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가 애물단지’... 고민에 휩싸인 삼성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삼성에버랜드가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자회사 지분을 대량 매각해야 할 처지에 처했다. 삼성생명 주식가액, 에버랜드 자산총액의 54.7% 차지 4월 7일 참여연대는 삼성에버랜드의 2003 회계년도 결산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에버랜드가 보유한 삼성생명 주식가액(1조7377억여원, 지분율 19.34%)이 에버랜드 자산총액(3조1748억여원)의 54.7%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참여연대는 삼성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의 요건을 갖췄으나 금융감독위원회로부터 인가를 받지 않았다며, 금감위가 에버랜드 및 회사관계자를 검찰에 고발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금감위는 "에버랜드가 금융지주사 요건에 해당하는지와 법 위반 여부 및 이에 대한 제재 여부를 다음주에 결정할 것"이라며, "법 문제이기 때문에 감독원 규정만 적용해서 판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반면 공정거래위원회는 4월 9일 삼성에버랜드의 지주회사 해당여부를 검토한 결과 올해 1월 1일자로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에 해당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삼성에버랜드의 자회사는 삼성생명보험(지분율 19.34%)과 (주)올앳(30.0%) 등 2개사이다. 공정위는 "삼성에버랜드의 자산총액(3조1749억원) 대비 자회사 출자금액(1조7402억원)이 54.8%였다"며 "삼성에버랜드는 4월말까지 공정위에 지주회사 전환신고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또 "지주회사체제 전환 여부는 지주회사의 의지와는 무관하다"며 "다만 자회사 주식가액이 증가해서 지주회사로 전환된 경우 유예기간을 인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자산 1000억원 이상, 계열사 지분이 자산의 50%이상' 요건을 충족하면 지주회사로 인정하고 있다. 삼성생명 지분 유지하려면 그룹과 분리돼야 하는 에버랜드 이처럼 삼성에버랜드가 지주회사로 판명됨에 따라, 이달 말까지 신고의무를 가지게 되며, 신고를 하지 않으면 최고 1억원까지 벌금을 물게 되며, 지주회사 행위제한 규정을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억원까지 벌금을 물게 된다. 현행법상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은 분리돼야 한다는 점에서 삼성에버랜드가 삼성생명 지분을 현행대로 유지하려면 금융지주회사로서 삼성그룹과 분리돼야 한다. 금융지주회사 규제를 받게 되면 부채비율을 1백% 이내로 맞춰야 하고, 자회사 지분율도 상장사는 30%, 비상장사는 50%까지 확보해야 한다. 비금융 자회사와 자회사 외에 일반 계열사 주식은 보유할 수 없다. 특히 삼성에버랜드와 같이 지분법 평가에 따라 지주회사로 편입된 경우 부채비율 요건은 1년, 자회사 지분율 및 계열사 지분처분 요건은 2년의 유예기간이 주어지게 되지만 보유중인 비금융 자회사 주식은 별도의 유예기간 없이 곧바로 팔아야 한다. 이럴 경우 삼성에버랜드는 2년 이내에 다른 삼성그룹 계열사 지분을 처분해야 하며, 삼성생명 지분을 50%까지 확보해야 한다. 또한 에버랜드의 자회사인 삼성생명도 원칙적으로 밀접한 관련이 없는 자회사(에버랜드의 손자회사) 지분은 보유할 수 없게 된다. "에버랜드를 금융지주사로 만들 이유 전혀 없다" 한편 삼성그룹은 "놀이공원으로 잘 알려진 회사를 금융지주사로 만드는 것이 정상적이냐"면서 지주사 관련 법 체계의 허점을 지적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삼성에버랜드가 지분을 보유한 금융사가 삼성생명 하나 뿐이며, 삼성생명이 가지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의 주가상승 때문에 금융지주사 문제가 불거진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지주사 신고서 제출이 필요한지 여부부터 법률적 검토를 거쳐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지주사 형식요건을 벗어나기 위해 삼성에버랜드가 금융차입이나 사채발행 등을 통해 자산을 늘리든지, 아니면 삼성생명 지분 일부를 처분하는 등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른 삼성그룹 관계자는 "삼성에버랜드를 금융지주사로 만들 이유가 전혀 없고, 만약 그렇게 추진한다면 그야말로 시민단체 등에서 들고일어나 비판할 일이 아니겠느냐"며, "전혀 컨트롤할 수 없는 계열회사의 주가 상승이 원인이 된 이 같은 경우를 문제삼는 것은 이는 트집잡기로 볼 수밖에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문제는 삼성에버랜드가 사실상 삼성그룹의 지주회사이면서 후계구도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를 보면 이건희 회장 일가가 삼성에버랜드의 최대주주로 53.93%의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다. 