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를 넘어 정치권까지

▲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 논란이 지역사회를 넘어 정치권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 DB
[시사포커스 / 박현 기자]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 논란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이미 지난달 현대중공업 측은 오는 6월 잠정 가동 중단 방침을 밝혔으나 이에 반발한 군산시 등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사회, 전라북도를 중심으로 가동 중단 철회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져가는 상황이다. 이달 들어 정치권에서도 이 문제를 거론하며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 가동 중단 방침에 지역사회 거센 반발
조선업계에 불어닥친 ‘수주가뭄’으로 지난해 11월부터 현대중공업은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 수순을 밟아왔다. 현재 수주잔량 10척으로 오는 6월 선박 인도가 모두 완료된다.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지난달 20일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은 군산시청에서 “수주 어려움과 회사 위기 극복을 위해 6월경 조업을 잠정 중단할 예정”이라며 가동 중단 방침을 공식화했다. 이어 최 회장은 “전 세계적으로 주문이 없는 가운데 최근 선박 발주가 평년 수준의 15%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3,800여명 조선소 인력을 유지하기 어려워 6월 이후에는 최소 시설관리 인력만 남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폐쇄는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자리를 함께한 송하진 전북도지사, 문동신 군산시장, 박정희 군산시의회 의장, 김동수 군산상공회의소 회장 등 참석자들은 즉각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 철회를 요청했다. 그 가운데 송하진 전북도지사는 “경제논리에 앞서 고통을 함께하는 인간적인 모습의 기업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후 지난달 24일 전라북도, 군산시, 군산시의회, 군산상공회의소 대표들은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를 방문해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에 반대하는 도민 서명부를 전달했다. 이어 25일에는 이들 지역 대표와 군산시민 700여명이 서울로 상경, 현대중공업 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의 평창동 자택 부근에서 ‘군산조선소 폐쇄 반대 릴레이 시위 출정식’을 열었으며, 이후 문동신 군산시장은 정 이사장 자택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참가자들은 이날 “조선소 가동 중단으로 80여 협력업체가 잇따라 문을 닫고 근로자 6,500여명이 일자리를 잃게 돼 군산과 전북 경제가 파탄된다”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 실현과 지역경제 살리기 차원에서 기존 방침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정부는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이 현실화할 경우 고용 감소, 협력업체 폐업 등 지역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우려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 DB
  
      
◆ 정치권 일각 ‘가동 중단 철회’ 촉구

그동안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뜨겁게 이슈화됐던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 문제가 이제는 정치권에서도 본격 거론되기 시작했다.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성남시장은 지난 1일 군산을 방문, 조선소 가동 중단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 시장은 “군산조선소 건립․운영에는 전라북도와 군산시 등 지방자치단체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다”며 “정부는 가동 중단 철회를 전제로 공용선 조기발주 및 발주선수금 보증 등 수주를 지원하고, 현대중공업은 최소한의 건조 물량을 배정해 도크와 인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역시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12일 전북도청을 방문,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에 대해 우려와 유감을 표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송하진 전북지사, 문동신 군산시장과 함께한 자리에서 “군산조선소에 최소 수주 물량을 배정해 가동을 유지하는 것과 중단하는 것은 그 차이가 크다”며 침체된 조선산업 회생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 9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군산)은 “현대중공업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6,000억원에 달하지만, 군산조선소 폐쇄를 통한 비용절감은 약 460억원 규모에 불과하다”며 “조선소 폐쇄는 한 해 영업이익의 2.9%에 불과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지역경제를 파탄시키는 행위”라고 질타했다. 이어 김 의원은 “조선소 폐쇄 이후 실직 근로자 5,000여명에게 지급해야 하는 실업급여는 약 671억원이며, 지역경제에 미치는 직·간접적인 사회적 비용은 2조원에 달할 정도로 심각하다”며 “가동 중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조선소 폐쇄와 관련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은 당연히 정부가 고려해야 할 사항”이라며 “정부와 기업, 정치권이 함께 지혜를 모으는 데 힘쓰겠다”고 답변했다. 다만, 유 부총리는 “조선소 폐쇄 문제는 개별 기업의 문제이기 때문에 사후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만을 이유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 현대중공업, “경기 회복되면 재가동” 
이번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 문제와 관련해 군산시 측은 “고용 감소를 포함한 파급 효과가 확대돼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가동 중단 철회를 촉구했다. 이어 군산시 각 단체장 공동명의로 언론호소문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군산상공회의소 측도 “군산조선소가 들어오면서 해당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마이스터고와 주변 4개 대학에 조선학과가 신설됐다”며 “울산조선소의 물량을 배분해 상생을 도모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덧붙여 “경제논리로만 접근할 게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 구현 차원에서 가동 중단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현대중공업 측은 “넉넉하지 않은 물량마저 울산과 군산 두 군데로 나누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며 기존 방침에 변함이 없다는 뜻을 표명했다. 이어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 후 직원 대부분은 울산조선소로 자리를 옮길 계획”이라며 “일시적인 가동 중단이기 때문에 경기가 회복되면 재가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제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 문제가 지역사회를 넘어 정치권에서까지 초점이 집중되는 가운데 향후 어떤 형태로 결말을 맺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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