위기다.
 
또 상승세를 타면서 중도보수 표심까지 일부 흡수하게 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한층 자강론에 힘을 싣고 보수진영과의 연대 가능성에 분명히 선을 그으면서 보수후보들 역시 국민의당과 각을 세울 수밖에 없게 돼 좋든 싫든 모두가 각자도생해 나가는 양상으로 굳어져 버렸다.
 
실제로 홍 후보는 지난 6일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안 후보는 우리와 같이 하기 힘든 호남 2중대 정당”이라며 “국민의당과는 연대할 수도, 연대하지도 않겠다”고 밝혔고, 유 후보도 10일 대전·충남지역 언론과 가진 간담회에서 “국민의당이나 안 후보와의 연대는 할 수 없다”며 “사드는 국민 생명을 지키는 데 필요한 것인데 어쩔 수 없이 따르겠다는 태도라면 저와는 안보관이 매우 다른 것”이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다만 유 후보는 안 후보와의 연대 뿐 아니라 홍 후보의 보수단일화 주장에 대해서도 똑같이 일축했는데, 같은 날 천안 아라리오 조각공원에서 4·12 재보선 지원유세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그는 “홍준표 후보는 재판을 받는 무자격 후보”라며 “단일화에 대해선 이런 저런 얘기가 있는데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한국당 홍 후보든 국민의당 안 후보든 단일화할 생각이 없다. 저는 제 갈 길 가겠다”고 못을 박았다.
 
앞서 유 후보는 자유한국당과의 범보수단일화를 자신이 먼저 꺼냈었던 만큼 이런 입장 변화는 결국 홍 후보보다도 낮은 대선후보 지지율 때문인데, 좀처럼 지지율 반등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당내 일부에선 유 후보의 견해와 달리 국민의당과의 연대 가능성을 내비치는 목소리가 일부 나오기도 했다.
 
김무성계로 꼽히는 김성태 바른정당 조직본부장의 경우 지난 10일 C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성덕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안철수 후보의 정당 규모로 봐선 절대 대통령이 되지 못하는 구조인데도 국민들이 안 후보에게 강력한 입장을 보내는 것은 어떤 메시지를 주는 것”이라며 “그 메시지가 국민들 뜻에 의해 완벽하지 못하다면 바른정당이 국민 뜻을 마무리해주는 역할도 필요하다”고 연대 가능성을 열어둔 바 있다.
 
이는 자유한국당에선 지난 7일 홍 후보가 바른정당과의 보수 연대와 관련, “연대가 아니라 합당 문제”라며 일방적 흡수통합 방침만을 고수하고 있고, 최근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급상승에 보수 표심까지 일부 쏠리다 보니 한국당보다는 국민의당과 연대하는 방향에 힘을 실으려는 모습으로 풀이된다.
 
또 막대한 선거비용을 쓰고도 자당 후보가 선거비용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는 기준선인 지지율 15%나 하다못해 절반이라도 돌려받을 10%에조차 미치기 어렵다 본다면 누가 잡든 여소야대가 형성될 수밖에 없는 특성상 미리 연대를 모색하는 편이 낫지 않겠느냐는 판단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유 후보가 강력하게 완주 의사를 밝히고 있고 대선후보 등록일까지도 며칠 남은 상황이어서 이 같은 연대 주장은 아직 개인 차원의 주장에 머물고 있다.
 
유 후보는 11일 대구 반야월시장 방문 도중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투표는 5월9일이고 지금의 여론조사는 비정상이다. 저는 끝까지 완주할 것”이라고 누차 완주 의지를 피력한 데다 선거비용 문제에 대해서도 “포털사이트나 TV광고, 선거운동원과 유세차 동원에 5~600억원 쓰는데 저는 이번에 그런 선거 안 한다. 선거자금 전혀 부족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10일 오후 여의도 중소기업회관에서 열린 ‘제19대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원외위원장 연석회의’ 직후 당 관계자들과의 만찬 도중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유 후보는 “사람들 마음 바꾸는데 하루 이틀이면 다 바뀌니 열심히 해보겠다”며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 나는 굉장히 낙관적으로 본다”고 완주 의사를 거듭 고수한 바 있다.
 
