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출마’ 반기문부터 ‘단일화 어깃장’ 인명진·남경필에 이르기까지

▲ 야권에선 벌써 대선 경쟁이 뜨겁게 전개되고 있지만 보수진영에선 엑스맨들까지 나오면서 제대로 전기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좌로부터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인명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 바른정당 소속의 대선후보인 남경필 경지지사.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최순실 게이트’의 여파 적잖은 타격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보수진영에선 여전히 정권 재창출을 위한 유력 대선 후보를 내놓는 데 부심하고 있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권 대선후보 중 지지율 1위는 아직 출마 여부조차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차지하고 있지만 그저 보수 유권자들의 지지만 받고 있다는 데에 국한되다보니 대선 승리를 위해 필수적인 외연 확장성 측면에서 분명한 한계가 있는 것으로 지적받고 있다.
 
그렇다고 새누리당 뿐 아니라 바른정당 역시 야권 후보들에 비해 전체적으로 당선권에 있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의 낮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어 특단의 돌파구가 마련돼야 한다는 데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다.
 
특히 그간 당선 가능성이 있는 여권의 유력 후보로 꼽혀 왔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돌연 대선판에서 퇴장한 만큼 이제는 보수 후보를 단일화해 범보수 경선을 치르는 방도 외엔 뾰족한 수가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보수진영 내 주도권을 쥐는 데에만 혈안이 돼 이 같은 단일화 기류에 반대하며 신경전을 벌이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어 일각에선 이들이야말로 보수진영의 ‘엑스맨’ 아니냐는 비판까지 쏟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 ‘계륵’ 반기문, 전격 불출마로 보수당 대선전략까지 흔들어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된 이래 사실 보수진영에 가장 큰 충격을 주었을 정도로 ‘엑스맨’이라 불리어질 만한 인물은 일단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다.
 
지금은 대세론을 일으키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경쟁할 역량을 갖춘 후보로 일찌감치 자리매김했던 반 전 총장이 이토록 빠르게, 또 갑작스럽게 불출마를 선언할 것이라고 예상한 이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일단 반 전 총장의 가장 큰 패착은 스스로 보수진영을 대표한 후보임을 분명히 하지 않은 채 애매한 자세를 취하면서 ‘집토끼’인 보수 지지층의 결집을 확실히 이끌어 내지 못했을 뿐 아니라 이 같은 반 전 총장의 태도에 대해 기존 보수정당들도 냉담하게 반응한 것이 그가 중도하차하게 된 주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여기에 귀국 후 대선행보에서 일어났던 몇 가지 논란과 더불어 결정적으로 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그가 내비쳤던 과민한 반응 역시 급격한 지지율 하락을 부추기기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 전 총장의 지지율은 여전히 문 전 대표에 이은 2위였고, 보수진영에서 내놓을 수 있는 어느 후보보다 그래도 가장 경쟁력이 있었기에 설령 불출마를 이미 다짐했다고 한들 최소한 보수진영의 대선판을 키워주는 역할이라도 한 뒤 이탈했다면 지금처럼 당선 유력 범위 내에 대부분 야권후보들만 자리 잡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반 전 총장의 갑작스런 이탈은 오히려 그를 지지하던 표가 온전히 보수층 후보들로 흡수되는 게 아니라 야권의 충청 출신 후보인 안희정 충남지사에게로 가는 등 야권으로까지 분산되어 버리는 결과를 초래했고, 이 때문에 보수진영의 후보들은 야권 후보들과의 격차를 더욱 좁히지 못하게 되는 상황에 처하게 되어버렸다.
 
그런 면에서 제3지대나 신당 창당 의사를 내비치다가도 다시 보수정당에 입당할 듯한 자세를 취하며 보수정당들의 대선구상만 혼란스럽게 만든 반 전 총장은 어떤 의미에선 이번 대선에서 보수진영에 가장 큰 피해를 입힌 엑스맨이라 할 수 있다.
 
◆ 인명진 비대위원장, 제2의 ‘민주당 김종인’ 꿈꾸나
 
반 전 총장의 이탈 이후 보수진영의 대선판은 출마가 불분명한 황 대행을 제외하면 새누리당에선 일단 이인제 전 최고위원과 원유철 전 원내대표, 안상수 의원이, 바른정당에선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가 출마해 있는 상황이다.
 
이들의 개별 지지율은 5%에도 미치기 어려울 정도로 모두 군소주자로 분류되어 있어 대선주자 수가 몇이 되든지 현재로선 별 의미가 없는 수준인데, 반 전 총장의 지지층조차 보수진영이 온전히 흡수해내지 못하고 있다면 우선 범보수 경선 등의 새로운 계기를 마련해서라도 전환점을 만들 시도를 해야 한다.
 
