潘 따른 ‘집단 탈당’ 움직임에 ‘불임정당’ 우려까지

▲ [시사포커스 / 고경수 기자]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으로 입당한 박순자 의원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태흥빌딩 바른정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창당준비회의에서 입당 소감을 전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을 따르려는 당내 의원들이 점차 탈당 조짐을 보이면서 새누리당의 고민이 어느 때보다 깊어지고 있다.
 
인적 청산으로 친박 색채를 지우려 했던 새누리당은 애써 노력한 보람이 무색할 만큼 일부 의원들이 당적을 버리고 바른정당으로 옮겨가기 시작한데다 공식 창당한 바른정당이 ‘보수 적통’임을 자처하자 내심 당혹스러워 하는 모양새다.
 
여기에 당 지도부는 일찌감치 러브콜을 보냈었던 반 전 총장마저 입당은커녕 도리어 당내 일부 의원들과 접촉하며 내부적으로 당 분위기를 뒤흔들고 있어 대선 준비보다도 당장 탈당 저지에 부심해야 하는 실정이다.
 
산전수전을 다 겪어왔던 새누리당이 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해 낼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바른정당에 주도권을 내주고 ‘불임정당’이 된 채 대선까지 맞게 될 것인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潘 지지 ‘충청권 의원’, 집단 탈당 신호탄 되나
 
분당 사태 이후 처음으로 지난 23일 수도권 출신인 박순자 의원이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에 합류하고 그 다음 날 마찬가지로 수도권 지역구인 홍철호 의원까지 오는 26일 바른정당에 입당하겠다며 새누리당 탈당을 예고하자 이러다 ‘탈당 도미노’ 현상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며 집단 탈당 발생 가능성에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박 의원은 최근 반 전 총장의 팽목항 방문 당시 가이드를 맡은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바른정당 입당을 전격 결행했다는 점에서 반 전 총장을 따르려는 당내 충청권 의원들에겐 자칫 박 의원의 탈당을 신호탄으로 삼아 바른정당에 입당하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에 당 지도부는 어느 때보다 당내 기류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집단 탈당의 중심은 먼저 충청권 의원들인데 반 전 총장과 동향인 충북 지역 출신의 경대수, 박덕흠, 이종배 의원 등이 탈당 대열의 선봉에 나설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현재 새누리당 내 충청권 좌장 격인 정진석 전 원내대표도 설 연휴 뒤 반 전 총장을 돕기 위해 본격 활동하겠다고 밝혀 탈당 가능성을 시사한 데다 충남의 이명수, 성일종 의원도 탈당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새누리당 내 13명의 충청권 의원 모두가 탈당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데 일단 정우택 원내대표나 정용기 의원, 강성 친박 출신인 이장우·김태흠 의원과 친박계 이정현 지도부에서 최고위원을 맡은 바 있는 최연혜 의원 등은 탈당 분위기에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 인명진호, 탈당 후폭풍 차단 부심
 
하지만 충청권 의원들의 탈당이 집단 탈당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차단하고자 인명진 비대위원장은 자신도 충청 출신임을 내세워 지난 18일 자당 충청권 의원들의 정례모임에 예고 없이 참석한 데 이어 탈당의 계기로 작용하는 반 전 총장에 대해서도 한껏 경계수위를 높였다.
 
특히 지난 23일 반 전 총장이 귀국 직후 처음으로 여당 의원들과 가진 새누리당 초·재선 9명과의 회동에 대해서도 인 위원장은 MBC ‘이브닝 뉴스’에 출연한 자리에서 “정책과 정치적 가치도 안 밝히고 다른 당 국회의원들을 만나자고 해서 바람 잡고 있다”고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 [시사포커스 / 고경수 기자] 새누리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과 정우택 원내대표가 지난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 및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인 위원장은 다음 날 부산에서 열린 ‘당 3차 권역별 당직자 간담회’에선 반 전 총장을 겨냥 “남의 당에 당적 두고 있는 국회의원들 보고 오라고 하는 것에 굉장히 실망”이라며 “당에 그냥 있으라고 해야 성숙한 정치인”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 뿐 아니라 반 전 총장을 따라 나서려는 소속의원들에게도 “충청 사람들이 다 따라간다고 하기에 제가 한 말이 ‘충청도지사’ 뽑느냐고 그랬다”며 “유엔 사무총장 교과서에 나왔다고 하니 이 사람에게 뭔가 있나보다 이러면서 이름 따라 다니다가는 큰일”이라고 경고했다.
 