이중 삼성그룹의 후계자인 이재용 상무의 지분이 25.10%로 가장 많다. 또한 삼성에버랜드는 삼성생명의 최대 주주이며,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이다. 즉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 일가 → 삼성에버랜드 → 삼성생명 →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 계열사 등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특히 삼성그룹은 삼성카드와 삼성캐피탈을 합병하는 과정에서 에버랜드 → 삼성생명 → 삼성카드 → 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구조를 만들어 지배구조를 더욱 튼튼하게 만들었다. '주식 평가액 50% 이하 떨어뜨려 지주회사에서 빠져나오려고 할 것' 이렇게 지배구조 뿐만 아니라 후계구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삼성에버랜드에 문제가 생겼으니,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뿌리부터 흔들리게 된 것. 재계 관계자들은 "당장 이 문제를 피해갈 방법은 있으나 최소한 1~2년 내에 근본적인 해결이 필요한 방안들"이라며, "우리나라 대표기업이면서 한국식 재벌의 상징인 '삼성'의 그룹지배구조 재편의 서막이 올랐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삼성에버랜드가 지주사 요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당장 문제가 된 삼성생명의 지분을 처분해서 전체 자산 중 삼성생명의 지분을 50% 이하로 낮추면 된다. 또한 삼성에버랜드의 차입금을 늘리거나 사채발행을 통해 자산을 늘려, 삼성생명의 자산총액 비중을 50% 미만으로 떨어뜨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된다. 재계 관계자들은 이런 방법들 가운데 전자의 방법은 현재 삼성측이 선택하기 쉽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왜냐하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서 삼성생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은 데 반해 현재 지분은 19.34%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삼성생명 지분을 다른 계열사에 넘기는 방법도 간단치는 않아 보인다. 삼성그룹의 후계구도가 대부분 에버랜드 주식을 통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자칫 에버랜드 → 삼성생명 → 삼성카드 → 에버랜드로 이어지는 틀이 깨질 가능성을 스스로 열어놓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후자의 방법은 이번 문제를 해결하는데 가장 현실적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국내 최고의 현금유동성을 자랑하고 있는 삼성그룹이니 부담 없이 시행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 하지만 문제는 이 같은 방법을 통해 일시적으로 삼성생명의 자산총액 비중을 떨어뜨리더라도, 삼성생명의 투자유가증권인 삼성전자의 주식 값이 계속 오른다면 결국 내년에 똑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 이때 또다시 같은 방법으로 부채를 늘려 다시 해결할 수는 있으나, 언제까지 이 같은 방식으로만 끌고 갈 수는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에버랜드가 삼성생명의 지분을 더 줄이거나 부채를 늘리는 식으로 지주회사 요건을 탈피하는 고육책을 쓸지 주목된다"며, "삼성이 이번 문제를 어떻게 풀지 두고 볼 일이다"고 말했다. 한편 에버랜드 측은 법에 따라 4월말까지 공정위에 지주회사로의 전환을 신고한 뒤 삼성생명 주식을 계열사 등에 매각, 금융자회사 주식 평가액을 50% 이하로 떨어뜨려 지주회사에서 빠져나오려고 할 것으로 재계는 관측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에버랜드가 삼성생명 주식의 일부를 매각한다 하더라도 삼성전자 주가가 오르면 주식평가액이 50%를 넘어 언 제든 다시 지주회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할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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