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별 전문경영인 체제로 비상상황 돌파

▲ 삼성 총수 일가의 불구속 신화가 이어졌지만 결국 17일 법원이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을 발부하며 삼성 총수 일가 중 첫 구속이라는 불명예 기록을 남겼다. 사진은 한 시민단체 회원이 구속 퍼포먼스를 하고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 DB
[시사포커스 / 김용철 기자] 이재용 부회장이 결국 구속됐다.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삼성 총수 일가의 ‘불구속 신화’도 막을 내렸다.

삼성 초대 창업주인 이병철 선대회장, 이건희 회장, 그리고 지난달 1차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재용 부회장까지 삼성 총수 일가의 불구속 신화가 이어졌지만 결국 17일 법원이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을 발부하며 삼성 총수 일가 중 첫 구속이라는 불명예 기록을 남겼다.

삼성 총수 일가는 그동안 과거부터 최근까지 여러 연루된 혐의에 불구속 수사를 받으며 처벌을 면했다. 1966년 발생한 ‘사카린 밀수 사건’에 연루된 고 이병철 회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겠다”는 약속과 함께 한국비료를 국가에 반납하고 처벌을 면했다.

이건희 회장은 1995년 터진 ‘노태우 비자금 사건’에 100억원의 정치 자금을 제공해 뇌물공여 혐의를 받았지만 불구속 기소로 징역 2년·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아 감옥행을 면했다.  2002년에는 불법 대선자금 의혹을 받았지만 당시 2인자인 이학수 부회장이 모든 책임을 지고 사건이 마무리됐다. 이어진 2009년 삼성 특검에서도 불법 경영승계 및 조세포탈 혐의를 받았지만 불구속 수사를 받았다. 처벌은 면한 이건희 회장은 당시 경영쇄신안을 발표하며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이재용 부회장만큼은 특검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달 서울구치소 독방에 수의를 입고 약 12시간 동안 대기한 끝에 법원의 영장 기각으로 구속 위기를 모면했지만 특검이 3주간의 집요한 보강수사로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를 이끌어내며 이 부회장은 결국 구속 수감됐다.

이번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일각에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총수 1호 구속을 넘어 전경유착을 끊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반면 한국경제가 어려운 상황인데 이 부회장 구속으로 한국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삼성이 위기에 처할 수 있다며 재계는 한결같이 이 부회장의 구속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내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총수 구속으로 인해 삼성의 경영이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눈치다.

삼성도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이 결정되자 “앞으로 재판에서 진실히 밝혀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짤막한 입장만 밝혔다. 1차 때와 같이 영장 기각을 바랬던 삼성은 충격에 휩싸이며 침통한 표정이 역력했지만 차분한 분위기로 업무에 돌입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구속영장이 발부된 것에 당혹스럽다”면서도 “직원들은 현재 차분한 분위기에 업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은 계열사별로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어 이 부회장이 구속됐음에도 경영 위축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 다만 오너리크스로 인한 중장기적 경영계획 및 굵직한 현안에 대한 이 부회장의 결정이 필요한 만큼 구속 및 재판이 길어질수록 차질을 빚을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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