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배 “언론에는 얼굴 없는 정보당국자가 여론을 주도...냉철한 관찰 필요”

▲ 북한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의 피살과 관련해 사건의 동기와 배경에 대한 여러 가지 해설과 분석이 나오고 있다. ⓒ뉴시스
[시사포커스 / 오종호 기자] 김정은의 이복형이자 김정일의 장남인 김정남의 피살에 따라 사건의 동기와 배경에 대한 여러 가지 해설과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부분 김정남 살해가 북한의 소행이라는 전제하에 북한 권력층 내부의 암투, 투쟁, 분열 등등 김정은의 권력에 대한 위협이 존재하고 있다는 추정이다.
 
북한의 공포정치 강화를 위해 권력투쟁의 씨앗을 없애기 위해서라는 해석은 김정남이 3대 세습을 비판해왔고, 이로 인해 계속 살해 위협이 있었다는데 근거한다. 해외를 떠돌면서 김정은의 통제 밖에 있는 김정남이 북한의 개혁·개방, 민주주의 등에 대해 말하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것이고, 김정일의 장남으로 ‘백두혈통’인 그는 언제라도 반체제 세력들의 구심점으로 활용될 수 있다.
 
고모부인 장성택 처형 등 권력기반 강화를 위해 친인척과 측근, 고위층을 숙청해 온 김정일의 공포정치의 화룡정점이 김정남 제거라는 ‘공포정치 강화설’ ‘권력 강화설’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혈통변에서 김정은은 김정남에게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정일과 성혜림 사이에서장남으로 태어나 ‘백두혈통’을 잇는 김정남에 비해 김정은은 세 번째부인이자 재일교포 출신인 고용희와의 사이에서 차남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혈통의 순수성에서 밀린다는 것이다.
 
 
◆김정남 피살 동기를 둘러싸고 나오는 여러 가지 분석과 설들
‘공포정치 강화설’의 연장에는 ‘권력 투쟁설’도 있다. 이미 김정은의 공포정치에 불만을 느낀 세력이 거사를 모의하다가 적발됐고, 이들의 구심점으로 김정남이 활용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이다. 한 북한 전문가는 “북한 내부에 자체 권력 암투가 벌어졌을 수 있다. 김정남이 직접 연계됐을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엘리트들 사이에서 김정남을 옹립하려는 세력이 존재했을 수는 있고 이들 세력들은 그나마 백두혈통 중 한 명을 옹립해 나가야 한다고 보고 뭔가를 시도했는데, 그게 김정은 눈에 띄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권력투쟁설’ 혹은 ‘군력암투설’로 불리는 이 예측은 김정남에 대한 지도자 추대가능성으로 이어지는데 ‘김정남 옹립설’이다.
 
‘김정남 옹립설’은 북한 내 반대세력이 아니라 중국에 의해 시도된다는 것이다. 중국 내 권력층이 김정남을 보호하는 것은 김정은 정권의 붕괴에 대비한 것이라는 관측이다. 일본 도쿄신문의 고미요지 기자는 ‘안녕하세요 김정남입니다’라는 책에서 “중국은 김정남을 보호하고 있고, 김정남은 중국을 배경으로 와신상담하고 있다”면서 “김정은 체제가 국가의 안정과 빈곤이라는 모순을 풀지 못할 경우 ‘김정남 옹립 시나리오’가 현실성을 가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에 더해 시진핑이 속했던 ‘태자당’이 김정남을 보호하고 있다는 설도 있는데 김정남이 지금까지 동남아 지역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었던 것은 ‘태자당’의 비호가 있기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주장은 북한의 친중파였던 장성택 ‘김정남 옹립설’과 관계있다는 것으로 뒷받침하고 있는데, 김정은이 장성택과 함께 친중파를 처형했다는 것은 이 ‘옹립설’ 때문이라는 것이다.
 
최근 일본 언론에서는 ‘망명정부 중책설’도 제기된 바 있다. 지지통신은 15일 “최근 김정남이 북한 망명정부의 중책을 맡을 것이라는 설이 돌았다”고 보도했다. 탈북 세력이 중국을 방패 삼아 해외에 망명정부를 세우고, 김정남을 지도자로 세우려 한다는 것이다. 김정남의 북한 내 존재감이나 중국에서의 위상이 실제에 비해 과대평가된 측면이 있다는 반론도 있지만, 이런 설이 나돈다는 것만으로도 김정은에게는 기분 좋을 리 없었을 것이다.
 
김정남이 실제로는 아무런 존재감이 없고 위협이 아닌데도 김정은이 살해했다는 점에서 ‘김정은의 병적 불안설’이라고 할 주장도 나온다. 김정은이 권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병적인 강박증으로 불안감을 느끼던 끝에 김정남을 살해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 중에는 “김정은은 불안감을 느끼게 하는 인물들을 죽이고 나면 한동안 안심하다가도 다시 시간이 흐르면 불안해지는 상황이다. 병적인 불안 증세를 가지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미 군사전문가도 ‘권력(공포정치) 강화설’ ‘김정남 옹립설’‘권력 투쟁설’ 등 추론
이런 여러 가지 설은 미국 내 보수인사들도 주장하고 있어 더 강화되는 경향도 있다. 미 해군분석센터(CNA) 켄 고스(Ken Gause) 국제문제담당 국장은 14일 워싱턴에 소재한 ‘자유아시아방송’과 인터뷰에서 “지난 2010년 경 김정남에 대한 암살시도가 있었는데 당시 김경희는 정권 내부에서 김정남을 보호하는 역을 맡았다. 김경희가 사망했거나 정치적 영향력이 사라졌다면 김정은이 자신의 권력을 완전히 공고화하기 위해 대범하게 김정남을 제거했을 수 있다”며 ‘권력(공포정치) 강화설’로 살해 이유를 추론했다.
 
