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제재 피해 소멸시효 적용 금액 200억원 자살예방기금에 사용

▲ 삼성생명이 고객 미지급 재해사망보험금 중 금융감독원 제재를 피한 200억원가량을 임의로 자살예방기금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뉴시스

[시사포커스/강기성 기자] 자살보험을 팔았던 삼성생명이 고객 돈 200억을 되려 자살예방사업에 사용하기로 함에 따라 전액을 고객에 돌려주라는 금감원에 빗겨 힘겨루기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교보‧한화생은 2011년 1월 24일 금감원 제재이후 전액을 지급할 계획이며, 대형 3사를 제외한 외국계와 국내 보험사들은 전 기간 자살보험금을 고객에게 돌려줬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13일 삼성생명은 2011년 1월 24일 이후 미지급자살보험금(재해사망보험금) 중 일부를 자살예방기금으로 출연한다. 일정 시기를 기점으로 일부는 고객에게, 일부는 자살 방지에 대한 사회공헌에 사용한다.
 
삼성생명은 금감원의 첫 제재가 있던 2014년 9월 5일을 지급 기준으로 삼았다. 이를 기준으로 2012년 9월 6일부터 2014년 9월 4일까지 2년 치를 합쳐 3~400억원대를 지급한다.
 
단 보험업법 상 약관 위반에 대한 제재가 가능해진 2011년 1월 24일부터 2012년 9월 5일까지 약 1년 8개월 간 발생한 미지급 건 200억원대에 대해서는 자살예방재단에 기금 형태로 출연키로 가닥이 잡혔다.
 
이를 해석하자면 금감원 제재 기간은 지키되 지난 해 9월 승소한 소멸시효 2년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애초 금감원은 지난 9월 대법원의 소멸시효 판결과는 별도로 2011년 1월 24일 이전 모든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라고 지시했다.
 
금감원의 입장은 2016년 9월 대법원 판결에 대해 “애초 소멸시효 개념 소송이니 의미가 없다”며 “소멸시효 여부와 무관하게 자살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해 9월 대법원의 소멸시효 2년을 승소를 근거로 버텨왔던 삼성생명은 이 소멸시효 판결을 적용해 지급을 결정한 것으로 판단된다.
 
정리하자면 2014년 9월 ING생명에 첫 제재가 있던 시점을 잡아 이를 금감원의 실제 의사표시로 삼고, 여기서부터 2년을 소급 계산해 소멸시효를 넘기지 않은 2012년 9월 6일까지만 보험금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2012년 9월 5일 이전 보험료는 소멸시효가 지났으니 종전의 입장은 고수하겠다는 것. 이에 더해 금감원의 약관 위반에 대한 제재가 가해진 2011년 1월 24일도 종전 입장과 같이 마지노선으로 남겼다.
 
지급 대상은 2012년 9월 6일 이후 청구된 미지급 건으로, 약 400억원 수준이다.
 
문제는 대법원과 금감원의 기준에서 모두 제외되는 2011년 1월24일~ 2012년 9월5일 기간동안의 삼성생명 보험계약자들의 미지급액 200억원이다.
 
이 구간에서만큼은 모든 보험사 중 유일하게 삼성생명 보험계약자들만 자살보험에 대한 재해사망특약을 비롯 각종 특약에 대한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없고 ‘삼성’이라는 이름으로 자살예방기금에 출연해야 한다.
 
금융 소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생명은 일단 전액을 보험소비자들에게 돌려주고, 이후에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것이 순서”라며 “금감원 자살보험금 제재를 따라 자의적으로 계산하고 소비자에게 줄 돈으로 다른 활동을 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살보험상품을 실컷 판매한 보험사가 이제와서 굳이 자살을 예방하겠다는 것은 무슨 꿍꿍인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고 비판했다.

 
▲ 지난 5월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권순찬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자살보험금 지급 관련 금융감독원 입장 및 향후 처리계획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금감원은 "자살보험금 사례에서도 일관되게 보험금을 지급해야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으며 어떠한 형태이든 보험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행위는 용납하지 않고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 뉴시스
삼성생명이 미지급 건에 대한 해당 금액은 모두 600억원으로, 전체 미지급 보험금 1608억원의 3분의 1 수준이다.
 
교보생명과 한화생명도 2011년 1월 24일 금감원 제재 이후 금액을 지급한다.
 
교보생명은 1134억 중 18%가량이 해당돼 200억원을, 한화생명은 1050억원 중 20% 미만인 비슷한 수준인 200억원을 지급할 방침이다.
 
3사가 주겠다고 밝힌 액수는 모두 1000억원(자살예방사업비 포함)으로 3사의 전체 미지급 보험금 3792억원에 견줘 3분의 1도 안된다.
 
한편, 대형 3사를 제외한 외국계 보험사를 비롯, 국내 중소생보사는 금감원의 권고에 따라 미지급자살보험금 전액을 고객에게 지급했다.
 
그럼에도 금감원은 생보사 중 메트라이프 생명 등 5개 보험사에 자살보험금을 뒤늦게 지급했다는 이유로 100~700만원의 과징금 부과 처분을 내린 바 있다.
 
당시 금감원 관계자는 “이들 보험사들이 늦게나마 보험계약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데다 고의성이 없다는 점을 고려해 경징계 처분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번 금감원이 3사의 자살보험금 일부 지급에 따른 제재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 약관 속여 받은 재해사망보험금

앞서 보험사들은 2000년대 초반부터 2년 이후 피보험자가 자살할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겠다면서 일반사망보험금+특약(재해사망+이외)에 대한 보험료를 받았다.
 
보험지급 신청은 단 한번만 가능하기 때문에 지급 후 이를 몰랐던 수령자의 특약에 대한 보험금 신청은 효력이 없다. 보험사들은 이점을 노리고 실제 보험계약자가 사망하자 특약을 알리지 않고 일반사망금만 지급했다.
 
재해사망과 나머지 특약을 몰랐던 대부분의 유가족 들은 보험사가 주는 사망보험금만 받고, 일반사망의 2~3배에 달하는 재해사망보험금은 받지 못했다.
 
이는 재해사망특약에 따른 보험료지급 건에 대해 보험사가 고의로 무지한 고객들을 속인 셈이며, 법적으로는 약관이라는 계약 위반이다.
 
또 보험계약에는 일반사망이라는 주계약과 특약에도 수많은 종류가 있다. 재해사망특약에 그치지 않고 실제 고객들이 받지 못한 보험금은 1.5~2배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보험사들의 입장에서는 계약시 제시했던 약관을 무시하고, 중요사항을 고객에게 숨겨 80%이상을 남긴 셈이다.
 
오세영 금융소비자원 보험국장은 “보험사들이 금감원과의 관계를 떠나 보험소비자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주주들을 핑계로 실속만 챙기고 있다”며 “금감원이나 금융위에서 철저한 감독이 이뤄지지 않으면, 보험사들의 지금의 행태가 연이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