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기각’ 여론전 주도, 보수색채 강령 강화 등 보수표 결집 주력

▲ 새누리당 분당 사태 이후 바른정당과 이어온 보수적통 경쟁의 판세가 점차 새누리당 쪽으로 기우는 모양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새누리당 분당 사태 이후 바른정당과 이어온 보수적통 경쟁의 판세가 점차 새누리당 쪽으로 기우는 모양새다.
 
가장 큰 변수는 소수 인원으로도 분당을 감행할 만큼 큰 기대를 걸었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라는 유력 대선주자가 바른정당 입당은커녕 장고 끝에 전격 불출마를 선언하며 대선판을 등졌고, 흩어진 표심을 흡수할 만한 대안후보를 내놓지 못한 채 보수진영 전체가 군소후보 경쟁 양상으로 접어들면서 결국 보수 유권자들이 다수 정당인 새누리당에 전략 투표하려는 양상을 띠며 점차 힘을 실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친박패권주의에 대항하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며 최순실 게이트를 규탄하는 등 대의명분을 내세웠던 바른정당은 또 다시 이념 대결로 비화된 대선판에서 지지율 하락을 막을 길 없이 점점 소외되고 있다.
 
◆ 새누리, ‘보수 적통 경쟁’ 마침표 찍나
 
지난해 12월 27일 30명 규모의 비박계 의원들이 새누리당과 결별하고 나서 불과 28일 만에 창당한 바른정당과의 보수 적통 경쟁이 점차 대단원을 향해 가고 있다.
 
여전히 대선 전망은 현 구도가 더불어민주당 후보 경선처럼 비쳐질 정도로 보수진영 모두에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적어도 보수진영 내 주도권을 쥐는 데에는 새누리당이 앞서가고 있는 실정이다.
 
일단 충청권 의원과 당내 일부 비박계 의원들의 연쇄 탈당 등 당을 흔들 수 있는 위협요인이 반 전 총장의 대선 불출마로 상당부분 사라졌다는 데에서 새누리당엔 호재가 된 반면 바른정당엔 확장성을 잃어버리게 됐다는 점에서 치명적으로 작용했다는 데에 있고, 대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다시금 이념 경쟁 양상으로 비화되자 불거진 보수층의 위기감이 결국 다수정당인 새누리 쪽으로 결집하게 되는 결과로 흐르고 있다.
 
