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대선 준비, 탄핵 인정한 건 아냐…탄핵심판 일정과 경쟁 정당 감안한 결정

▲ [시사포커스 / 고경수 기자] 새누리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예산결산회의장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최근 자유한국당이 당외에서까지 대선주자를 영입하는 등 대선체제로 본격 전환하는 듯한 분위기다.
 
탄핵 정국 초반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져 이제는 촛불집회에 맞서는 태극기 집회의 규모도 상당한 수준으로 불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내부적으로는 탄핵 인용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지 소위 집권여당마저 대선 채비를 서두르는 모양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정치권을 향해 지난 15일 인 위원장이 ‘4월 퇴진론’을 다시 제시하는 등 탄핵 기류를 진정시키며 박 대통령에게 출구를 마련해주겠다는 의중도 내비치고 있어 대체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는 것인지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 대선준비위 발족한 與, 사실상 ‘5월 대선’ 인정?
 
그동안 공식적인 대선 준비 절차를 계속 미뤄 온 자유한국당이 사실상 3월 중 탄핵 인용으로 결론날 것이라 상정했는지 16일 대선준비위를 발족시켰다.
 
이처럼 뒤늦게 대선 준비에 들어가게 된 데에는, 내달 13일로 만료되는 이정미 헌법재판소장의 임기를 의식해 헌재에서도 오는 24일로 모든 변론을 종결하겠다며 탄핵심판 결과를 가능한 조속히 내놓으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는 만큼 자유한국당 역시 이런 기류에 따라 빠르면 4월말 늦어도 5월초 정도에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것이라 관측되고 있는 현실을 더는 도외시하기 어려웠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인명진 비대위원장은 16일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이날 대선준비위를 발족한 것과 관련해 “만에 하나 불행한 일이지만 저희 당으로선 탄핵 인용이 되는 경우 대선이 60일 밖에 남지 않는다. 그러니까 어떻든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서 준비해야 된다, 그런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미 다른 정당들의 대선 준비 상황을 보면 한국당은 어느 정도 늦은 감이 없지 않은데,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4일 원내정당들 중 가장 먼저 완전국민경선제로 경선 룰을 확정한 데 이어 지난 13일 문재인 전 대표를 끝으로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최성 고양시장 등 4명의 후보가 모두 예비후보 등록까지 마쳤고 15일부터는 국민참여경선 선거인단 모집에 들어갔다.
 
물론 민주당이 타 정당들에 비해 일찌감치 대선체제로 전환한 면은 있지만 국민의당도 지난 5일 김영환 단장을 주축으로 한 대선기획단을 이미 출범시켰으며 17일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의 공식 입장식과 함께 경선 룰 협상에 들어가 내달 13일까지 룰을 확정하겠다는 방침이다.
 
단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에 기대를 걸고 있다가 갑작스러운 중도하차로 대선구상이 꼬여버린 바른정당만 자유한국당과 마찬가지로 16일에야 김용태 의원을 단장으로 한 총 9명 규모의 대선기획단을 출범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출발은 다소 늦은 모습이지만 적어도 대선후보들에 있어선 잠재 후보군을 포함한 다른 어떤 정당보다 많이 내놓을 수 있다는 데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데, 공식적으로 현재까지는 이인제 전 최고위원과 원유철·안상수 의원, 김진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등 4명의 후보가 출마한 상태다.
 
여기에 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김관용 경북도지사도 경선 참여에 무게를 두면서 공표 시기만 저울질하고 있고 16일 ‘성완종 리스트’ 항소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홍준표 경남지사까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대선 출마 가능성을 열어놓으면서 후보가 난립하는 양상인데, 김기현 울산시장과 조경태 의원, 심지어 정우택 원내대표까지 직접 나설 가능성도 거론되면서 수적으로는 어느 당보다도 가장 많은 후보가 출마하는 경선을 치르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 한국당과 黃 대행, ‘朴 대통령 지지층’ 의식 불가피
 
▲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사진)의 대선 출마가 자칫 역풍으로 작용할 우려에 자유한국당에선 아직 탄핵심판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출마를 종용하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문제는 이들의 대선 경쟁력인데, 최다 후보군이란 말이 무색하게 대부분 지지율을 언급하기 어려울 정도로 미미한 실정인데다 그나마 가장 경쟁력 있는 인물은 아직 출마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뿐이다.
 
하지만 황 대행 역시 대통령을 대신해 국정을 운영 중인 신분이라는 한계로 인해 당장 대권 출마 의지를 앞세우기엔 현재로선 여러모로 어려움이 있는데다 박근혜 정부 내내 정부 요직에서 중책을 맡아왔다는 점에서 출마 시 역풍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일단 탄핵 심판 결과가 나온 뒤 자신의 거취를 표명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선지 인 위원장은 보수후보 중 유일하다시피 한 유력주자인 황 대행의 출마 여부에 대해서만은 정작 상당히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는데, “지금 대통령 권한대행이란 막중한 책무를 하시는 분에게 가서 뭐 선거에 대해 들쑤신다든지 전혀 그런 의도가 없다”며 “그분이 결심하시고 대선에 나가야 된다 이런 표명하시면 그때 저희들이 접촉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내놨다.
 