심지어 이 자리에서 김무성 선대위원장까지 후보단일화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얘기가 지금 나올 때가 아니다. 열심히 해보고 공당의 후보가 선출됐는데 하는 데까지 해야 한다”며 김성태 본부장의 단일화 관련 발언에 대해서도 “원래 그런 말 잘하는 사람”이라고 웃어넘기면서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따라 유 후보의 완주는 일단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인데, 지지율 반등이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완주 의지를 보이는 이유는 이 자리에서 유 후보가 “저는 지금 절대 짧게 보고 정치하지 않는다. 대선은 그냥 선거의 하나”라며 “내년엔 지방선거가 있고, 3년 뒤엔 국회의원 선거가 있다. 길게 봐서 대한민국에서 개혁적 보수를 살릴 사람들이 우리 말고 누가 있나”라고 한 발언을 통해 그 속내를 살펴볼 수 있다.
 
당장의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고 대선에 최선은 다하되 장기적으로는 이번 대선을 계기로 바른정당을 보수의 적통으로 각인시키는데 주력해 내년 지방선거와 다음 총선을 노려보겠다는 구상인데, 한국당과 연일 강도 높은 설전을 이어가며 보수 적통 경쟁을 벌이고 있는 만큼 적어도 이번 대선을 통해 자당후보가 한국당 후보보다 보수 유권자의 지지를 더 받겠다는 데에 1차적 목적을 둔 것으로 관측된다.
 
그런 면에서 지난 7일 갤럽 여론조사에서 유 후보가 자신의 안방인 대구·경북지역에서 처음으로 한국당의 홍 후보를 넘어선 지지율을 얻은 것은 고무적인 성과로 꼽히고 있는데, 홍 후보 역시 자신이 도지사를 지낸 부산·경남 지역에선 유 후보에 크게 앞서고 있어 보수의 핵심인 영남지역을 놓고 둘 사이의 신경전은 한층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 신생정당 ‘새누리당’, 대선판 변수될까
 
▲ 친박 핵심인 조원진 의원이 지난 8일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뒤 신생정당인 새누리당에 입당해 대선후보로 추대까지 받으면서 보수진영의 대선구도는 한층 복잡해졌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런 가운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박사모 등의 세력이 규합해 창당한 새누리당에 자유한국당의 조원진 의원이 지난 8일 입당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보수진영은 한층 복잡해졌다.
 
조 의원은 8일 대한문 앞에서 열린 5차 태극기 집회에서 “이제 자유한국당은 보수당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킬 수 있는 새로운 우파정당이 생겨나야 한다”며 한국당 탈당을 선언한 데 이어 아예 새누리당에서 자신을 대선후보로 추대하자 11일엔 “태극기 민들의 마음을 대변토록 하겠다”면서 대선출마까지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보수후보는 홍 후보와 유 후보 외에 친박계를 대표하겠다는 조 의원까지 3파전 구도로 나눠진 모양새인데, 우선 한국당의 홍 후보는 조 의원의 탈당에 대해 “당에 남아있던 마지막 친박 조 의원이 탈당했다고 보고 받았다”며 당내에 더 이상 친박은 없다는 명분을 내세워 바른정당에 통합 압박을 가하는 한편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을 겨냥 “순수한 목적의 시민집회를 일부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잔꾀를 부린 것으로 결코 지지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공세를 펴는 양동작전을 펼쳤다.
 
아울러 추가 탈당을 암시한 조 의원의 발언과 달리 정 원내대표는 “현재로선 전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보수의 분열이라기보다 (강성 친박인 조 의원 탈당으로) 보수가 자유한국당으로 결집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동기가 부여된 것”이라고 즉각 수습에 들어갔다.
 
바른정당의 유 후보 역시 신생정당인 새누리당에 대해선 11일 “이상한 당 하나 생겼던데 저는 별로 보수라고 인정 안 한다”며 “태극기 집회에 나갔던 분들, 유권자 중에 가장 보수적인 분들을 안으려고 노력은 해야 하지만 그런 정서를 악용해 보수를 망치고 있는 그런 정치인들과는 손잡을 생각이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한 발 더 나아가 조 의원이 같은 날 오전 SBS라디오에 출연해 자신의 새누리당 입당 결정과 관련 ‘박근혜 전 대통령과 교감 후에 (자유한국당) 탈당을 결정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유 후보는 “설마 그렇게 했겠나. (태극기 집회) 표를 보고 그랬겠죠”라며 단번에 평가절하했다.
 
이처럼 기존 보수정당에서 한 목소리로 새누리당에 경계심을 보이는 데에는 새누리당 자체의 잠재력보다 안 그래도 분산된 보수 표심이 결집은커녕 한층 더 분산되어버릴까 우려했기 때문인데 대선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뜻밖의 ‘새누리당’ 변수까지 발생하면서 각 당 보수후보들의 대선가도는 더욱 예측하기 힘든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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