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安 양자구도부터 4자구도 주장까지

▲ 19대 대선이 양자와 다자 구도 중 어느 쪽으로 치러질지 벌써부터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각 당 경선이 막바지로 접어들고 최종 후보의 윤곽이 점차 분명해지면서 본선에선 어떤 구도로 치러지게 될 것인지 벌써부터 세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일찌감치 이번 대선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본인의 대결이 될 것이라 예견했고,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인 홍준표 경남지사는 지난 6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에서 나온 보수 단일후보와 문 전 대표, 안 전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맞붙는 형태의 4자구도가 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누구의 주장이든 결국 반드시 넘어서야 할 상대로 현재 선두인 문 전 대표를 꼽은 셈인데 다자구도가 될수록 문 전 대표에 대한 경쟁후보들의 승률이 낮아지기에 소위 ‘반문 연대’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는 만큼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많은 이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문재인 대 안철수, 양자구도 가능할까
 
먼저 안 전 대표가 주장해 온 문 전 대표 대 안 전 대표라는 양자 구도를 살펴보자면 단순히 현재 여론조사 지지율 상으로 아직 둘 사이에 20% 이상 격차가 벌어져 있어 홀로 문 전 대표를 상대하기에는 벅차 보이는 게 사실이나 안 전 대표는 민주당 경선이 문 전 대표 확정으로 마무리되면 안희정 충남지사 등을 지지하던 일부 중도 보수층 표심이 자신에게로 쏠릴 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역시 20% 이상의 격차를 좁히기엔 부족함이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일단 국민의당의 기반인 호남과 안 전 대표의 고향인 부산·경남 지역에서 어느 정도 표심을 흡수할 수 있는지가 주요 관건이라 할 수 있겠다.
 
지난 총선에서 보여준 바와 같이 호남표심이 국민의당 쪽으로 대부분 기울게 될 경우 영남권에서도 안 전 대표와 일부 중첩되고 반문 정서가 강한 보수 유권자들이 양자구도에선 안 전 대표로 쏠릴 수 있어 문 전 대표는 수도권과 충청권 등을 승부처로 삼아야 된다.
 
그러나 충청권 역시 문 전 대표에게 마냥 호의적이라 보기도 어려운데 우선 안 지사를 지지하던 충청권 표심 중 일부는 안 지사가 경선에서 탈락하게 되면 보수후보가 아닌 이상 안 지사와 성향이 비슷하고 야권인 안 전 대표 지지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으며 현재 충청권 출신의 정운찬 전 총리가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 대표와 모색하는 새로운 움직임이 본선이 시작되고나서도 충청권 표심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충북지역은 충청권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이다 보니 양자구도에선 문 전 대표보다 안 전 대표를 지지하게 될 가능성이 높고 과거 호남 출신의 김대중과 충청의 김종필이 DJP연대로 대선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듯 국민의당이 제2의 DJP연대처럼 ‘반문 정서’가 강한 충청권 보수층으로부터 힘을 받게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양자구도에선 문 전 대표가 강력하게 내세운 정권교체 프레임이 안 전 대표 역시 같은 야권 후보이다 보니 별로 먹혀들지 않게 되면서 야권 지지층에서도 후보 선호도를 떠나 정권교체를 위해 유력주자에 ‘쏠림 투표’를 하려는 경향이 줄어들 수 있다는 부분이 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승리로 끝났던 지난 대선에서 문 전 대표와 안 전 대표 간 대선후보 단일화 논의 끝에 결국 문 전 대표 통합으로 결론 났었다는 점 역시 유권자들의 판단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민주당과 국민의당 모두 당 차원의 대북정책 기조에 있어 강경책이 아닌 유화책에 가까운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는 점은 안보를 중시하는 보수 유권자들을 흡수하는 데 방해요소가 될 공산이 큰데, 그 중에서도 문 전 대표는 대북관 부분에 있어 보수층들이 가진 의구심을 쉽게 풀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안 전 대표로선 이 부분을 확실하게 공략해야만 문 전 대표와 어느 정도 양강 구도를 이루게 될 수 있는데, 그런 점에서 보수진영과의 연대는 앞서 DJP연대를 언급했듯 필연적인 수순이 될 것이다.
 
보수진영과의 연대 없이 자강론만을 고수하면서 양자 구도라는 점에만 기대 스스로 외연 확장을 도외시할 경우 아예 보수성향 유권자들이 이번 대선에선 뽑을 후보가 없다며 대거 투표에 불참하는 사태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선지 국민의당 일각에선 자강론을 외치는 안 전 대표와 별개로 박주선 국회부의장이나 손학규 전 지사 등 연대론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으며 심지어 안 전 대표에 힘을 실어왔던 박지원 대표까지도 최근 들어 연대 움직임을 모색하고 있다.
 