그는 또 “중국이 만일 북한 내 정권교체를 단행한다면 김정남을 복귀시켜 친중국 성향의 새로운 북한의 명목상 지도자로 내세울 것이란 소문이 있었다. 최근에는 중국이 북한 내 정권교체 문제를 미국에 얘기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소문도 있다”며 “김정은 정권이 이를 간파했을 수도 있고, 북한에 대한 미국의 선제공격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공포에 질렸을 수도 있다. 따라서 김정남을 제거함으로써 중국, 미국에 대해 북한의 지도자는 김정은이라는 사실을 주지시키려는 신호일 수도 있다”며 ‘김정남 옹립설’과 유사한 논거를 들기도 했다.
 
고스 국장은 “세번째 생각해볼 수 있는 추론은 북한 내부의 권력투쟁 가능성이다. 김원홍 국가보위상이 지난 1월 해임됐는데 과거 북한 내 보위관련 기관에서 영향력 확대를 위해 상호 권력투쟁을 벌이는 일이 종종 있었다”면서 “북한 지도부 일부와 보안 기관 간에 김정은에 대한 충성심 경쟁과 총애를 얻기 위해 김정남을 제거했을 수도 있다”고 ‘권력 투쟁설’의 가능성도 내세웠다.
 
그는 또 다른 추론으로 “최근 영국주재 태영호 공사를 포함해 고위급 북한 인사들의 탈북이 잇따르고 있는 데 이런 탈북자들에게 경고 신호를 보내기 위해 김정남을 제거했을 수도 있다. 즉 이런 탈북자들을 향해 ‘김씨 친족을 포함 누구라도 무자비하게 제거할 수 있으니 당신들은 아주 조심하는 게 좋다’는 메시지”라고 설명하면서 ‘탈북자 경고설’이라고 할 만한 분석을 내놨다.
 
 
▲ 정의당이 ‘김정남 피살’과 관련 ‘국정원의 언론플레이’와 ‘정부의 개인적인 정보 흘리기’ ‘정보정치·공작정치 활용’ ‘언론의 확대해석’에 대해 경계했다. 사진 / 고경수 기자
◆김정은 권력안정을 이유로 ‘권력과시용’ 혹은 북한 소행 아니라는 주장도
이런 여러 가지 설의 공통분모는 김정은 권력의 불안 때문에 혹은 강화를 위한 북한의 소행이라는 것인데, 김정은 권력은 이상 없으며 북한의 소행이 아닐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한국학 연구센터장은 14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김정남이 피살이 됐는지, 누가 살해했고 살해를 지시했는지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오히려 "김정은 위원장이 안정적으로 권력을 잡고 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이번 일에 개입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김정은이 안정적인 권력을 과시하려는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을 했다.
 
익명의 한반도 전문가는 "김정남을 추대하려는 움직임이 북한 내에서 사라진 지 이미 오래됐다"며 "피살됐다면 살해한 쪽이 북한이 아닐 수도 있다. 북한을 떠나 바깥에서 살아가면서 위험한 세계의 사람들과 여러 가지 관계가 많이 있었을 텐데 이와 관련됐을 수도 있다"고 ‘연합뉴스’에 밝혔다.
 
김정남 피살 사건의 동기나 배경에 대해 전문가와 언론으로부터 가장 먼저, 가장 많이 제기되고 있는 분석이 김정은 권력에 어떤 상황이든 이상이 발생했다는 것이고, 이 추론이 다양한 근거를 제시하며 여러 가지 설로 분화되고 있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15일 언론에 의한 북한 권력층 내분 및 균열설을 경계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정은 위원장의 이복형제인 김정남의 사망을 두고 현재 언론에서 제기하는 확대해석 중 하나는 북한 권력층 내분 및 균열”이라며 “이 부분은 이미 김정은과 김정남에게 상당한 불화가 있었고, 김정남이 공개적으로 김정은을 비판했던 만큼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라고 살해 동기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김 의원은 또 “이것이 북한 권력 내의 급변 사태로 연결된다는 근거는 더더욱 없다.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며 “현재 언론에는 얼굴 없는 정보당국자가 등장해 모든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 이런 문제를 냉철하게 관찰해야 한다”고 과장되고 학대된 여러 가지 설에 대해 경계를 요구했다.
 
북한과 관련된 사건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국내에 미치는 파급력도 크다. 하지만 취재가 제한적이고 정보의 검증이 어려운 언론환경을 감안할 때 난무하는 추측과 설들 속에서 팩트를 찾으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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