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다룬 작품 등에 노골적 ‘알레르기’ 반응, 최종 지시자일 가능성 배제 못해

▲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박영수 특검팀의 소환을 받았다. 특검팀의 최종 표적은 박근헤 대통령을 정조준하는 모양새다. 사진/고승은 기자
[시사포커스/고승은 기자]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박영수 특검팀의 소환을 받았다. 최종 표적은 역시 박근헤 대통령을 정조준하고 있다.
 
김 전 실장이 ‘블랙리스트’ 작성 과정을 총괄·기획한 인물로 지목되고 있지만, 박 대통령은 수차례 자신이 불편한 작품을 만드는 문화예술계에 노골적인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 만큼, 최종 지시자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6일자 <한겨레>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지난 2014년 11월경 손경식 CJ그룹 회장을 독대하며 “CJ의 영화·방송 사업이 정치적으로 편향돼 있다. 방향을 바꾸라”고 직접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컨텐츠를 만드는 사기업의 영업활동에까지 개입한 셈이다.
 
이에 손 회장은 “죄송하다”면서 “영화나 드라마를 제작하는 사람들 중에 편향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있어 제가 이번에 모두 정리했다. 앞으로는 방향이 바뀔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겨레>는 보도했다. 이후 CJ는 <국제시장> <인천상륙작전> 등 정권의 입맛에 맞는 영화들을 내놓았다.
 
또 ‘채식주의자’로 지난해 5월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맨부커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씨에게 축전을 보내는 일조차 거부한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한강씨는 5.18 광주민중항쟁을 다룬 소설 ‘소년이 온다’를 집필한 바 있는데, 이 때문에 ‘블랙리스트’에 오른 것이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지난 2015년 초 김상률 당시 대통령교육문화수석비서관에게 ‘창작과 비평’ ‘문학동네’ 의 이름을 거론하며 지원정책 수정을 지시한 것으로 특검팀이 확인한 바 있다. 해당 출판사들을 문제삼은 이유는 바로 ‘세월호’ 때문이다. ‘문학동네’는 세월호 참사의 진실규명을 촉구한 ‘눈먼자들의 국가’를 출간했고, ‘창작과 비평’은 세월호 유가족의 육성기록을 담은 ‘금요일엔 돌아오렴’을 출간한 바 있다.

정황들이 이같이 쏟아지는 만큼, 박 대통령이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했을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이규철 특검보는 17일 브리핑에서 “블랙리스트 작성에 박 대통령 지시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정황이나 물증이 있는지 계속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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