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 정치·스포츠·경찰 등 각 분야에서 맹활약

2003년 외무고시 합격자 28명 중 여성은 11명. 2002년 외교관으로 신규 임용된 외교관 중 여성은 50%인 16명. 사법고시와 행정고시에 여성들이 대거 합격했다거나 판사와 검사에 여성이 몇 명 임용되었다는 것은 더 이상 뉴스가 되지 않는다. 여성 전투기 조종사, 여성 경호원, 여성 기관사, 여성 청와대 대변인, 여성 법무장관, 여성 국무총리 내정자... '여성 최초'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주목받던 시절은 조만간 옛날 이야기가 될 것이다. 여성정치인 폭발적 증가 39년만의 여성당수를 출현시킨 지난 3월 23일 이후 언론의 정치 관련보도가 눈에 띄게 달라지면서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정치보도는 남녀공용 공간으로 180도 전환 됐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민주당 추미애 선대위원장을 비롯, 강금실 법무부 장관에 이르기까지 여성정치인들의 노출 빈도는 크게 늘었다. 여기에 한국 정당사에 유례 없이 3당 대변인이 모두 여성으로 한나라당 전여옥, 민주당 이승희, 열린우리당 박영선 대변인의 화사한 얼굴이 매일 신문과 TV를 통해 국민들에게 전달되고 있다. 과거 근엄하거나 무표정한 얼굴의 남성의원들 일색이던 정치 무대에 여성들이 전면에 나서게 된 것이다. 17대 총선에 출마하는 여야의 여성후보는 역대 총선 중 최다인 51명. 여야는 비례대표에 여성을 50% 배정한다고 공언해놓은 상태다. 이들은 대부분 1980~1990년대에 관계, 법조계, 언론계, 기업, 시민운동 분야에서 탄탄한 경력을 쌓아온 여성들이다. 이에 2004년의 정치계 여성 파워는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대통령 탄생이 언제가 될지를 점치는 상황으로까지 커지고 있다. 스포츠계 여성파워, 세계에서 인정받는다 정치뿐만 아니라 이제 한국 여성의 파워는 스포츠, 문화, 과학 등 세계 속에서 인정받고 있다. 특히 스포츠에서는 LPGA에서 활약하는 여자 선수들의 활약이 가장 두드러진다. 통산 19승과 최연소 '커리어 그랜드슬램'(여러 시즌에 걸쳐 4개의 메이저 대회 우승)에 도전하는 박세리(27)를 비롯해 박지은(25) 김미현(27) 한희원(26) 안시현(20) 미셸 위(15) 등에 이르기까지 LPGA에서 한국 여성들의 활약은 세계 골프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이들이 대회마다 선의의 경쟁을 벌이며 선전해 한국은 굵직한 국제대회에서 톱10에 오르는 선수를 가장 많이 배출한 나라로 세계 여자 골프계에 자리잡고 있다. 여자 양궁도 여성 파워를 잘 보여주는 종목이다.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 등에서 개인전과 단체전을 석권하며 스포츠 강국으로서 한국의 위상을 높여주고 있다. 문화·예술 분야에서는 세계 오페라무대를 주름잡고 있는 성악가 조수미(42), 신영옥(43) 등이 한국 여성의 파워를 전 세계에 알리는 전도사로 활약하고 있다. 경찰대, 여학생들의 '선전' 눈부셔 지난달 경찰대(학장 이상업) 제20기 졸업 및 경위 임용식에서는 여학생이 전체 1,3,4등을 차지, 재작년 18기에 이어 '여성파워'를 실감케 했다. 주인공은 박선희(24.행정학) 경위와 임미하(23.법학), 백초현(24.행정학) 경위. 경찰대측은 여학생들이 남학생과 마찬가지로 태권도와 유도, 검도, 합기도 중 1종목을 선택해 무술 훈련을 받는 것은 물론, 구보나 체육활동도 똑같이 교육받는 점을 감안하면 여학생들의 '선전'이 눈부시다고 평가하고 있다. 경찰대에서 여학생을 처음으로 뽑은 것은 지난 89년부터로 5명씩 뽑아오다 97년 이후 여성의 지위향상과 여성경찰관의 역할 증대에 따라 입학정원의 10%인 12명을 선발하고 있다. 경찰대 출신 여경들 중 최선두주자는 90년에 입학한 10기 윤성혜씨로 경찰청 외사1과에서 경정으로 일하고 있으며 경감도 8명 배출됐다. 79년 제정된 경찰대 설치법에 따라 설립된 경찰대는 81년부터 신입생을 뽑아 매년 120명씩 경위(옛 파출소장급)로 임명되는 졸업생을 배출해왔으며, 졸업생 중 54명이 경찰서장급인 총경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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