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하락 돌파 위해 정당 입당이냐 빅텐트냐 기로에 서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여러 구설수와 지지율 하락이란 난관에 직면한 가운데 이를 돌파하기 위해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고심하고 있다. ⓒ유엔본부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앞서 기존 정당을 통해 대선 준비에 나서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새 둥지를 찾기도 전부터 내우외환이 겹치면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귀국 전부터 문재인 대세론에 맞설 보수권의 유일한 대항마로 꼽혀왔지만 본격 대선판에 뛰어들자마자 제기된 박연차 금품수수 의혹에 대한 해명부터 귀국 직후 이어진 광폭 대선행보 도중 불거진 몇몇 실수까지 구설수에 오르면서 기대한 만큼의 ‘컨벤션 효과’를 보지 못한 채 도리어 지지율 하락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당초 선두주자인 문 전 대표와 맞서고자 자신을 영입하기 위해 나설 것으로 기대했던 각 정당들조차 예상만큼 적극적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어 진퇴양난에 처한 반 전 총장이 이 난관을 타개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자력 한계’ 실감한 潘, ‘둥지 찾기’ 골몰
 
귀국 전까지만 해도 독자 신당 창당설까지 돌았을 정도로 자신감을 보이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귀국 이후 현실 정치의 한계에 부딪히면서 불과 며칠 만인 지난 16일 기존 정당을 통해 대선 준비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처음엔 정치인 출신이 아니다 보니 기성 정치권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섣불리 기존 정당에 입당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지 않았었지만 오히려 이것이 약점으로 작용해 귀국 전부터 더불어민주당 등 경쟁 진영에서 검증의 칼날을 들이밀어도 이를 막아줄 배경조차 갖지 못한 채 그대로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제기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반 전 총장이 23만 달러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해당 의혹을 처음 보도한 시사저널을 상대로 언론중재위원회에 중재신청을 한 데 이어 법적 조치까지 시사하고 귀국 당일마저 기자회견을 통해 전면 부인했으나 논란이 계속되자 결국 23일엔 자신의 법률 대리인인 박민식 전 새누리당 의원을 통해 박 전 회장의 태도를 비판한 자신의 일기장 내용까지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이 와중에 공교롭게도 반 전 총장의 동생과 조카까지 미국 뉴욕연방검찰로부터 250만 달러 상당의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되면서 악재가 겹쳤는데, 반 전 총장은 이에 대해 “1년에 한 두 번 볼까 말까한 동생과 조카 일은 잘 모른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주변에서 자꾸 이런 일로 거명돼 대단히 송구스럽다”고 결국 고개를 숙였다.
 
또 귀국 당일부터 국내 민심을 직접 살피고자 공식 입장을 번복하면서까지 공항철도를 이용한 귀가 계획을 밝혔다가 정작 지하철 발권기 앞에서 만원권 두 장을 지폐 투입구에 우겨넣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괜한 지적만 받게 됐고 지지 세를 확산시키기 위한 전국 투어의 출발지로 자신의 고향인 충북 음성을 택해 지역 내 사회복지시설인 꽃동네에서 자원봉사에 나섰으나 ‘턱받이’ 논란만 일어나는 등 연일 세간의 입방아에 올랐다.
 
이 같은 자잘한 구설수가 계속 이어지며 이미지만 타격을 입게 된 데다 자신을 보좌하는 소위 ‘마포팀’에까지 검증의 화살이 집중돼 곽승준, 이동관 등 친이명박계 인사가 참여하고 있다는 등의 보도가 나오면서 끝내 정책 부문을 담당하던 곽 교수가 20일 자진 하차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이를 놓고 반 전 총장의 최측근인 외교관 출신 그룹과 친이계 등 과거 정권 출신 인사들 간 알력 싸움이 벌어진 끝에 일어난 결과가 아니냐는 견해도 제기하고 있으나 연유야 어떻든지 자신을 보좌하는 캠프까지 흔들리면서 안정적인 둥지를 찾지 않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문제는 각 정당의 반응인데, 앞서 언급된 여러 의혹 공세 때문에 반 전 총장이 제대로 ‘컨벤션 효과’를 받지 못하게 되면서 23일 발표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귀국 첫 주 만에 지지율이 오르기는커녕 19.8%를 기록해 20% 아래로 떨어지고 만 반면 당장 따라잡아야 할 선두의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9.1로 30%에 육박하며 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등 반 전 총장에 좋지 않은 전개로 흐르고 있기에 귀국 당일처럼 적극적으로 손을 내미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 ‘둥지’ 찾는 潘 행보에 3당 미묘한 반응…결국 ‘빅텐트’로?
 
