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13가지 혐의, 검찰 출석해 ‘싱거운’ 두 줄 발언만

▲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그는 포토라인에 서서 단 두마디만 하고 청사로 들어갔다. 그에 대한 구속수사 여부에 여론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뉴시스
[ 시사포커스 / 고승은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지 11일만인 21일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24분경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있는 서울중앙지검에 나와서 포토라인에 섰다.
 
앞서 박 전 대통령 측 손범규 변호사는 전날 기자들에게 "입장을 밝힐 것이다. 준비한 메시지가 있다“고 했으나. 박 전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다“며 단 두 줄의 ‘싱거운’ 말만 했다.
 
박 전 대통령은 그동안 검찰 수사나 특검 수사, 헌재 출석 등을 모두 거부하면서도 ‘엮였다’라며 자신에 대한 모든 의혹을 전면 부인해왔다. 또 파면 결정에도 불복하는 모습을 보여 여론의 분노에 불을 지폈다. 결국 이번에도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음에 따라, 여론의 비판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또 일찍부터 모여든 기자들의 질문에도 일절 답하지 않고 검찰 청사로 들어갔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세 차례의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면서도 기자들 질문은 일절 받지 않은 것과 같은 행동이다.
 
◆ 13가지 혐의는
 
박 전 대통령에 현재 적용된 혐의는 뇌물수수, 직권남용, 강요 등등 총 13가지에 달할 정도로 방대하다.
 
지난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한 1기 검찰 특수본은 박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명시하며 8개 혐의를 적용했다.
 
1기 특수본이 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한 8개 혐의는 구체적으로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대기업 강제출연 강요(직권남용, 강요) ▲47건의 청와대 문건 최순실씨에 유출(공무상 비밀누설) ▲포스코의 펜싱팀 창단(직권남용, 강요) ▲롯데 하남 복합체육시설 건립비 70억원 교부(직권남용, 강요) ▲현대차의 KD코퍼레이션 납품계약 및 최순실 소유 플레이그라운드 광고 발주 압력(직권남용, 강요) ▲그랜드코리아레저 스포츠단 창단 및 계약체결 강요(직권남용, 강요) ▲KT 광고담당 인사개입 및 플레이그라운드의 68억원 광고수주 강요(직권남용, 강요) ▲이미경 CJ부회장 퇴진 압력(강요미수) 등이다.
 
이어 박영수 특검팀은 70일간의 수사를 통해 박 전 대통령에게 5가지 혐의를 더 추가했다. 구체적으론 ▲삼성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및 영재센터·승마 지원(뇌물수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및 시행(직권남용, 강요) ▲문체부 노태강 국장-진재수 과장에 대한 부당인사(직권남용, 강요) ▲문체부 1급 공무원 3명 사표 강요(직권남용, 강요) ▲이상화 하나은행 본부장 인사개입(직권남용) 등이다.
 
◆ 가장 중대한 ‘뇌물수수’ 혐의, 인정 시 ‘종신형’
 
이 중 가장 굵직한 혐의는 단연 뇌물수수 혐의다. 특검팀은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공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를 돕는 대가로 433억원의 뇌물을 받거나 받기로 약속했다고 판단했다.
 
특검팀은 삼성 계열사들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낸 204억원을 비롯, 삼성전자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낸 후원금 16억여원, 최순실의 독일법인인 비덱스포츠와 맺은 컨설팅 계약금액 213억원(실제 지급금액은 약 78억원) 등을 모두 뇌물 또는 제3자 뇌물로 판단했다. 이 중 실제 전달된 금액은 약 298억원이다.
 
만약 해당 혐의가 일부라도 인정될 경우, 박 전 대통령은 중형을 피할 수 없게 된다.
▲ 박영수 특검팀은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공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를 돕는 대가로 433억원의 뇌물을 수수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실제 전달된 금액은 약 298억원이다. ⓒ 뉴시스
판사 출신이자 국회 탄핵소추위원으로도 활동했던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일 페이스북을 통해 “13개항에 이른 혐의중 최고는 78억 최순실 정유라에 송금한 뇌물수수”라며 “특가법에 해당되어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법정형이 규정돼 있고 최고 30년까지다. 무기가 아닌 유기징역형을 선택하더라도 여러 범죄가 경합하며 1/2 경합범가중을 하면 최고 45년까지 선고할 형의 범위가 넓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특가법(특정범죄 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반드시 벌금형을 병과하도록 되어 있고, 이 경우 수뢰액 78억의 2배에서 5배까지 156억에서 350억까지의 범위 내 벌금 선고가 가능하다. 그만큼 검찰과 특검에 의해 기소된 내용은 상상을 불허할 만큼 위증하다”고 강조했다.
 
