孫-국민의당 ‘통합’부터 바른정당의 ‘대선 연대’ 주장까지

▲ 대선이 목전으로 다가오면서 각 세력 간 합종연횡에 가속도가 붙는 가운데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등이 뭉치는 빅텐트가 결성돼 대선판의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을지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차기 대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의 강세가 두드러지면서 이들과 경쟁 중인 다른 정당들은 후보 단일화까지 거론하는 등 다각적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 부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의 ‘합종연횡’이 대선구도에 또 다른 변수로 떠오르고 있는데, 세력 통합부터 선거 연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를 띠어가는 이 같은 움직임이 유의미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지 벌써부터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손학규-국민의당 통합, ‘빅텐트’ 서막?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이 지난 7일 국민의당과의 통합을 전격 선언하면서 대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차원의 정계 개편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그동안 ‘2, 3월쯤 빅뱅이 있을 것’이라던 손 의장은 지속적으로 러브콜을 보내온 국민의당과 손잡은 뒤 당 경선에 나설 의사를 강하게 피력했는데, 이 자리에서 그는 “안철수의 공정성장, 천정배의 개혁정치, 정운찬의 동반성장과 손을 잡고 저녁이 있는 삶을 실현하겠다”며 국민의당 경선에 정운찬 전 총리까지 끌어들이려는 모습을 내비쳤다.
 
이 때문에 아직 ‘빅 텐트’까진 아니더라도 국민의당을 중심으로 한 ‘스몰 텐트’ 정도는 구체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 등 민주당 후보들의 우위 속에 홀로 나서봐야 판을 뒤집을 만한 승부수가 없는 군소후보들이 이러한 통합으로 생기는 ‘컨벤션 효과’를 통해 다시금 도약할 계기를 마련하는 한편 선두권 유력 후보의 당선을 어떻게든 저지하기 위한 차원에서라도 ‘합종연횡’에 나선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국민의당 지도부도 민주당에 유력 후보가 집중되면서 일찌감치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민주당 경선의 힘을 빼놓으려는 의도에서 국민의당 경선규모를 키우고자 손학규 의장에 이어 정 전 총리 영입까지 적극 추진하고 있는데, 박지원 대표는 8일 최고위에서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도 어제 접촉이 돼 빠른 시일 내에 만날 것”이라며 이를 확인해줬다.
 
이에 그치지 않고 박 대표는 “국민의당의 텐트를 더욱 튼튼하고 크게 치기 위해 텐트의 기둥에 똑같은 굵기와 나사를 죄야 한다”며 “정 이사장이 입당하면 네 분의 후보가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면서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당을 운영해 나가겠다”고 공정 경선을 약속해 ‘빅텐트’를 세우기 위한 기초를 다졌다.
 
같은 당 주승용 원내대표 역시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치는 뺄셈이 아니라 덧셈의 정치를 해야 한다”며 “가까운 시일 내에 정운찬 전 총리와 더불어민주당 비문(비문재인) 의원들이 우리와 함께 하길 기대한다”고 러브콜을 보내는 등 국민의당 ‘판 키우기’에 전력을 기울였다.
▲ 국민의당은 먼저 독자적으로 대권 도전 중인 정운찬 전 총리(사진) 영입을 조속히 매듭지어 당 경선판을 키우는 데에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하지만 손 의장과의 통합을 전기로 삼아 조속히 정 전 총리에 대한 영입까지 성사시키려는 국민의당과 달리 정 전 총리 본인은 정작 이날 C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의당 입당)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제 힘을 크게 하고 그 후에 철학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함께 정치 할 생각”이라며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특히 정 전 총리는 ‘문재인 대세론’에 맞서기 위해 다른 주자들이 뭉치는 ‘빅텐트’론에 대해서도 “공감하지 않는다”면서 “노무현 대통령도 2002년 8월에 10% 지지율도 없었던 것 같은데 결국은 12월에 당선되지 않았느냐”고 부정적 입장을 드러내 국민의당과 이견 차를 보였다.
 