이는 황 대행과 한국당 모두 박근혜 정부에 공헌하고 지지해왔다는 측면에서 국민 여론 뿐 아니라 박 대통령의 의중까지 모두 살필 수밖에 없는 태생적 딜레마를 안고 있기 때문인데, 대선 경선 흥행을 위해 분위기를 띄우거나 대선 준비에 속도를 지나치게 올리면 박 대통령의 거취를 결정하는 탄핵 심판 결과가 나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박 대통령을 버렸다는 인상을 주게 돼 자칫 주요 지지층인 보수 유권자들이 등 돌려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한국당은 다른 정당들과 달리 어느 정도 속도를 조절해가면서 조기 대선을 준비할 수밖에 없다는 핸디캡을 안고 있는데, 심지어 인 위원장은 당의 대선준비기구 명칭까지 대선기획단이 아니라 조기 대선을 확정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대선준비위라고 정했다고 역설하면서 이날 대선준비위 출범이 박 대통령의 탄핵 여부에 대한 판단과는 별개의 사안임을 거듭 강조했다.
 
◆ 바른정당과의 적통 경쟁도 대선 준비 이유

 
아울러 그는 정권재창출이란 관점에서만이 아니라 자당에서 떨어져 나간 바른정당과의 보수 적통 경쟁에 있어서도 이번 대선이 분명하게 종지부를 찍을 계기라 여기고 있다는 점 역시 탄핵 여부를 떠나 대선 준비에 나설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로 꼽히고 있다.
 
일례로 인 위원장은 16일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이 전날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 개헌파 인사들과 조찬 회동을 갖고 ‘분권형 개헌’을 논의하는 등 연대 움직임이 보이고 있는 데 대해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진 않다”며 애써 평가절하 했으나 이들의 조찬 회동이 있던 날 자신이 참석했던 원외당협위원장 워크숍에선 “분권형 개헌으로 대선을 치르는 것이 목표다. 대통령 후보는 당론에 맞춰야 한다”고 예비대선 주자들에게 ‘분권형 개헌’ 공약을 압박한 바 있다.
 
이렇듯 인 위원장이 일견 이중적인 듯한 태도를 보이는 데에는 결국 보수정당이란 특성상 대선구상부터 공약까지 어떻게든 바른정당과도 중첩되는 부분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한계 때문인데, 이를 극복하려는 차원에서 적극 개헌을 비롯한 주요 이슈에 대해 선점하려고 하거나 상대와 차별화된 듯 비쳐지려는 시도를 하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탄핵 정국의 영향으로 당에 스며든 패배주의의 극복인데, 인 위원장은 이를 의식했는지 지난 15일 원외당협위원장 워크숍에서 “당원 탈당에 대한 통계가 있는데 분당 사태 때보다 오히려 일반 당원은 늘었다”면서 “패배주의에 젖어있어서는 안 된다. 우리 당이 이제는 안정을 되찾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이보다 하루 전인 14일 있었던 경기도 수원에서의 당원연수에서도 그는 “전국적으로 당 지지율이 급상승하고 있고 자체 조사 결과 20%에 이르는 지지율로 회복하고 있다”며 예전처럼 보수층을 재결집하는 데 성공했음을 과시해 분위기 전환을 꾀했다.
 
인 위원장의 주장대로 최근 한국당의 지지율은 탄핵 정국에도 불구하고 점점 상승세를 타고 있는 상황인데, 비록 1위인 더불어민주당과의 격차는 상당하지만 분당을 감행한 바른정당을 크게 앞선 것은 물론 국민의당도 제쳐 원내 2위 자리까지 회복한 상황이다.
 
이와 반대로 바른정당은 좀처럼 지지층을 끌어 모으지 못하면서 반전의 기회가 될 탄핵심판 결과일까지 하루하루 버텨가고만 있는 상황인데, 이런 국면에 처해서 그런지 이들은 15일 한국당이 대선준비위를 발족하겠다고 밝히자마자 당장 “박근혜 대통령에게 순종해온 그 정당이 대통령 탄핵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대선기획단을 발족하겠다니 소가 웃을 노릇”이라며 날선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이른바 ‘박 대통령과 최순실 게이트’란 프레임에 한국당을 함께 묶어 대선 지지율에 타격을 입히겠다는 의도인데,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한국당의 주요 지지층에 여전히 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친박 성향 유권자들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비록 한국당이 외연 확장의 한계는 있을지언정 박 대통령과 한국당을 공동운명체로 묶는 식의 바른정당 측 공세는 별반 효과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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