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단일화 앞서 ‘친박 청산’ 강조…한국당, ‘단일화 ’놓고 내홍 조짐

▲ [시사포커스 / 고경수 기자] 바른정당 대선후보인 유승민 의원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국회의원-원외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지난 28일 바른정당이 원내교섭단체 자격을 갖춘 정당들 중 가장 먼저 대선 경선을 마무리 짓고 최종 후보를 확정지었다.
 
무엇보다 보수진영 중 한 축인 바른정당에서 일찌감치 범보수 단일화를 주장해 왔던 유 의원으로 대선후보를 확정했다는 데에서 앞으로 보수 단일화 역시 급물살을 타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다만 유 의원이 28일 대선후보자 선출대회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원칙 있는 단일화를 내세우며 보수후보 단일화를 원점에서 다시 생각하겠다는 신중한 입장으로 한 발 물러난 모습을 보인데다 자유한국당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보수단일화 의지를 내비치고 있는 대선후보인 홍준표 경남지사에 대해선 ‘성완종 게이트 연루 혐의’ 관련한 재판이 끝나지 않은 점을 꼬집기도 해 일각에선 연대론이 아니라 자강론 쪽으로 기운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단일화 외엔 뾰족한 대안도 없어 주요 원내 정당들 중 가장 먼저 대선후보를 확정 지은 바른정당이 대선 연대에 있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그 향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한국당과 보수단일화, 친박 청산이 관건
 
유 의원은 지난 28일 한국당과의 단일화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우선 새로운 보수의 길, 개혁적 보수의 길에 동의해야 하고, 국정농단에 책임 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을 팔아서 호가호위하며 권력을 누렸던 분들은 당연히 인적청산이 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여기에 하루 뒤인 29일 SBS라디오 ‘박진호의 시사전망대’와의 인터뷰에선 유 의원은 단일화와 관련해 한층 구체적인 입장을 내놨는데, “지금 자유한국당의 모습은 아직 친박이란 손아귀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라며 “국민들께서 납득할만한 원칙과 명분이 있는 그런 단일화가 아니면 저는 단일화 자체가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그는 “(연대 조건으로) 세 가지를 말씀드린다. 하나는 인적 청산이고 두 번째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10년 동안 낡은 보수를 해온 노선, 정책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이 되어야 한다. 또 하나는 지금 자유한국당 후보들이 1, 2등 달리는 후보들은 대통령이 되더라도 법원에 재판 받으러 가셔야 되는 분들이라 자격이 있느냐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표면상 일단 한국당의 확실한 친박 청산을 단일화 이전에 선행되어야 할 급선무로 꼽은 것인데, 이것이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 보고 의도적으로 조건으로 내건 것인지 아니면 친박과의 대립 끝에 탈당한 자신들이 한국당과 단일화를 하기 위한 최소한의 명분으로서 내세운 순수한 의미에서의 제안인지는 속내를 확인하기 쉽지 않다.
 
그나마 유 의원의 속셈을 일부 파악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그의 홍 지사에 대한 시각인데, 보수후보 중 현재로선 가장 높은 자신의 지지율을 믿고 보수단일화에 적극 나서고 있는 홍준표 지사를 향해선 28일 “홍 지사는 1심에서 1년6개월의 징역형을 받은 사람”이라며 “2심에서 무죄가 나왔는데 대법원에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일”이라고 견제구를 던진 점으로 미루어 보아 현 시점에서 한국당과의 보수단일화를 추진한다면 자신이 홍 지사에 밀려날 가능성이 있어 당장의 연대보다는 자신의 경쟁력을 키울 시간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둘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고 유 의원이 한국당이 아닌 국민의당과의 단일화 쪽에 관심을 둘 가능성을 따져 보자면 자강론을 내세운 안철수 후보가 상승세를 타고 국민의당 내 연대론자들은 부진하고 있는 상황에 비추어 이는 더 희박하다고 할 수 있는데, 유 의원 스스로도 “국민의당은 아직도 사드 배치에 대해 당론으로 반대하고 있다”며 “안보관과 대북관에 대해 전체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문제가 있는 정당이라 이런 문제에 대해 뭘 하지 않고서는 단일화하는 건 쉽지 않다”고 국민의당과의 단일화에는 선을 그은 바 있다.
 
하지만 유 의원으로 인해 바른정당 내 보수 단일화를 향한 움직임 자체가 둔화될 것이라 보기는 어려운데, 대선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보수단일화는 외통수이기에 단일화 과정에서 상호 어느 정도의 입지를 확보하거나 주도권을 쥐게 될 수 있을지 양당 간 조정만 잘 이뤄진다면 단일화는 사실상 시간문제라고 밖에 할 수 없다.
 
특히 유 의원이 최근 들어 홍 지사와도 접촉하는 등 한국당과의 보수단일화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김무성 의원을 29일 국회의원·원외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선대위원장으로 추대하자고 건의했다는 점에 비추어 봤을 때 선대위원장으로서 향후 김 의원이 선거 연대를 적극 추진해나갈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 자유한국당, 단일화 문제로 내홍 재발?
 
