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될 경우 삼성그룹 경영 ‘시계제로’

▲ 이재용 부회장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삼성그룹은 공식입장을 통해 "합병이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특검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구속영장 청구의 부당성을 주장했다. 사진/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김용철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되면서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여부에 따라 삼성그룹의 ‘경영시계’가 멈춰 설지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재계 일각 및 정치권 일부에서 경제논리를 앞세워 불구속 수사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며 특검팀에 구속영장 청구 방침 철회 압박을 가했지만 특검팀은 당초 방침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16일 뇌물공여와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횡령, 국회에서의 증언 및 감정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가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 위반(위증) 등 혐의도 적용됐다. 다만 최지성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미래전략실차장, 박상진 사장에 대해선 불구속 수사하기로 결정했다.

◆삼성일가 중 첫 구속영장 청구
특검팀은 구속영장 청구가 다소 늦어진 것에 대해 “국가경제를 생각했지만, 그것보다 정의를 세우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했다”며 “이재용 구속은 정의를 세우는 일이 우선이라 판단해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규철 특검보는 브리핑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공여액은 430억원으로 미르와 K재단 출연 기업 모두 뇌물공여에 해당한다”며 "횡령 금액은 뇌물공여액 가운데 일부분"이라고 밝혔다.
▲ 최순실게이트 사태로 수사선상에 오른 재벌 총수 중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삼성그룹 총수 일가 중에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뉴시스
이같은 결정에 삼성그룹을 비롯한 재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삼성그룹은 공식입장을 통해 “특검의 결정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대가를 바라고 지원한 일은 결코 없고 특히, 합병이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특검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구속영장 청구의 부당성을 주장했다.

법원이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 할 경우 삼성을 신호탄으로 지금껏 재기된 SK와 롯데그룹에 대한 수사에도 급물살을 탈 것이란 분석이다. 때문에 이번 이 부회장에 대한 특검팀의 구속영장 청구는 충격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최순실게이트 사태로 수사선상에 오른 재벌 총수 중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삼성그룹 총수 일가 중에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2008년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에 연루된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전무가 각각 특검에서 조사를 받았지만, 구속영장이 청구되지는 않았다.

삼성그룹은 이재용 부회장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에 대해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될 경우 삼성그룹은 창사 이래 최악의 경영공백을 맞게 된다.

그동안 삼성그룹에 대한 검찰과 특검의 정조준에도 삼성일가 중 구속이 되면서 수사를 받은 사례는 없고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졌다. 1996년과 2009년 비자금 사건에 연루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두 차례 모두 구속이 아닌 불구속 기소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때문에 이번 특검팀의 이 부회장 조사 이후 구속영장 청구가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불구속 기소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바랬지만 16일 특검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물거품이 돼버렸다.  

◆올해 사업계획 급제동 불가피 전망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 삼성경영은 말 그대로 ‘시계제로’로 올해 사업계획 및 투자가 미뤄질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이 부회장을 대체할 만한 그룹 리더가 없다는 게 문제다. 그나마 그룹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최지성 부회장이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기 때문에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이 부회장의 공백을 메우기는 쉽지 않다는 게 재계의 반응이다.
▲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 삼성경영은 말 그대로 ‘시계제로’로 올해 사업계획 및 투자가 미뤄질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이 부회장을 대체할 만한 그룹 리더가 없다는 게 문제다. 사진/시사포커스DB

이같은 우려로 65조~70조원의 순현금을 바탕으로 기업 인수합병(M&A)과 시설투자에 적극 나선다는 중장기 비전을 담은 경영전략을 지난해 11월29일 이사회가 끝난 이후 제시했지만 이 부회장에 구속영장이 청구되면서 경영전략 차질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만에하나 구속이 되면 경영공백은 물론 삼성전자 이미지 타격까지 쉽게 회복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는 등 그룹 수뇌부의 공백은 그만큼 경영전반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이 부회장이 지난해 야심차게 추진한 인수합병(M&A)도 급제동이 예상된다. 지난해 11월 삼성전자가 추진한 M&A에서 최대 규모인 80억달러를 들여 세계적 전장기업 美하만을 인수했지만 최근 불거진 하만의 최고경영자(CEO) 등 이사진이 미국에서 소액주주들로부터 집단소송에 휘말리면서 합병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하만 주요 주주와 임직원을 설득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특검수사로 인해 출국금지가 내려지면서 해외 일정이 꼬였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해 단행했어야 할 그룹 사장단 인사 및 임원 인사일정도 무기한 연기되면서 언제 단행할지 ‘안갯속’이다. 게다가 지배구조 개편 문제도 급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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