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수업 첫발과 그룹 재건의 마침표

▲ 박삼구 회장이 금호타이어 인수에 집작하는 이유는 선친인 고 박인천 회장과 경영수업을 받은 곳이기도 하면서 그룹 재건의 마지막 퍼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사진 / 시사포커스 DB]
[시사포커스 / 김용철 기자] 물을 등지고 진을 친다는 뜻으로 어떤 일에 결사적인 각오로 임한다는 말인 배수진은 사기(史記) ‘회음후열전(淮陰侯列傳)’에 나오는 말이다. 배수진은 오랜 원정을 거듭해 조나라보다도 전력이 떨어진 한신의 전술에서 유래한 말로 막다른 골목에 몰린 것처럼 사생결단하는 정신 상태로 싸움에 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박삼구 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컨소시엄이 안되면 금호타이어를 포기하겠다는 말로 배수진을 치며 사생결단의 각오고 금호타이어를 품에 안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금호타이어가 박삼구 회장에게 어떤 가치가 있기에 배수진까지 쳐가며 인수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것일까에 대한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선친 박인천 회장과 경영 첫발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 인수에 집작하는 이유는 선친인 고 박인천 회장을 빼놓으면 설명할 수 없다. 금호타이어는 박삼구 회장에겐 추억이 묻어있는 곳이다.

박 회장과 선친인 금호그룹 창업주인 고(故) 박인천 회장, 금호타이어 사이에 연결고리가 있다. 1946년 금호고속을 창업한 박인천 회장은 고속버스를 운영하며 승객들의 발 역할을 했는데 승객들이 많아지면서 타이어에 펑크가 나는 문제점이 노출됐다.

양질의 타이어 확보가 무엇보다 절실했던 박인천 회장은 직접 타이어를 확보하겠다며 설립한 회사가 금호타이어다. 박삼구 회장은 1967년 22살의 나이로 회사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게 되는 데 그곳이 금호타이어다. 선친의 땀과 애환이 묻어있고, 경영수업을 받으며 꿈을 키우는 곳이기에 박 회장으로선 각별할 수밖에 없다. 

◆그룹 재건의 마지막 퍼즐
▲ 그룹은 “산업은행이 지금까지 컨소시엄을 허용할 수 없다는 공식적인 통지를 하지 않고 언론에만 발표하고 있는 것 역시 이해할 수 없다”며 “우선매수권 행사 여부를 떠나 매각 절차상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또 다른 이유로는 그룹 재건의 마지막 퍼즐로 금호타이어를 거론한다. 과거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무리하게 인수하다 그룹전체가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2009년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재무구조 개선작업)에 들어가 채권단의 관리를 받아왔다. 당시 금호타이어와 함께 워크아웃에 들어간 금호산업은 2015년 되찾았다.

마지막 금호타이어가 남아 있는데 인수전이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중국 타이어 업체 더블스타와 금호타이어 채권단이 지난 13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매각 금액은 9550억원으로 박삼구 회장이 30일 이내에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더블스타는 42.01%의 지분 비율로 금호타이어의 최대 주주가 된다.

박 회장은 9천550억원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개인자격으로 ‘금호인베스트’의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했다. 여기까진 박 회장이 착실히 준비했다.

문제는 채권단이 우선매수권의 3자 양도를 불가 한다는 점이다. 채권단은 기존 입장처럼 “제3자 양도를 허용하는 컨소시엄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박삼구 회장이 우선매수권부여약정서의 허점을 파고들어 우선매수청구권 약정변경을 제기하면서 채권단을 압박하는 모양새로 흘러가고 있다.

개인자격으로 ‘금호인베스트’의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했지만 1조원에 육박하는 인수자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금호산업 인수 당시 그룹 계열사를 동원하는 것처럼 인수하는 게 재무적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 근거로 우선매수권부여약정서 ‘제5조 1항’을 들어 개인자격 뿐아니라 컨소시엄 구성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우선매수권부여약정서 ‘제5조 1항’은 ‘우선매수권자의 우선매수 권리는 주주협의회의 사전 서면승인이 없는 한 제 3자에게 양도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주주협의회의 사전 서면승인이 있다면 제 3자에게 양도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기에 박 회장은 이 조항을 들어 2일과 6일 각각 산은과 주주협의회에 공문을 보내 컨소시엄 허용안 논의를 요청했다.
 
문제는 주주협의회와 산은이 박 회장이 보낸 공문에 공식적인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불허 입장을 밝히고 있어서다. 주주협의회는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재무적 투자자(FI)로부터 빌려오는 돈은 개인 자금으로 인정한다는 방침이지만 제3의 기업과 컨소시엄을 이뤄 인수에 나서는 것은 안된다며 선을 긋고 있다.

주주협의회는 금호타이어를 비싼 값에 파는 게 목적으로 박 회장이 과거 금호산업 인수처럼 지분을 담보로 자금을 빌리는 방식으로 인수하면 그룹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게 이유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컨소시엄 허용 요청에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공식적인 논의 없이 일방적 불허 입장을 밝히는 것에 대해 입장자료를 내고 “금호타이어 매각과 관련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타이어 주주협의회간 법적 다툼으로 번질 조짐이다. 그룹은 “산업은행이 지금까지 컨소시엄을 허용할 수 없다는 공식적인 통지를 하지 않고 언론에만 발표하고 있는 것 역시 이해할 수 없다”며 “우선매수권 행사 여부를 떠나 매각 절차상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주채권단인 산업은행은 금호타이어 경영권 지분을 인수하라고 박 회장에 공식 통보했다. 박 회장은 4월13일까지 주주협의회에 우선매수권 행사 여부와 자금 조달 계획서를 제출하면 채권단이 심사를 거쳐 금호타이어를 되찾게 된다. 그러나 소송으로 번질 경우 매각이 완료하기 까지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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