일단 새누리당 지도부는 반 전 총장이 23일 새누리당의 초재선 의원 10명과 회동한 자리를 가지면서 “보수의 구심점이 돼 달라”는 이들의 요청에도 긍정적으로 반응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린애들도 아니고 자기들끼리 알아서 하는 것”이라고 회동 자체를 평가절하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반 전 총장이 새누리당에 들어온다기보다 충청 출신 의원들을 데리고 나가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3일 오전 서울 마포구 베스트웨스턴프리미어 서울가든호텔에서 새누리당 민경욱, 이만희, 최교일 등 초선의원들과 회동을 갖고 있다. ⓒ뉴시스

심지어 인명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은 23일 MBC ‘이브닝 뉴스’에 나와 반 전 총장을 겨냥 “정책과 정치적 가치도 안 밝히고 다른 당 국회의원들을 만나자고 해서 바람 잡고 있다”면서 “유엔 사무총장 했던 사람이라고 ‘뭐 있겠다’ 해서 따라가서 일이 도모된다고 하면 필패”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이렇듯 새누리당에선 간신히 이뤄낸 인적 쇄신으로 안정시켜 놓은 당이 집단 탈당으로 다시 흔들릴까 반 전 총장에 경계의 눈길을 보내고 있지만, 앞서 지난 11일 반 전 총장 측에선 “설까지는 정치적 이벤트 등을 하지 않고 민생행보하자는 게 방침”이라고 밝혔던 바와 달리 이날 여당 초재선 의원들과의 회동을 먼저 제안했을 만큼 반 전 총장도 절박한 심정임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반 전 총장의 팽목항 방문 당시 가이드를 맡았던 박순자 의원이 이날 새누리당을 전격 탈당해 바른정당으로 입당한 데 이어 박덕흠, 경대수, 이종배 등 새누리당 내 충청권 출신 일부 의원들도 설을 전후해 탈당을 결행하고 반 전 총장 측에 합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새누리당 입장에선 적어도 반 전 총장이 새누리당에 오지는 않을 것이란 확신이 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 뿐 아니라 본래 반 전 총장 측에서 선택지 중의 하나로 삼고 있던 국민의당은 자강론으로 선회한 데 이어 아예 반 전 총장 불출마까지 주장하고 있는데, 대선주자인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23일 국민의당 전남도당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반 전 총장은 귀국 이후 국가 위기 극복할 대안 없이 단순 이미지 행보를 보여 모든 사람을 의아하게 만들고 있다”며 “개혁의지도 미래 대비도 힘들게 보인다. 반 전 총장은 불출마 가능성이 높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때 반 전 총장과의 연대 가능성을 시사했던 같은 당 박지원 대표까지 23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에게 반 전 총장의 입당 여부에 대해 “우리하고는 정체성이 멀지 않은가 해서 문을 닫으려고 하는데 그 분 스스로 많은 걸 느꼈던지 새롭게 정리해서 한다고 한다”면서도 “아무래도 여권 쪽이 아닐까”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렇게 반 전 총장과 거리를 두고 있는 두 정당과 달리 적극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바른정당에서도 일부 의원은 미묘한 온도차를 보여 이목을 끌고 있는데, 하태경 의원은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당내) 5% 넘어가는 후보가 없어 이런 상황에선 반 총장이 들어와 준다면 구세주”라면서도 “그런데 바른정당이 반기문 후보를 제대로 받쳐줄 정도의 준비가 안 되어 있다”고 한 발 빼는 모습을 보였다.
 
나아가 하 의원은 ‘반 총장이 결국 갈 곳은 바른정당 뿐 아니냐’는 질문엔 “(반 총장) 본인이 충청권이고 보수고 누구랑 같이 하는 게 국민대통합의 취지에 부합하냐면 저는 국민의당이라 생각한다”며 “반 총장이 바른정당보다 국민의당 가는 게 더 시너지가 있다”고 강조해 소속정당보다 국민의당을 추천하는 뉘앙스까지 풍겼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처럼 바른정당에서조차 물러서는 듯한 인상을 보이는 건 반 전 총장의 지지율 하락 때문에 보이는 태도 변화라기보다 제3지대에서 ‘빅텐트’를 이뤄내야 대선 승리를 바라볼 수 있기에 외연 확장 측면을 고려해 벌써부터 일개 특정 정당의 후보란 이미지를 반 총장에 덧씌워선 안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마찬가지로 자강론을 외치면서도 완전히 문을 닫지 않은 국민의당 역시 안 전 대표 등 자당 대선후보의 역량을 높이지 못한 채 반 전 총장과 ‘형식에 그치는 수준의’ 경선을 치러봐야 대선 연대 내 국민의당이 확보할 입지는 거의 없다는 위기감 때문에 연대 자체에 선을 긋는다기보다 연대를 위해 필요한 과정으로서 부득이 자강론부터 먼저 추진하게 된 것이란 해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23일 반 전 총장과의 초재선 여당 의원 회동에 참석한 일부 인사들은 “반 전 총장이 새누리당이나 바른정당에 입당한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했다”며 “통합적으로 가야지, 선별적으로 어느 정당에 들어간다는 건 아니란 취지”라고 전해 반 전 총장이 특정 정당보다는 제3지대를 통한 빅텐트 구상에 나설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아울러 반 전 총장 역시 지난 21일에는 개헌론자이자 ‘빅텐트’를 구상해온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 대표를 만난 데 이어 24일에는 또 다른 개헌론자인 정의화 전 국회의장을 만날 것으로 알려져 당초 내비쳤던 기존 정당 입당보다는 개헌을 고리로 한 빅텐트 쪽으로 무게를 두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늘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