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관계 줄고 있지만 오너 입맛에 따라 이사회 구성 여전

▲ 주주총회가 3월에 대거 몰리면서 ‘주총시즌’이 돌입하는 가운데 사외이사 재선임 및 선임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삼성전자 주주총회. [사진 / 시사포커스 DB]
[시사포커스 / 김용철 기자] 국내 기업들의 주주총회가 3월에 대거 몰리면서 ‘주총시즌’이 돌입하는 가운데 사외이사 재선임 및 선임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은 주주총회에 앞서 이사회를 열고 사외이사 재선임 및 선임 건을 의결하고 주주총회에 안건으로 상정해 주주들의 의견을 묻고 사외이사로 구성된 이사회를 꾸리게 된다.

◆대내외 환경 탓 재계, 전문가 사외이사 구성
3일 재계에 따르면 각 대기업들이 거물급 사외이사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미국시장에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기업들이 미국과의 통상마찰을 줄이기 위한 방편으로 통상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또한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인한 중국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중국에 정통한 인물을 사외이사로 앉히기 위한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이밖에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검찰 및 특검의 전방위 수사와 이른 조기대선의 가시화, 그리고 여느 때보다 심각한 반기업 정서 확산으로 불확실성을 대비하기 위해 국세청, 검찰, 경찰 등 고위간부 출신은 기업들의 영입 1순위다. 

LS그룹 지주사인 (주)LS는 오는 24일 정기 주총에서 권재진 전 법무부 장관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JW생명과학은 박형철 법률사무소 담박 대표변호사를 오는 17일 사외이사로 영입한다. 국세청 출신 사외이사도 기업에 대거 포진된다. LG전자 사외이사에 백용호 전 국세청장이, 김덕중 전 국세청장이 기아자동차 사외이사로 각각 내정 돼 있으며, 임창규 전 광주지방국세청장은 현대글로비스 주총에서 사외이사로, 이병국 전 서울국세청장은 LS산전 사외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WTO(세계무역기구) 무력화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무역전쟁이 가시화 될 것이라는 분석에 기업들이 통상 전문가 사외이사 영입에도 속도전을 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수석대표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김종훈 전 국회의원을 24일 주주총회에서 신임 사외이사로 선출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 측은 이사회 산하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한 여러 인사들 가운데 김종훈 전 의원이 외교통상전문가로 글로벌 네트워크에 강점이 있어 적임자로 판단해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너 입맛 전락 사외이사 독립성이 관건
▲ 김덕중 전 국세청장이 기아자동차 사외이사로 각각 내정 돼 있으며, SK이노베이션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수석대표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김종훈 전 국회의원을 24일 주주총회에서 신임 사외이사로 선출할 계획이다. [사진 / 시사포커스 DB]

문제는 대기업들이 사외이사를 선임함에 있어 이사회의 독립성이 유지되느냐가 관건이다. 사외이사는 전문적인 지식이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경영 전반에 걸쳐 폭넓은 조언과 전문지식을 구하기 위해 선임되는 게 통상으로 대학교수, 변호사, 공인회계사, 언론인, 퇴직관료나 기업인 등 일정 요건을 갖춘 전문가들이 사외이사가 된다.

각 기업들의 이사회 규정이 잘 정비돼 있다 하더라도 사외이사를 오너 입맛대로 구성하게 되거나 낙하산 인사가 꽂히게 되면 이사회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게 되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따라서 독립성과 전문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사외이사는 독립적인 위치에서 지배주주를 비롯한 이사의 직무집행에 대한 감시와 감독 직무를 객관적으로 수행해 경영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해야 함에도 국내 대기업의 대부분 사외이사들은 거수기 역할에 그쳤다는 비판에 직면한 상태다.

공정거래위윈회가 지난해 12월 ‘2016년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분석’을 통해 최근 1년(2015년 4월1일~2016년 3월31일) 대기업 집단 상장사 이사회 안건 3997건 중 사외이사 반대 등으로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은 안건이 16건에 불과했고, 이들 16건 중 부결된 안건은 2건 뿐이었다.

김정기 공정위 기업집단과장은 “사외이사의 반대 등으로 원안 가결 되지 않은 이사회 안건 비율도 0.4%에 그치는 등 사외이사들이 거수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제개혁연구소도 사외이사의 독립성에 대한 보고서를 통해 사외이사 독립성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경제개혁연구소가 지난 2일 ‘대규모기업집단 소속 상장회사를 중심으로 사외이사 및 감사의 독립성 분석’ 보고서를 통해 회사나 경영진과 직간접적인 이해관계가 의심되는 사외이사가 4명 중 1명이 독립성이 의심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사외이사 184명 분석대상의 22.91%가 회사 및 경영진과 직간접적 이해관계가 의심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10여년 전 이해관계 있는 사외이사가 37%를 초과한 것에 비해 매년 그 비중은 줄어들고 있는 추세고, 직접 이해관계와 학연 있는 사외이사 비중 모두 매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수정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사외이사와 감사의 독립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감사위원 분리선출, 집중투표제 의무화, 사외이사인 감사위원 선임시 3% 이상 주주의 의결권 제한 강화, 사외이사 자격요건 강화 등의 제도개선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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