문제는 탈당 가능성이 높은 의원들이 그저 충청권에만 국한된 건 아니란 점인데, 비박계 출신이지만 지난 1차 탈당 당시 탈당을 유보했던 심재철 국회 부의장이나 강석호·나경원·윤한홍·이철규·정유섭 의원도 충청권 의원들과 더불어 집단 탈당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들 중 심 부의장은 당 지도부의 시선을 개의치 않고 25일 아예 ‘왜 정치교체인가’란 조찬 간담회를 주최하며 반 전 총장을 초청해 23명의 새누리당 의원들은 물론 바른정당 의원 1명까지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 회동을 진행했다.
 
비록 이 자리에서 반 전 총장은 “어느 정당에도 들어가지 않고 중간지대에서 독자적으로 하겠다”고 밝히며 지난 16일 이후 제기되어 온 ‘기존 정당 입당설’을 일축해 바른정당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일각의 전망에 선을 그었지만 마찬가지로 ‘제3지대’에 무게를 둔 것이지 새누리당에 입당한다는 의미도 아니어서 반 전 총장을 따르는 의원들의 탈당 가능성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 바른정당과 ‘보수 적통’ 경쟁 본격화
 
앞서 박순자 의원의 탈당으로 바른정당 의원 수는 31명이 된 반면 새누리당은 96명으로 줄어들었지만 설 연휴를 전후해 약 10여명 규모의 새누리당 의원들이 집단 탈당을 감행할 경우 새누리당은 원내 제2당 지위는 여전히 유지할지언정 최대 20명에 육박할 수도 있는 추가 탈당의 충격으로 인명진 체제의 추진력이 일정 부분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바른정당은 2차 탈당 의원들 중 7명 이상만 끌어들이게 되면 새누리당으로부터 분당한지 약 한 달 만에 국민의당을 제치고 원내 3당으로 올라설 수 있어 두 정당 간 보수 적통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를 의식했는지 인 위원장은 25일 앞선 탈당 등으로 공석이 된 19개 사고당협 조직위원장을 선출하며 미리부터 탈당 충격을 최소화하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정병국·황영철·오신환·박순자 등 바른정당 의원들의 지역구에도 인선을 결정해 바른정당과 본격 각을 세웠다.
 
이 같은 내부 조치 외에도 충청권과 수도권 출신의 이탈이 두드러질 것을 감안해 당 운영의 중심축을 전통적 지지기반인 TK지역 출신으로 재편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데, TK 출신인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비대위원으로 임명했다든지 김관용 경북지사를 상임고문으로 선임한 것도 이런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게 아니냐는 해석이 일부 있다.
 
이렇게 바른정당과 바른정당과 보수 적통을 놓고 벌이는 일전은 반 전 총장이 결국 제3지대에서 어느 쪽과 손을 잡느냐에 따라 결판날 것으로 보이는데, 그래선지 정병국 바른정당 대표는 지난 24일 창당대회에서 “바른정당이야말로 진짜 보수세력이며 적통 보수”라며 “보수의 가치를 지키면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고민하는 모든 건전한 세력과 함께 할 수 있는 범 보수의 구심점이 되겠다”고 ‘제3지대’를 의식한 듯한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그러자 하루 뒤인 25일 새누리당에서도 정우택 원내대표가 기자간담회를 통해 “실질적인 보수의 적통은 새누리당”이라며 “바른정당 창당식 첫 발언이 정책 비전이 아닌 새누리당 악담이라 안타깝다”고 맞불을 놨다.
 
이에 그치지 않고 정 원내대표는 “바른정당에는 박근혜 대표 시절에 정무특보, 당 대표한 분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며 새누리당에 씌워져 있는 ‘친박 낙인’을 바른정당과의 ‘공통 책임론’으로 물타기에 나선 데 이어 바른정당이 언급한 범보수 구상에 대해서도 “바른정당이 막 창당했기에 짧은 시간 내 이뤄지긴 쉽지 않다”고 견제구를 던졌다.
 
하지만 어떻게 되든 집단 탈당이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간 데다 25일 헌법재판소가 오는 3월 13일을 탄핵 심판 판결 마지노선으로 삼으면서 4월말이나 5월초 쯤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까지 높아져 당 쇄신을 채 마무리 짓기도 전에 쇄신 효과를 볼 틈도 없이 겹겹이 난관에 봉착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반 전 총장이 현재로선 새누리당으로 올 거란 가능성이 높지 않아 일단 대선 경쟁이 가능한 유력 후보를 어떻게든 구해야 하는 실정이지만 인 위원장이 비대위원직을 제안하며 입당을 종용한 정운찬 전 국무총리도 입당조차 거부 의사를 밝힌 데다 마땅한 대선후보가 없어 고심 중인데 반 전 총장에 이어 보수층 지지를 받고 있는 황교안 대통령 대행을 대선후보로 영입하게 되면 국면전환의 계기를 마련할 가능성도 없지 않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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