또 당초 손 의장이 국민의당과의 통합 당일 “먼저 가서 잘하라고 했다”면서 마치 뒤따라 입당할 것처럼 언급됐었던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도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나는 거기 갈 사람이 아니다”라고 단호히 일축해 국민의당의 구상이 계획대로 순탄하게 흘러갈 것이라 예단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 바른정당, ‘대선 연대’ 내세워 활로 모색하나
 
이런 가운데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불출마 선언 이후 유력 후보의 부재라는 동일한 문제에 직면해 있던 바른정당에서도 ‘후보 단일화’를 내세워 전환점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미 당 대선후보 중 한 명인 유승민 의원의 경우 새누리당과 범보수 경선을 치러 보수후보 단일화를 이뤄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 데 이어 8일엔 유 의원과 함께 창당 주역으로 꼽히는 김무성 의원이 ‘반패권 민주정당들’과 후보단일화를 위한 대선 연대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의원이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의 후보단일화로 보수표를 결집시키는 데에 방점을 뒀다면 김 의원은 ‘친박·친문’을 제외한 국민의당 등의 여러 세력들과 대선 연대를 이루겠다는 데에 초점을 맞춰 분명한 차이를 드러냈다.
 
무엇보다 김 의원이 이날 내놓은 대선 전략은 유 의원의 보수단일화에 반대하고 있는 경쟁후보인 같은 당 남경필 경기지사의 주장과도 맥을 같이 하고 있는데, 앞서 지난 5일 남 지사는 “큰 틀에서 대연정으로 가야하며 과거 정치를 하겠다는 패권 세력은 제외해야 한다”며 안희정·안철수·심상정 후보와 협력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김 의원 역시 8일 기자간담회에서 유 의원의 ‘범보수 경선’ 주장을 겨냥한 듯 “이번 대선은 보수 색깔로는 못 이긴다”고 꼬집은 뒤 “어떻게 하면 비민주적 패권주의 정치세력을 제압해서 가치 중심의 민주정당들이 같이 연대해서 집권할 수 있느냐에 대해 역할을 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권을 국민이 우려하는 정치세력에 넘겨선 안 된다는 생각이 있으면 연대를 해서 공동정권을 창출해야 한다”며 “연대 세력이 단일후보를 만들어 정권을 잡고 그 다음 국정은 연정을 해서 운영돼야 한다”고 ‘연정’이라는 대선 이후 정국 구상까지 함께 내놨다.
 
여기에 당 차원에서도 김 의원 측 주장에 힘을 실어주듯 같은 날 장제원 대변인이 “당의 기본 원칙은 가짜 보수인 새누리당과는 어떠한 통합도 없다”고 못박은 반면 이종구 정책위의장은 “문 전 대표에 대항할 ‘반문 전선’을 형성하기 위해 국민의당과도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말해 정당별 대응을 분명히 달리 했다.
 
마침 국민의당도 손 의장 영입을 시작으로 세 불리기를 본격화하고 있는 시점이어서 바른정당의 이 같은 시도가 성사될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은데, 그래서인지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도 이날 YTN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의당과의 빅텐트 가능성에 대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가능성을 열어놓아야 하고 서로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며 “각 당의 지지기반이 한쪽은 영남, 한쪽은 호남이라 고질적인 지역감정 병폐도 없앨 계기가 되기 때문”이라고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이처럼 바른정당이 자칫 보수 유권자들을 일부 잃을 수 있다는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당의 기반이 되는 지역의 성향은 물론 대북정책 등 여러 면에서 거리가 있는 국민의당과 적극 연대하기로 한 데에는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이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보수층의 대안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점도 상당 부분 작용했을 것으로 사료된다.
 
반 전 총장의 불출마로 흩어진 보수층 표심이 자당 후보인 유승민 의원이나 남경필 지사에 흡수되기보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과 가깝다고 할 수 있는 황 대행이나 심지어 더불어민주당의 안희정 충남지사에게로 몰렸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수와 진보 어느 쪽 유권자에게도 애매한 포지션으로 선명성 경쟁에서 밀려나게 될 수밖에 없는 중소정당들은 결국 반패권주의를 기치로 뭉치는 방도 외엔 더 이상 대선판을 뒤집을 승부수가 없기에 어떤 면에선 현 시점에서 ‘대선 연대’로 수렴되는 이 같은 양상은 어차피 정해진 수순이었다는 목소리가 상당하다.
 
아울러 여소야대란 현재의 원내 구도를 감안하면 어느 정당의 대선후보가 당선되든 이들 중소정당들의 영향력을 무시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대선 전부터 ‘연정론’이 심심찮게 거론되는 역시 필연이라는 견해도 적지 않다.
 
다만 바른정당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빅텐트’ 구상은 일단 국민의당이 현재 세우고 있는 ‘스몰텐트’의 성공 여부에 따라 상당한 영향을 받을 공산이 적지 않은데다 유 의원을 비롯한 당내 보수단일화 주장 세력들을 설득하는 작업 또한 간단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돼 이들의 ‘콜라보레이션’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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