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계약 피하려고 해고·재고용 반복

[시사포커스 / 박현 기자]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해고와 재고용을 반복하며 기간제법을 악용해온 대기업의 행태에 제동이 걸렸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모 대기업에서 10년 넘게 기간제 근로자로 일하다 해고된 직원 구모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12일 밝혔다.
 
재판부는 “사측은 기간제법의 적용을 피하기 위해 형식적으로 사업 완료기간을 1년 안팎으로 정해놓고 근로계약을 반복 갱신한 것으로 보인다”며 “구씨가 담당했던 감리용역 업무는 특정사업이 완료되더라도 수행할 수 있어 계약을 유지할 필요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2년 넘게 기간제 근로자를 고용하면 무기계약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기간제법’ 적용을 피하려고 예외조항을 편법으로 악용한 기업 행태에 법원이 제동을 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행 기간제법 4조에는 ‘2년 이상 사용제한’ 규정을 두면서도 사업의 완료나 특정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 등에 한해 2년을 초과해 고용할 수 있다는 예외조항을 두었다.
 
구씨는 모 대기업과 지난 2004년 7월부터 2015년 6월까지 최대 1년 기간제 근로계약을 반복해 맺고 감리 업무를 담당해왔다. 그 가운데는 사측의 요구로 사직서를 내고 회사에서 나갔다가 다시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업무에 복귀한 적도 있었다. 구씨의 당시 근로계약서에는 ‘계약 만료 전에 일이 끝나거나 한 달 이상 중지되면 근로계약을 종료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다. 사측은 이를 들어 2015년 6월 구씨가 맡은 공사가 끝났다는 이유로 계약 종료를 통보했다.
 
이에 구씨는 해고처분 무효 소송을 제기했으나 1, 2심은 “사업에 필요한 기간을 정해두고 근로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해고는 정당하다”며 사측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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