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근로자, 하청 근로자 사망에도 비용 아끼려는 ‘꼼수 정책’

▲ 한국전력이 시행을 맡고 있는 UAE 원자력공사의 바라카 원전건설 현장 ⓒ 뉴시스

[시사포커스 / 강기성 기자] 한국전력이 사업을 시행하는 국내‧외 공사현장에서 사망사고가 연달아 발생했다. 문제는 첫 사고 이후 개선책을 꺼냈지만, 제대로 시행되지 않아 사고가 재발했다는 점이다. 허울 좋은 말보다 비용을 투자해야한다는 분석이다.
 
지난 해 6월 UAE 외신에 따르면 5월 12일 바라카 원전공사장에서 한전 하청업체 근로자 2명이 크레인에 매달린 바구니 차에서 작업하다 목숨을 잃었고, 3명이 크게 다쳤다. UAE 원자력공사 측은 한전에 안전관리에 문제에 대해 통보했고, 한전의 자문사인 美 벡텔이 특별안전점검을 실시했다.
 
언론보도와 한전에 따르면 그 해 11월 같은 UAE 바라카 원전 공사장에서 또 다시 방글라데시 국적의 하청업체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앞서 5월 사고로 한전이 재발방지책을 세운 지 4개월 만이다.
 
애초 자문사 벡텔의 점검 결과도 ‘미흡’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알려졌고, 현지에서도 한전의 대책에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 UAE 원자력공사 측이 한전에 공문을 보냈을 정도다.
 
지난 2010년 계약한 국제적인 시공사의 자문에도 한전이 근로자의 안전문제에 시늉만 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에서도 지난 해 6월 비슷한 시기에 한전의 근로자의 ‘안전개선’ 정책의 허울이 드러났다.
 
지난해 6월 10일 한전은 15년간 이어온 활성공법을 폐지하고 보다 안전한 방법을 내놓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오랫동안 지적돼왔던 공법이었기에 예상치 못한 한전의 발표에 근로자와 건설업계는 반가운 기색이 역력했다.
 
활성공법이란 15년 동안 사용된 활성공법은 전기를 흐르게 둔 채 교체할 노후전선을 잘라 내고, 새로운 전선을 연결하는 공법으로 국회 산업위 손금주 의원에 따르면 이 공법으로 지난해 10월까지 사망한 노동자가 28명, 부상자가 125명에 달한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발표 이틀 후인 6월 12일 전남 광주에서 활성공법으로 작업하던 근로자가 작업 중에 감정돼 오른팔 전체와 얼굴에 화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한전은 이틀 뒤 활성공법 ‘원칙적 폐지’에서 ‘전면 폐지’로 명분을 바꿨다, 바로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전의 이 같은 번복되는 국내‧외 사고의 원인으로는 하청에 대한 한전의 사업비용 절감 때문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단가를 맞추려고 언어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외국인노동자를 하청업체에서 고용하도록 해 위험에 노출되도록 했고, 15년 간 사용되다 지난해 바꿨던 직접 활선공법의 경우 역시 비용절감이 목적이었다.
 
지난 2014년 국감에서 한전의 활선공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던 전정희 전 의원에 따르면 직접 활선공법은 간전활선공법보다 18~20%의 공사비용이 절감되고, 필요 인력이 4명으로 공사당 2~3명이 줄어 31%가량의 인건비가 절약된다.

그럼에도 한전은 하청근로자들의 안전관리에는 고개를 젖는다.

2016년 10월 현재 전기 작업을 하는 한전 정규직원 3109여명에게는 인당 연간 73만원 상당의 안전장구를 지급해 예산이 22억 8000만원을 들이고 있으나, 7145명의 하청직원에게는 해당회사에 떠맡기고 있다. 공사 20건을 수주한다면 한전은 하청업체에게 고작 34만원의 안전관리비를 지급한다.
 
이와 관련해 UAE원자력공사 건설현장에서도 재발 대책과 별개로 외국인 근로자들을 중심으로 주인의식과 책임감이 없다고 여전히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외국인이라는 점 그리고 영어를 사용하지 못하고 문맹인 사람도 많다는 점은 물론 안전문제에 직결되지만, 업무태만이나 부실과도 이어질 수 있다.
 
한전은 이에 크레인 중장비 상용에 대한 관리 감독과 안전 수칙 위반자에 대한 작업 중지 둥 공사 관리자에 대한 권한을 강화하는 후속조치를 내놨다. 하지만 감독 개선이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라는 것이 중평이다. 한전이 돈을 아끼려다 애꿎은 근로자들만 사망사고로 몰았다는 비난이 재차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한전과 시공사인 현대건설, 운영지원을 맡은 한수원 관계자들이 곧 UAE에서 한전의 후속조치에 따른 실태를 파악할 예정이다.
 
한전이 2009년 수주한 UAE 바라카 원전은 총 4기로 이 중 1호기는 96% 완료됐으며, 2015년 5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매년 1호기씩 준공될 계획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한전의 정규직은 2만 명이 넘지만, 실제 위험한 작업은 모두 하청업체에서 도맡아서 하고 있다”며 “비용을 아끼겠다고 단가에 맞춰 하청업체가 능력이 부족한 외국인 근로자에게 일을 맡겨 안전을 방조하거나, 근로자들의 사고를 은폐하기 위해 하청업체들에게 벌점을 줘 압박을 넣는 한전의 관행부터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5년간 한전에서 난 산재 중 하청업체 근로자 사고수가 정규직의 59배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