물론 이번 대선에서 보수표의 결집만으로는 분명한 한계가 있는 만큼 새누리당은 대선 승리보다는 일단 바른정당을 사실상 소멸시켜 자당만이 원내 유일보수정당으로 자리 잡으려는 데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차기 대선에서 야권 후보가 당선된다고 한들 여소야대 구도가 형성되기에 누가 되든지 연정이 불가피하게 되며 94석을 점유해 원내 제2정당인 새누리당은 더불어민주당이 집권당으로 올라선다 해도 개헌 등을 고리로 일부 사안에선 국민의당과 연대해 새 정부와 여당을 적극 견제할 수 있어 제2당이란 위치만으로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개헌 추진이 본격화되면 차기 대통령 임기 단축 또한 피하기 어려워 이번은 놓치더라도 충분히 다음 대선을 노리고 큰 그림을 그리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울러 바른정당이라는 대안적 보수정당이 사라지게 되면 보수층 유권자는 좋든 싫든 선택의 여지 없이 새누리당을 지지할 수밖에 없게 되기에 먼저 바른정당을 확실하게 흡수하든 소멸시키든 완전 무력화시킬 수 있다면 새누리당으로선 ‘친박당’이란 굴레 때문에 다음 총선에서 소멸될 수 있다는 부담을 한층 덜어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뒤늦게 ‘친박’ 색채를 벗으려 하기보다는 인명진 비대위원장의 인적 쇄신을 명분 삼아 어느 정도 선에서 ‘탈박’ 이미지를 구축하면서도 거꾸로 보증수표인 ‘친박 표’도 모두 확보하겠다는 전략에서 조원진, 윤상현, 김진태 등 이른바 ‘친박 8적’으로 규정된 이들까지 점차 인적 쇄신 당시의 침묵을 깨고 적극 태극기 집회에 나가 노골적으로 여론전을 벌이는 것조차 당에서 묵과하는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이는 아직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을 활용한 이중전략인데, 탄핵이 기각될 경우에는 지금 같은 기세를 이어나가 최소한 TK(대구·경북)지역을 중심으로 한 친박표를 끌어안고 이른바 ‘보수 자민련’이라는 위치라도 차지할 수 있고, 탄핵이 인용될 경우에는 친박 색채를 방치할 경우 악재로 작용하기에 외견상 당 지도부가 직접 나섰던 건 아닌 만큼 친박 핵심 의원들의 개별적인 행동으로 치부하고 거리를 둔 뒤 박 대통령 탈당 조치 등을 통해 친박 이외의 보수층 확보에 좀 더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아직 반 전 총장이 불출마 선언을 하기 전인 지난달 말만 해도 정우택 원내대표가 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을 만나 박 대통령 자진 탈당 문제에 대한 당의 의견을 전했을 만큼 ‘선 긋기’에 나서려는 모습을 보인 바 있지만 반 전 총장 불출마 이후 보수정당 간 힘의 구도가 반전되면서 현재는 의원들의 태극기 집회 참여도 특별히 제한하고 있지 않고 있어, 만일 탄핵이 용인돼 바른정당에 기회가 오게 된다면 새누리당은 다시금 이를 견제하기 위해 지금과 달리 친박 의원들을 다시 뒤로 물리고 외연 확장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현재로선 탄핵심판 결과를 예단하기 어려운 만큼 먼저 탄핵 인용을 무력화하는 데 열을 올리는 친박 의원들을 전면에 내세워 보수 대 진보라는 이분법적 대결 양상으로 몰고 감으로써 ‘개혁적 보수’라는 애매한 입장에 있는 바른정당에 ‘보수를 배신했다’는 이미지를 덧씌우려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특히 탄핵심판이 장기화되다가 이정미 헌재소장이 퇴임일인 3월 13일까지 결론을 내지 못하고 물러나게 될 경우 인용 가능성은 이전보다 낮아지는 만큼 남은 헌법재판관 중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들이 탄핵 반대표를 행사하거나 설령 7명 중 6명이 찬성한다 해도 1명이 돌연 불참 혹은 자진 사임하게 되면 최소 정족수인 7명에 미달돼 재판이 중단되어버려 결론을 내지 못하고 탄핵 정국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또 현 시점에서 탄핵 인용 쪽으로 힘이 실린다 해도 2월 중엔 판결을 내기 어려운 만큼 특검이 연장되지 못한 채 2월 말로 종료된 뒤 3월 중 탄핵 심판 결과가 나오게 되면 이제는 특검이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기소권을 검찰이 갖고 있어 현직 대통령 기소라는 부담감 때문에 실제 기소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는 또 다른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런 변수를 의식했는지 강성 발언으로 주목받아온 새누리당의 친박계 김진태 의원의 경우 지난 11일 탄핵반대 태극기 집회에서 “탄핵이 기각되면 검찰을 손보겠다”는 발언을 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전날 신종 탄도탄을 발사하는 등 북한의 도발이 본격화된 데 이어 대북 강경대응을 암시하는 현재의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맞대응에 나설 움직임을 보일 경우 그간 박 대통령 탄핵을 급선무로 여겼던 일부 보수층이나 중도층이 안보위기라는 현실에 더 방점을 두고 탄핵 찬성 대열에서 이탈할 가능성도 현재 여론전으로 흘러가고 있는 탄핵 정국에 있어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판 뒤집기’ 카드를 비롯한 여러 상황별 대응책이 있다는 자신감이 바탕이 돼 정우택 원내대표는 13일 야당 원내대표들과 함께 헌재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탄핵 심판 결정에 승복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 바른정당 ‘개혁적 보수’ 전략, 두 마리 토끼 다 놓쳤나
 
▲ 바른정당은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이후 최근 여론조사에서 대선주자 지지율이 답보상태인 것은 물론 당 지지율마저 정의당에서도 미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러 위기감이 크게 고조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반면 바른정당은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이후 최근 여론조사에서 대선주자 지지율이 답보상태인 것은 물론 당 지지율마저 정의당에서도 미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러 위기감이 크게 고조되고 있다.
 
이렇듯 저조한 지지율이 나오는 이유에 대해 정병국 바른정당 대표는 13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일이 다가올수록 지금 국민들이 양극단으로 흐르는 측면들이 있기 때문”이라 밝혔는데, 한쪽에 경도되지 않은 당의 ‘개혁적 보수’라는 기조만으로는 중도층이 설 자리가 없는 현재의 급진적 기류엔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을 호소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 같은 딜레마엔 과거 국민의당 역시 빠졌던 바 있는데, 국민의당은 최근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함께 하는 데 결국 성공하고 정운찬 전 총리까지 영입하려 하는 등 분위기를 전환할 만한 계기를 마련했지만 바른정당은 이마저도 뾰족한 수가 없어 한층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무작정 국민의당 등과의 대선 연대에 사활을 걸기엔 자당의 경쟁력이 없어 보이는 현 시점에선 도리어 입지만 잃은 채 국민의당에 일방적으로 휘둘리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는 만큼 지난 12일 당사에서 가진 대토론회 결과 국민의당에서 한때 ‘자강론’을 강조했듯이 바른정당도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립하면서 독자적인 길을 가기로 뜻을 모은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이와 별개로 보수 결집을 앞세운 새누리당의 압박 수위도 연일 높아지고 있어 바른정당은 이제 탄핵 인용에 당의 명운을 거는 배수진을 치며 치킨게임에 돌입했다.
 
일단 새누리당 일부 외엔 탄핵을 기각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는 어느 정당에서도 전혀 나오지 않고 있는 만큼 적어도 탄핵 인용에 있어선 새누리당에 맞서 다른 야권 정당들과 한 목소리로 공조할 수 있다는 점은 바른정당에게 있어 적잖은 힘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제 자유한국당으로 일견 개혁한 모양새까지 내고 있는 새누리당을 상대로 과연 어떤 형태로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인지 바른정당의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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