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 “지금이 피크. 내려갈 일만 남아” 박지원 “‘대세론’ 문재인, 초조해져”

▲ 문재인·안철수 후보가 확정되자마자 언론으로부터 ‘양강구도’라는 프레임이 생기더니, 이를 입증하듯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급상승하면서 두 후보가 접전을 벌인다는 여론조사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한국일보는 “지지층의 충성도에서는 여전히 격차가 존재해 안 후보도의 급등세는 일시적 바람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사진 / 고경수 기자
[시사포커스 / 오종호 기자] 지난주 초 문재인·안철수 후보가 확정되자마자 언론으로부터 ‘양강구도’라는 프레임이 생기더니, 이를 입증하듯 두 후보가 접전을 벌인다는 여론조사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런 여론 조사는 한 주가 지난 첫 월요일인 10일에도 계속 됐다. ‘한겨레’가 리서치플러스에 의뢰해 지난 7~8일 간 전국의 1,023명을 상대로 한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문 후보와 안 후보는 37.7%로 같은 수치의 지지율을 얻었다. 이 조사는 홍준표(자유한국당)·유승민(바른정당)·심상정(정의당) 후보가 포함된 5자 구도였다.
 
 
◆‘양강구도’ 초박빙 지지율...“충성도 격차 커, 안 후보의 급등세 일시적 바람일 수 도”
‘한겨레’는 “두 후보의 지지도 변화는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후보의 부진으로 ‘갈 곳 잃은’ 보수표가 ‘전략적 대안’을 찾아 안 후보로 결집하고, 박근혜 대통령 구속 수감 뒤 문 후보가 강조해온 ‘적폐청산론’의 호소력이 감소하면서 중도·진보층 일부가 문 후보를 이탈해 안 후보에게 이동한 결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국일보’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같은 기간 1,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5자 대결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는 37.7%, 안 후보는 37.0%로 0.7%포인트 차에 불과한 박빙의 결과를 보였다.
 
‘한국일보’는 “문 후보는 이번 조사를 포함한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40%의 천장에 갇힌 것으로 보인 반면 안 후보는 정당 지지율 급등을 바탕으로 무서운 추격세를 보이고 있다”면서도 “지지층의 충성도에서는 여전히 격차가 존재해 안 후보의 급등세는 일시적 바람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조사에서 문 후보 지지층의 74.5%는 문 후보의 당선가능성을 매우 높다고 답했으나, 안 후보 지지층은 42.4%만 당선가능성을 매우 높다고 응답했다. ‘한국일보’는 국정역량 평가에서도 문 후보는 52.7%의 긍정 평가를 받았지만 안 후보의 긍정 평가는 43.7%였다는 점을 들어 ‘지지율 조정의 요인’이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반면 ‘조선일보’가 칸타퍼블릭에 의뢰해 7~8일 간 전국의 2,300명을 대상으로 한 주요 후보 6명(김종인 후보 포함)에 대한 지지율을 조사에서는 안철수 후보가 34.4%로 문재인 후보의 32.2% 보다 오차 범위(±2.0%포인트) 내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또 문 후보와 안 후보의 ‘가상 양자 대결’에서는 안 후보 51.4%, 문 후보 38.3%였다.
 
‘연합뉴스’와 ‘KBS’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8~9일 2,0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에서는 안 후보는 36.8%로 5자 대결에서 32.7%를 얻은 문 후보를 오차범위 내인 4.1%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로 앞섰다.(이상 자세한 조사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 참조)
 
이렇게 문재인과 안철수 후보가 양강구도를 이루면서 엎치락 뒤치락하는 지지율에 대해 ‘경향신문’은 10일 ‘보수의 몰락’이라면서 “최근 안 후보의 지지율 상승세를 이끈 것은 중도·보수층이다. 대안을 찾지 못한 보수층이 안 후보 중심으로 결집하기 시작했다”면서 “문제는 이런 흐름의 지속 여부다. 안 후보 지지율이 당 지지율보다 높고, 중도·보수층에서 문 후보에 앞서 있지만 ‘느슨한 연합군’ 형태라는 평가가 많아 실제 투표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장은 “탄핵 국면에서 길 잃은 보수층이 안철수를 정박지 삼아 의사를 본격 표출하기 시작했다. 무당파층, 부동층으로 숨어 있던 보수층이 커밍아웃하기 시작했고, 안철수 지지도 상승이 보수층의 활성화와 동시에 나타나고 있는 셈”이라면서도 “안철수의 역량에 대한 신뢰라고 보기는 어렵다. 국정안정이라는 측면에서는 안철수보다 문재인 지지가 더 높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안철수는 테마주, 작전주, 거품주...“지금이 피크. 내려갈 일만 남아”
‘양강’ ‘박빙’의 여론조사 결과가 계속 발표되자, 경선 후 안희정·이재명·최성 경선 후보와 캠프관계자 등 내부결속과 통합에 치중하던 문재인 후보 진영에서 자숙과 함께 대응책 마련에 나서기 시작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10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제1차 국민주권선대위원회 회의에서 “수권정당으로 정책과, 안정된 국정경험, 의지로, 가짜 정권교체를 극복하고 진짜 정권교체를 이뤄야 한다”면서 “그동안 혹시 '대세론'에 안주했다면, 정권교체 '당위론'에 안주했다면, 과감히 결별을 선언하고자 한다. 수권정당 정책과 안정된 국정경험, 단호한 개혁의지로 '가짜 정권교체'를 극복하고 '진짜 정권교체'를 이룰 때"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추 위원장은 “당 중심 대선은 유례없는 길”이라며 “처음이라 오해도, 혼선도 있을 수 있지만 당 중심 대선을 국민에게 약속했고 그 길만이 2012년 대선패배의 교훈을 반복하지 않는 길이며 2017년 대선승리를 확실히 보장하는 길이다. 캠프와 당을 나누는 말도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해찬 공동선대위원장도 “대통령선거는 해보면 참 어려운 선거다. 열흘 전엔 낙관적이었는데 지금은 아주 긴장해야 할 상황”이라며 “4주에 걸쳐 모든 역량을 다 쏟으면 역사적 과업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송영길 공동선대위원장은 “‘기업 신화’ 이명박에 홀려서 찍었더니, 4대강 녹조라떼로 나라가 빈사상태에 빠졌고, 드라마 ‘선덕여왕’에 취한 국민이 선덕여왕 같은 박근혜를 찍었지만 국정농단으로 또 이렇게 됐다”며 “검증되지 않은 작전주, 테마주에 홀려 대한민국을 또 망칠 순 없다”고 안철수 후보를 겨냥했다.
 