그나마 바른정당의 유승민 의원이 ‘보수 단일화’를 주장하며 자신이 탈당한 새누리당과도 손잡을 수 있다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지만 정작 새누리당을 이끌고 있는 인명진 비대위원장은 7일 “저희 당에 들어오면 단일화”라며 유 의원의 제안을 사실상 일축했다.
 
인 위원장이 지지율을 가늠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저조한 군소후보만 내놓으며 불임정당을 탈피한 ‘다산’이라 자찬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대선은 사실상 포기하고 보수정당으로서의 주도권 경쟁에서라도 확고히 우위에 서겠다는 심산으로 관측된다.
 
당장 보수진영이 당선권에라도 근접해 볼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만들어 볼 유일한 방안은 범보수 경선을 통해 컨벤션 효과라도 내는 것 뿐이지만 현재의 새누리당의 후보들로 바른정당 후보들을 상대하기엔 그마저도 녹록치 않아 결국 유 의원만 키워주는 셈이라는 데에 고민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선지 인 위원장은 유 의원을 향해 단일화가 아니라 새누리당으로 다시 입당해 경선을 치르라고 한 데 이어 바른정당과의 연대에 대해서도 “그냥 우리 당으로 들어오면 될 것 같다”며 합당도 아닌 복당의 형태로만 수용할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이상 연대가 성사되기 어려운 만큼 바른정당에 대한 이 같은 대응은 결국 연대 가능성에 선을 긋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있는데, 이런 인 위원장의 비타협적 태도에 보수진영의 정권 재창출 가능성은 더욱 멀어져 가고 있다.
 
비단 이 같은 대선 관련 측면 뿐 아니라 인 위원장은 앞서 인적쇄신 과정에서도 당내 상당한 불협화음을 일으킨 데 비해선 서청원·최경환·윤상현 등 3인에 대해서만 당원권 정지라는 징계를 내리는 데 그쳤고, 오히려 자진탈당하고자 탈당계를 제출한 친박계의 이정현 전 대표나 정갑윤 의원에 대해선 반려하려다가 ‘탈당쇼’냐는 빈축을 산 바 있다.
 
마치 새정치민주연합 당시 김종인 비대위원장와 같은 강공 이미지를 통해 반전을 노리고자 했지만 이른바 인적쇄신까지 구설수에 오르면서 그가 여태 보인 행보들은 이제 자충수로 비쳐지고 있다.
 
◆ ‘단일화 반대’ 남경필, 보수층 대선 경쟁력 발목 잡아

 
▲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유승민 의원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바른정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시사포커스 / 고경수 기자

새누리당에 인명진 위원장이 부지불식간에 엑스맨 행보를 보이며 문제를 자초하고 있다면 바른정당에선 대선후보 중 한 명인 남경필 경기지사가 엑스맨과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남 지사는 지난 6일 ‘보수후보 단일화’를 주장한 유 의원을 향해 “국민들에게 바른정당이 ‘새누리당 시즌 2’ 라는 오해를 살 수 있다”며 “원칙 없는 단일화는 바른정당의 존립 근거를 상실하게 한다”고 반대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심지어 그는 7일 M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선 ‘단일화가 안 돼서 패배로 가더라도 그렇게 (단일화 반대) 하겠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도 “그렇다. 그런 식의 단일화는 하는 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라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기존의 뜻을 고수했다.
 
현 시점에서 보수진영의 대선 승리에 대한 별 다른 복안은 없을지언정 자칫 국민들에게 정략적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대의명분을 들어 끝까지 새누리당과의 후보 단일화는 수용할 수 없다는 건데, 보수정당 간의 ‘선거 연대’에도 이처럼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던 그는 앞서 지난 5일엔 “(차기 정권은) 큰 틀에서 대연정으로 가야 한다”며 오히려 안희정 지사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와 대연정을 이룰 수 있다고 야권엔 손을 내미는 이중적 면모를 보였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안 지사의 대선 지지율이 더 높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남 지사가 괜히 안 지사의 당선만 도와주는 격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으며 또 다른 이들은 경쟁 주자인 유 의원을 의식한 나머지 보수진영의 대선 승리는 차치하고 자신만의 선명성을 부각시키려는 데에만 매몰된 게 아니냐는 해석까지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남 지사의 이 같은 입장을 당 지도부가 일방적으로 무시하기도 쉽지 않다는 점이 보수진영의 한 줄기 대선 승리 가능성에 암운을 드리우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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