특가법 제2조(뇌물죄의 가중처벌)에 따르면, ‘수뢰액이 1억원 이상인 경우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돼 있다. 혐의가 인정될 경우 종신형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박 전 대통령의 혐의를 입증할 핵심 증거들은 안종범 전 수석이 쓴 수십여권의 업무수첩과 정호성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 녹음파일이 대표적이다. 그의 혐의가 정말 방대한 만큼 오늘 조사는 밤늦게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 “최고정점이 구속 안 된다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수사가 이뤄질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부장검사 출신인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은 21일 YTN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박 전 대통령의 구속 여부에 대해 “저는 (박근혜가)구속되리라 본다. 오늘 조사하고 검찰이 3~4일 정도는 사회적인 의견 청취, 여론 수렴의 절차적 시간을 가진 후에 영장을 청구하고, 검찰이 영장을 청구하면 법원에선 당연히 발부하고 구속될 거라 본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그 이유는 우선 안종범씨라든지, 정호성씨라든지, 이재용씨라든지, 김기춘 실장이라든지 실은 대통령 하부단계에서 뭔가 일을 수행하고 지시를 이행했던 종범들이 다 구속됐지 않나. 그런데 최고정점에 있는 사람이 전직 대통령이었던 이유 하나만으로 구속이 안된다면 이건 헌법상에 특수신분을 창설하는 일이기 때문에, 현재 국민들이 전혀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이 초창기에 사회적으로 문제제기 됐을 때, 검찰에서 수사를 굉장히 미온적으로 했다. 그런 부분들을 국민이 굉장히 생생히 기억하고 뇌리에 남아 있고, 그런 부분이 검찰에 대한 제도 개선이나 사법개혁의 동기가 되고 있다는 것을 검찰 스스로도 알고 있기 때문에 정말 법과 원칙에 따라서 처리할 수밖에 없는 것이 지금 2017년도의 시대정신이라고 본다”며 구속영장 청구를 전망했다.
 
역시 부장검사 출신인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도 같은날 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이미 구속되어 재판받고 있는 피고인이 여러 명이 있지 않나? 검찰 스스로도 이미 증거가 차고 넘친다는 표현을 할 정도의 입장이 있지 않겠나?”라며 “오늘 조사과정에서 그것이 뒤집을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99%을 넘어서 100% 구속영장청구는 불가피하다 이렇게 본다”며 역시 구속수사를 전망했다.
 
그는 사전구속영장 및 영장발부 여부를 98%정도로 전망했다. 다만 2%의 불확실성에 대해선 황교안 권한대행의 존재라고 전망했다.
 
역시 검사 출신인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구속 사유는 기본적으로 증거 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으면 구속을 하게 된다”며 “그래서 최순실씨 이재용씨 다 구속이 된 건데, 지금 보면 박 전 대통령은 범행을 부인하고 있고 또 이영선, 윤전추를 비롯해서 청와대 시절에 자기가 데리고 있던 부하직원들하고 끊임없이 연락을 하고 있고 삼성동으로 불러들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사람들(부하직원)도 중요한 참고인 내지 증인이 될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이 사람들의 진술에 영향을 끼쳐서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하며 “그 전에 검찰, 특검 여러 차례에 걸쳐서 소환에 응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구속을 하는 것이 당연히 맞지 않나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빠른 시간 내에 진실을 밝혀서 여기에 대해서 가장 정의에 맞는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는 박 전 대통령의 증거인멸 우려나 그동안 소환에 불응한 것을 참작해서 구속을 해야 된다는 것이 법조계의 거의 압도적인 다수의 견해”라고 거듭 강조했다.
 
조국 서울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트위터에서 “박근혜라는 이름을 빼고 유사한 죄질의 사건을 상정하면, 피의자가 13가지 혐의 중 일부라도 솔직히 시인할 경우 구속영장 불청구될 수 있지만, 전면부인할 경우 청구 쪽으로 간다. 검찰, 증거 분명한데 부인하는 피의자를 싫어한다.”고 지적했다. 박 전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혐의를 모두 부인한 만큼, 영장 청구 쪽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최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수사 찬성 여론은 70%에 육박할 정도로 높은 상황이다. 검찰이 구속수사를 택할지 모든 시민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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