문제는 자유한국당 내에서 바른정당과의 보수단일화 문제로 대선후보 간 논쟁이 격화되면서 긴장된 분위기까지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인명진 한국당 비대위원장은 28일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중 대선 연대와 관련, “지금 시간도 많지 않고 각 정파가 처해있는 입장이라든지 가지고 있는 조건이 만만치 않아서 되면 좋겠지만 ‘쉽게 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있다”면서도 “우리 당이 바른정당과 연대를 하기 위한 조건을 어떻게 만들어나가는지가 굉장히 중요한 과제인데 그건 전적으로 대선후보가 누가 되느냐에 달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 위원장은 당내 목소리를 높이는 일부 친박 후보를 꼬집어 “지금 밖에 나타나는 몇 사람들이 있기는 한데 그 사람들이 우리 당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아니다”라며 “(연대를 위해서라면) 추가적으로 당을 쇄신하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2차 친박 청산 시도 의사까지 내비쳤다.
 
그러나 이 같은 발언을 내놓기 무섭게 인 위원장은 29일 돌연 오는 31일 대선후보가 확정되는 대로 비대위원장직에서 사퇴하겠다고 선언했는데, 소위 강성 친박으로 불리는 이들은 여전히 건재한 상황에서 당초 친박 청산을 목적으로 영입한 인 위원장만 물러나는 모양새여서 전날 친박계에 대한 2차 청산 얘기를 꺼내자마자 결국 밀려나게 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인 위원장 본인은 이날 사퇴 표명 회견에서 “자유한국당에는 친박이 없다. 김진태 의원도 친박이 없다고 했다”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친박과의 불화설을 일축했지만 추가 인적청산 의사를 내비친 지 하루만에 ‘원래 계획이었다’면서 인 위원장이 사퇴하는 수순을 밟게 되자 당장 친박계의 위세가 여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실제로 지난 8일 헌법재판소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반대 탄원서 제출 당시만 해도 자유한국당 의원들 중 최대 60명만이 서명했으나 29일 서울중앙지법에 조원진 의원이 제출한 박 전 대통령 불구속 수사 청원서에는 93명의 소속의원 중 무려 82명이 서명한 것으로 전해져 친박 세력이 과거 수준으로 당내 영향력을 거의 회복한 것이란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 [사진 / 시사포커스DB] 홍준표 지사는 자신이 자유한국당 내 친박 인사 일부를 내보내는 조건을 내세우며 바른정당에 연대를 제안했다는 일부 보도내용에 대해 극구부인했다.

심지어 ‘양박(양아치 친박)’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던 홍 지사조차 한층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이목을 끌고 있는데, 지난 28일 유 의원으로 바른정당 대선후보가 최종 확정되자 당시 홍 지사는 MBC에서 진행된 ‘100분토론’ 녹화 직후 기자들과 만나 보수후보 단일화 여부에 대해 “괜히 얘기하면 다른후보들이 야단치니까 후보 결정되면 그때 말하겠다”며 즉답을 피한 데 이어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과의 회동 여부에 대해서도 “지금 얘기하기 어렵다. 그 얘기하면 다른 후보들이 또 야단칠 것”이라고 일견 친박 후보들을 의식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발 더 나아가 홍 지사는 29일 서울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 신문방송 편집인 협회 초청 세미나에선 전날 한 매체에서 자신이 바른정당에 연대를 제안하며 친박의 상징적 인물을 몇 명 내보내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는 이른바 ‘친박청산 조건 연대설’을 보도한 데 대해 “(그런 적) 없다. 소설”이라고 부인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아예 연대할 생각을 안 하느냐는 질문에는 “그건 아니다”라고 못 박은 뒤 “보수 유일 후보 선발로 탄핵 원죄론을 넘어서야 한다. 우파 단일화와 중도 대연합을 통해 (야권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극복하겠다”며 여전히 보수단일화에 대한 기대감은 드러냈다.

이처럼 홍 지사가 ‘친박 청산 조건 연대설’을 일단 부인했음에도 불구하고 당내에선 점차 반발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는데, 한국당의 또 다른 대선후보인 김진태 의원은 29일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새 여자(바른정당) 만나 살림 차리려고 키우고 있던 애들(일부 한국당 의원)을 구박해서 내쫓겠다는 것이냐”면서 “이참에 당에 있던 사람들은 다 내보내고 짐 싸가지고 나간 사람들과 손 잡아 새로운 당을 만든 뒤 거기서 대장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맹공을 퍼부었다.
 
특히 김 의원은 ‘상징적 친박 몇 명’에 대한 추가 인적청산 가능성을 들어 “제가 상징적 인물에 들어가는지 안들어가는지 걱정이 많이 된다. 선거에 이기려면 지게 작대기라도 필요하다던 분이 나는 지게작대도 안 되냐는 것이냐”며 “이 정도 되면 저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중대 결심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고드린다”고 사퇴 가능성을 암시하기까지 했다.
 
이렇듯 보수 단일화를 놓고 한국당 내 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바른정당에서 선거 연대를 위해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해온 한국당의 친박 청산이 과연 이뤄질 수는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