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탄핵 인용 시 조기 대선 돌입…민주당 vs 제3지대 구도 전망

▲ 헌법재판소가 최종 변론을 마친지 11일만인 오는 10일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한 결과를 선고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운명의 탄핵심판 선고일을 목전에 두고 어느덧 여야가 치열한 수 싸움에 들어갔다.
 
탄핵 인용 시 헌법상 60일 이내에 대선이 치러져야 하는 만큼 현재 각 정당의 경선 준비 상황을 감안하면 5월 초에나 대선이 치러질 것으로 전망되는데 5월 첫째 주에는 공휴일이 몰려 있어 둘째 주인 9일 정도에 대통령 선거를 하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 뿐 아니라 일부에선 아예 기각 판결이 나올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하고 있어 헌재의 판단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데, 혹여 기각 혹은 각하 판결이 나올 경우엔 인용 시보다 더한 충격이 정계를 휩쓸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각 당은 탄핵 이후 정계개편 상황을 저마다 구상하며 충격에 대비하고 있는 상황인데, 일단 탄핵 인용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대체로 염두에 두고 준비하는 모양새다.
 
◆ 탄핵 인용과 기각 중 어느 쪽 힘 실렸나
 
매주 장외 집회를 통한 여론전이 계속되며 탄핵 찬반을 놓고 들끓는 모습이지만 여론조사기관 알앤써치가 지난 6일부터 이틀간 전국 성인남녀 1252명 대상으로 무선 100% RDD 자동응답 방식을 통해 조사해 8일 발표한 3월 2주차 정례조사(95% 신뢰수준에 ±2.8%P, 응답률 4.4%)에 따르면 헌재의 탄핵 인용 시 승복하겠다는 의견이 64.9%이고 승복할 수 없다는 답변은 18.5%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헌재가 탄핵 기각 혹은 각하 판결을 내리게 될 경우엔 승복할 수 없다는 응답이 42.2%를 기록한 반면 승복하겠다는 의견은 34.7%인 것으로 나와 어느 쪽으로 보든 탄핵 인용 쪽으로 좀 더 기울어져 있는 형세라 할 수 있다.
 
또 앞서 박근혜 대통령 변호인단에서 헌재에 최종 변론기일 연기를 계속 요청하며 지연 전략을 펼치려 했다는 점을 비롯해 탄핵 반대 진영 측에서 여론전을 통한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고 여당인 자유한국당에서도 친박 의원들을 중심으로 탄원서까지 헌재에 제출하기에 이르렀다는 점은 이미 인용 쪽으로 힘이 실렸다는 반증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이 뿐 아니라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퇴임일인 오는 13일 이전으로 선고일을 정할 경우 역시 탄핵 인용 가능성이 높다고 볼 근거가 될 수 있는데, 자신의 임기 동안 탄핵이 기각될 경우 인용 판결 때보다 더 큰 후폭풍에 직면할 수 있다는 부담감 때문에 조금이라도 탄핵이 기각될 것이라 생각한다면 자신의 퇴임 이후로 선고일을 잡으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헌재가 오는 10일 오전 11시에 생중계로 탄핵심판 결과를 선고하겠다고 8일 전격 발표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박 대통령의 파면은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 탄핵 인용 시 與 탈당 성사 여부가 정국구도 바꿔
 
일단 박 대통령이 오는 10일 탄핵 선고를 받게 될 경우 가장 타격을 받게 될 곳은 당연하게도 집권여당인 자유한국당이다.
 
여전히 보수성향 대선후보 중 1, 2위를 기록하고 있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홍준표 경남지사를 잠재후보군으로 품고 있는데다 소속의원 수 94명으로 원내 2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탄핵 인용으로 인한 보수대결집이 이루어진다 한들 선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따라잡기에는 그 격차가 너무 크고 탄핵 인용에 따른 후폭풍으로 당내 충청권 혹은 비박계 의원들의 탈당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당 지도부로선 적잖이 곤혹스러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 헌재에서 탄핵 인용으로 선고할 경우 이를 구실로 자유한국당에서 비박계 의원들의 2차 탈당이 이어진다면 바른정당이 세를 불리면서 현재의 원내구도가 상당히 다른 모습으로 바뀌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 / 고경수 기자

반면 지지율 부진으로 신음하던 바른정당은 탄핵 인용을 부활의 전기로 삼아 한국당 내 2차 탈당을 유도하기 위해 총력전에 나설 가능성이 큰데, 한국당에서 최소한 32명 이상 탈당해 바른정당으로 모두 합류하게 되면 현재 4위에서 단숨에 한국당마저 제치고 2위까지 올라갈 수 있게 된다.
 
