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 단체 기자회견 “적반하장 새누리 해체하라” “더민주, 표창원 징계 철회하라”

▲ <더러운 잠>이 국회에서 전시됐다가 훼손된 것과 관련, 문화예술인들이 <표현의 자유에 조종을 울린 천박한 정치인들은 ‘더러운 잠’에서 깨어나라>는 제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고승은 기자
[시사포커스/고승은 기자]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했던 그림인 <더러운 잠>이 국회에서 전시됐다가 훼손된 것과 관련, 문화예술인들이 <표현의 자유에 조종을 울린 천박한 정치인들은 ‘더러운 잠’에서 깨어나라>는 제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국민예총, 문화연대 등 56개 예술인 단체는 6일 오전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땅에 표현의 자유는 과연 존재하는가”라고 질타했다.
 
◆ “수백명 목숨이 달렸는데도 머리손질하며 수수방관한 박근혜"
 
이들은 ‘더러운 잠’에 대해 “마네의 작품 ‘올랭피아’와 조르노제의 작품 ‘비너스의 잠’을 패러디한 것으로, 세월호 참사 당시 수백명의 목숨이 경각에 달려있음에도 태연하게 머리손질이나 하며 수수방관한 현직 대통령의 직무유기를 풍자한 그림”이라며 새누리당과 친박단체들을 향해 “예술작품이 갖는 함의에는 의식적으로 눈 감은 채 풍자의 대상으로 등장한 식물 대통령만 문제삼으며 본질을 호도하고, 작품까지 훼손했다”고 질타했다.
 
이들은 또 “작품에 대한 원색적 비난을 넘어 훼손까지 자행한 행위를 마치 ‘부당한 흐름을 응징한 정의의 투사’ 인양 코스프레 하는 동시에, 선의를 가지고 편의를 제공한 표창원 의원에 대해 사퇴 압력을 가하는 새누리당과 동조세력의 공격 속엔 적반하장을 넘어 불순한 의도가 숨어있다”고 꼬집었다.
▲ 문화예술인들은 국회에 국정조사 요구와 함께 ▲사건 본질 왜곡한 새누리당 해체 ▲예술작품 훼손한 단체는 대국민 사죄 및 법적책임을 다할 것 ▲더불어민주당은 표창원 의원 징계 철회할 것 등을 외쳤다. 사진/고승은 기자
이들은 장소를 대여하는데 도움을 준 표창원 의원에게 징계를 내린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서도 “정당 지지율의 유지에 급급하여 ‘표현의 자유’ 문제는 언급조차 하지 않은 채, 6개월의 당직정지라는 징계를 내렸다. 도대체 그들이 생각하는 국민은 누구이고 그들이 생각하는 권력은 누구를 위한 권력인가”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국민의당에 대해서도 “이 문제를 ‘여성혐오’라는 문제로 치환하여 공격하는 무지와 몰지각의 끝판을 보여주고 있다. 박근혜는 민생을 파탄 낸 보통명사로서의 ‘나쁜 정치가’이고 당연히 풍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데도 갑자기 여성혐오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본말전도”라고 질타했다.
 
이들은 “풍자는 본디 약자들의 공격 전략이다. 풍자는 숨은 칼날이면서 동시에 집요하고도 유쾌한 공격방식”이라며 “해당 작품을 보면서 칼에 베인 듯한 고통을 느꼈다면 그들은 스스로 부당한 권력에 편에 있었음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아직도 더러운 잠을 자고 있다”
 
정세훈 시인은 발언을 통해 “이러한 국정농단 사태 속에서도 정치권과 권력자들이 아직도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며 “국회에서 예술 활동한 행위를 두고 정말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고 있다. 더욱 참담한 것은 이런 사태에까지 오게 만든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뿐 아니라 더민주 등 여타 정당들 정치인들도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예술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술가 김종도 씨는 “훼손당해 마땅한 작품은 없다.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작품을 파괴하는 것은 법치국가에서 야만적 행위”라며 “작품이 잘 그려졌거나, 추하거나 아름답다는 개인의 호불호 영역이다. 예술인이냐, 아니냐도 기준이 없다. 역사적으로 예술은 이런 관점을 통해 발전해왔다. 작가는 이상을 꿈꾸고 재해석하며 현실의 새로운 모습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더러운 잠’을 낸 이구영 미술가를 비롯한 22명의 블랙리스트 작가들은 성명서에서 “더러운 잠은 이 시대의 표현의 자유와 사상의 자유를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됐다. 표창원 의원에 대한 징계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편협한 관점을 보여주고 있어 안타깝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새누리당은 국정농단 공범이자 부역자이면서도, 여론몰이로 비난하는 추잡함 속에서 여전히 그들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무슨 짓이든 다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질타했다.
▲ 문화예술인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독재는 짧고 예술은 길다>라는 글을 강조한 예술 퍼포먼스를 벌였다. 사진/고승은 기자
임정희 문화연대 공동대표는 “표현의 자유는 우리나라 헌법뿐 아니라 세계인권선언 등에도 명기돼 있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사태를 보면 우리사회에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일천하고 협소하고 왜곡됐는지 여실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변우균 전국예술강사노조 부위원장도 “표현의 자유라는 것은 천부적인 기본권이다. 그런데 저들은 잘못된 표현인 것처럼 강압하고 문제 삼고 있다”며 “표현의 자유가 예술가뿐만 아니라 인간의 기본권이라는 것을 인식시켜서, 더러운 잠을 아직도 자고 있는 박근혜와 새누리, 더민주 등 모든 정치권이 각성해서 더러운 잠에서 깨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제동 화백도 발언을 통해 “작품을 훼손할 권리는 (누구에게도)없다. 작품은 작가의 생명인데 내동댕이치고 찢는다는 것은 사람을 테러하는 것과 같다. 의원들이 양심이 있다면, 나는 ‘이 작품에는 반대하지만, 테러는 용서할 수 없다’ 이 정도는 해야 한다”고 말했다.
 
◆ “블랙리스트 건, 아직 파헤칠 게 많다”
 
이들은 지금 국회서 해야 할 일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징계 따위가 아닌,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파헤치기 위한 국정조사를 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등 ‘블랙리스트’ 관련자들이 특검팀에 의해 줄줄이 구속되었고, 국회 탄핵소추위의 탄핵사유에 ‘블랙리스트’ 건이 추가된 만큼 속도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박영수 특검팀은 ‘블랙리스트’가 시작되고 확대된 데에는 국정원의 문건이 ‘촉매제’ 역할을 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정원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정부 비판 인사에 대한 자금 지원의 문제‘를 지적하는 정보보고서를 작성한 것이 ’블랙리스트‘가 만들어지고 확대된 데 중요한 역할을 했었다는 것이다.
 
또 이들은 블랙리스트 건과 관련해 문체부 내에 공범-부역자들이 남아있다고 지적하며, 이들을 조사하고 처벌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 문화예술인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독재는 짧고 예술은 길다>라는 글을 강조한 예술 퍼포먼스를 벌였다. 사진/고승은 기자
이들은 국정조사 요구와 함께 ▲사건 본질 왜곡한 새누리당 해체 ▲예술작품 훼손한 단체는 대국민 사죄 및 법적책임을 다할 것 ▲더불어민주당은 표창원 의원 징계 철회할 것 ▲더민주, 국민의당, 바른정당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명확한 입장 밝힐 것 ▲표창원 의원 가족 모독한 행위에 대해 검경은 즉각 조사할 것 등을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독재는 짧고 예술은 길다>라는 글이 들어간 예술 퍼포먼스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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