민주당은 대세론과의 결별을 선언 하면서 내부역량 결집과 강화에 주력하는 한편 ‘양강구도’에 대해서는 ‘거품론’이라고 맞서고 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중앙선대본부 총괄본부장은 10일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 아침’에서 안철수 후보에 대해 “전혀 검증이 안 된 안철수, 이건 테마주, 작전주, 거품주”라고 거듭 지적하면서 “원래부터 ‘무릎팍 도사’부터 나와서 했던 얘기를 하나하나 검증해보고 안랩부터 지금까지 이명박 대통령 시절에 어떻게 지원을 받았고, 서울대 융합대학원에 가서 자기 부인의 교수 임용 문제라든지 문재인 후보에 들이댔던 검증의 50% 수준이라도 검증하고 나서 판단해야 한다. 누가 미워서, 막연한 이미지 속에 선택하게 되면 똑같은 제2의 남자 박근혜가 탄생할 수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송 본부장은 “안철수 후보를 적폐세력으로 규정한 적은 없다”면서 “조갑제 씨가 지지선언을 하고 신천지 지지선언 논란이 나오고 탄핵 반대했던 세력들의 지지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안 후보를 지지하는 흐름이라는 것은 일종의 안정되지 않은 일시적인 것”이라며 “지금이 피크다. 내려갈 일만 남았다”고 10일 국회에서 ‘뉴시스’를 통해 밝혔다.
 
우 원내대표는 최근 지지율 변화에 대해 “초반에 이렇게 되는 것이 훨씬 긴장감이 생기고 좋다”며 “그렇지 않으면 대세론이라는 것은 가다가 막판에 깨진다. 깨지면 걷잡을 수가 없다. 오히려 문 후보를 도와주는 것 같다"고 여유를 보였다.
 
우 원내대표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뽑는 일인데, 변화가 올 것이라고 본다. 조정기를 거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지원 “‘대세론’ 부르짖던 문재인, 초조해져” 조갑제 “문재인 막으려면 안철수 찍어야”
이런 민주당의 반격에 가만있을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가 아니다. 그는 10일 페이스북에 “문 후보가 양자 대결에 이어 5자 대결에서도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게 뒤쳐지니 초조하기 시작했다. 어제 (문 후보가) 인터뷰에서 '안철수는 박지원 아바타'라는 등 저 박지원을 비난하고 나섰다”면서 “지난 4년간 선두주자라며 ‘문재인 대세론’을 부르짖더니 선거 29일을 앞두고 이렇게 졸장부 짓을 한다면 도저히 대통령 감이 못 된다는 것을 스스로 밝히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보수논객인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한 술 더 떠서 “최악이 문재인 후보라면 안철수 후보는 차악 정도는 된다”면서도 “문 후보를 안 되게 하려면 홍준표 후보를 버리고 차악을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대표는 9일 이동호 캠페인전략연구원장과의 대담에서 “10년 주기설로 보면 이번 정권은 좌파로 넘어가는 게 맞다”면서 “중도 정권이 탄생한다면 보수세력은 패배가 아니고 반쪽 정도의 선방에 해당한다”고 평가했다.
 
안철수 지지율 상승이 문재인의 ‘대세론’을 꺽을 ‘대타론’이든 일시적인 ‘거품론’이든 보수층을 포함한 반문재인 지지층의 유입이기에 여기에는 몇 가지 약점 혹은 한계를 안고 있다. 홍준표·유승민 후보의 지지율이 반등하는 만큼 안 후보의 지지율은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안철수 후보가 흡수한 안희정 후보 지지층은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높아질수록 다시 문재인 후보에게 돌아가는 전략적 선택을 할 가능성이 크다.
 
또 현재의 지지층이 과연 선거날 투표에 참가할 것인지도 미지수다. 충성도가 너무 낮기 때문이다. 문재인이 싫어서 안철수를 지지하는 것이라면 막상 당일에는 투표를 포기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앞으로 남은 선거 기간 중 그는 좌측으로부터는 문재인·심상정, 우측으로부터는 홍준표·유승민의 협공에 시달려야 한다. ‘양강구도’가 너무 빨리 형성돼 버린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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