실제로 박 대표는 28일 부산 벡스코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 주 초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을 만났고, 주중엔 김종필 전 국무총리 자택으로 찾아뵀다”고 연쇄 회동 사실을 밝힌 데 이어 내주쯤엔 김종인 전 비대위 대표와도 접촉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정당은 자기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하다”고 발언했던 박 대표는 이날만은 “선거기간이 좀 더 가까워진 것 같다”며 “다당제에서 멜팅팟처럼 연정이 되는 게 아니고 샐러드볼처럼 각 당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통합적인 그런 ‘샐러드 연정’이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연정에 대한 자신의 구상까지 내비치기도 해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 3자구도, 보수후보 단일화 여부가 변수

 
3자구도가 이뤄질 경우 계산이 좀 더 복잡해지는데, 문 전 대표가 앞서 있는 현 시점만을 놓고 보자면 일대일 구도가 아닌 이상 갈라지면 갈라질수록 선두주자와 맞서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3자구도는 이미 언급한 문 전 대표와 안 전 대표 외에 보수진영 후보가 추가되는 구도를 뜻하는데, 여기에 심상정 정의당 후보까지 포함해 일부에선 4자구도로 칭하기도 한다.
 
보수단일후보의 출현은 보수 유권자들을 하나로 끌어 모은다는 점에서 문재인 대 안철수의 양자대결에서 일어날 일부 보수층의 투표 포기 가능성을 크게 낮출 게 분명하고, 안 지사와 달리 문 전 대표는 보수 표심으로 외연 확장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부분이나 안 전 대표도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국민의당 출신이란 점을 감안한다면 보수단일후보의 지지율도 간과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를 것이라 점쳐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미 불출마를 선언하긴 했지만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한때 20%대 지지율까지 얻은 점을 들 수 있는데, 박근혜 정부의 총리로 활동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사태 속에서 이 정도 지지율을 이끌어냈다는 점은 보수층 결집을 무시할 수만은 없다는 하나의 증거가 되고 있다.
 
보수진영 역시 현재 두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대선후보가 전무한 만큼 그나마 각 보수정당의 선두후보들이 보수단일화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실정인데, 자유한국당에선 홍준표 경남지사가 이를 주도하고 있고 바른정당에선 유승민 의원이 가장 먼저 범보수단일화를 거론한 바 있다.
 
특히 홍 지사는 지난 17일 당 대선후보 비전대회 정견발표 당시 “과거 87년 대선 당시 4자구도를 떠올려보면 이길 수 있다”며 “우파에 단일후보, 좌파 2명, 중도 1명이 후보로 나오는 4자구도라면 보수도 대권 승산이 있다. 심상정과 문재인이 좌파, 안철수는 중도이고 우파 1명이 가면 선거를 이길 수 있다는 뜻”이라고 보수후보 단일화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 대통령 후보 수락연설을 하고 있는 유승민 의원. 시사포커스 / 고경수 기자

원내교섭단체 4당 중 가장 먼저 최종 후보를 확정한 바른정당에서도 28일 유승민 의원이 대선후보자 선출대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단일화 문제를 언급했는데, 아직은 자당에 불리한 시점이라 여겼는지 이전에 비해 다소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유 의원은 이날 한국당과의 단일화에 대해 “몇가지 원칙과 명분이 지켜져야 한다”며 “우선 새로운 보수의 길, 개혁적 보수의 길에 동의해야 하고 국정농단에 책임 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을 팔아서 호가호위하며 권력을 누렸던 분들은 당연히 인적청산이 돼야 한다”고 조건을 내걸었다.
 
그러면서도 국민의당과의 단일화에 대해선 “국민의당은 아직도 사드 배치에 대해 당론으로 반대하고 있다”며 “안보관과 대북관에 문제가 있는 정당이라 이를 분명히 하지 않고서는 단일화하는 건 쉽지 않다”고 사실상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여 향후 대선판에 상당한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관측된다.
 
바른정당이 보수단일화를 호소하는 한국당과 끝까지 완주할 의사가 분명한 안 전 대표의 국민의당 중 어느 쪽의 손을 잡고 연대를 이뤄가느냐에 따라 대선구도가 분명하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앞으로 안 전 대표가 말한 것처럼 대선 본선은 문재인과 안철수의 양자 대결이 될지 아니면 홍 지사의 발언대로 4자 구도가 될 것인지 ‘장미대선’의 향방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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