이 같은 탈당이 조기 대선 이전에 이뤄지게 된다면 현재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종인 전 비대위 대표를 중심으로 추진될 조짐이 비쳐지고 있는 제3지대를 결성하는 데 있어서도 바른정당이 국민의당보다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어 후보 단일화 경선이라든지 향후 연정 국면에서 각 당별 지분에 있어서도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제3지대를 통한 단일화를 거쳐 최종적으로 배출된 후보가 바른정당 출신일 경우 당초 보수정당 소속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다른 정당 후보가 단일화 후보로 나오는 것보다 본선에서 맞설 민주당 측 후보와 지지층이 중첩될 가능성이 낮아 보다 지지율 이탈에 대한 우려가 보다 낮을 것으로 분석된다.
 
바른정당 뿐 아니라 다른 야권 정당도 탄핵 인용으로 상당한 수혜를 보게 된다는 점은 마찬가지인데, 현재 대선판 선두를 지키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탄핵 인용 효과에 힘입어 자당의 우위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국민의당 역시 탄핵 기각보다는 인용되는 편이 이득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탄핵 인용으로 인한 효과를 특정 정당이 독점하는 게 아니라 야권 모두에 분산되다 보니 규모가 큰 더불어민주당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현재의 대선구도를 뒤집을 만한 전기로 활용하기엔 어렵다는 점이 야권 내 중소정당들에 큰 아쉬움으로 남고 있다.
 
그 중에서도 국민의당은 탄핵 인용 이후 바른정당의 ‘세 불리기’가 성공한다면 제3지대를 통해 민주당과 맞서려 해도 이보다 앞서 바른정당에게 밀려나버릴 가능성이 있어 인용된다면 인용 되는대로 고민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다른 야권 정당들과 달리 아직도 경선 룰마저 확실히 매듭짓지 못한 채 당내 대선주자인 안철수 전 대표와 영입 후보인 손학규 전 경기지사 간 갈등만 깊어지고 있어 여러모로 난국에 처해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변수가 남아있다면 한국당 의원들의 탈당이 소규모에 그치거나 독자 세력 형성 등 여러 방향으로 분산되어 버리면서 바른정당이 국민의당을 크게 웃돌지는 못하는 수준에 머무를 경우 국민의당에게도 제3지대 결성 시 돌파구를 마련할 만한 여지는 생길 수 있다.
 
바로 여당인 한국당까지 제3지대로 끌어와 3자 구도를 이루는 것인데, 물론 보수적통 경쟁을 벌이는 바른정당 측에선 즉각 반대하고 나서겠으나 제3지대의 주축 중 하나인 김종인 전 비대위 대표가 지난 7일 “국회에서 각종 입법이 순탄하게 이뤄져야 하는데 180석 이상의 의석이 확보가 되는 그런 정부의 형태가 만들어지지 않고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던 만큼 향후 연정 필요성을 감안해서라도 일찌감치 180석 규모를 이루기 위해 한국당을 끌어들어야만 하는 현실적 고민을 해보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한국당 입장에서도 탄핵이 인용된 판국에 대선 승리 전망도 희박하다면 결국 조금이라도 확률이 높은 제3지대 대열에 합류함으로써 만의 하나 민주당까지 제치게 되면 3당 공동연립정권을 이루는 형태로 나름의 지분을 확보해보겠다는 계산을 할 수 있다.
 
이에 반해 만일 탄핵이 기각된다면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정지가 풀리면서 임기를 끝까지 이어가게 되고 기각 시 총사퇴를 공언했던 바른정당은 지리멸렬하게 하게 되며 조기 대선 자체가 무산되면서 이에 반발한 야권과 일부 여론이 한 목소리로 정부여당을 성토하는 등 혼란이 극에 달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한국당은 탄핵이 인용될 경우보다는 한층 수월하게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새 대선후보로 내놓게 될 수 있는데다 ‘명분 없는 탄핵’이었다는 프레임까지 내세운다면 12월 중순경으로 미뤄진 대선까지 지지율을 끌어올릴 시간이 충분해 당장 우위를 지키던 민주당 측은 더 이상 마음 놓기 어려워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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