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전문가 대상 올해 경제키워드 및 기업환경전망 조사

▲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2일 임·직원들이 모인 가운데 대한상의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시사포커스/박현 기자] 국내 주요 전문가들은 올해 국내 기업들이 불확실하고 험난한 대내외 악재를 극복하고 살아남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만)가 경제․사회 분야 전문가를 대상으로 ‘2017년 경제키워드 및 기업환경전망’을 조사한 결과, “올해는 각종 대내외 리스크가 많아 울퉁불퉁한 길을 의미하는 ‘범피로드(bumpy road)’가 이어질 것이므로, 기업들은 당분간 ‘생존모드(survival mode)’를 취해야 한다”고 3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는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 송의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정혁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정형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등 50여명이 참여했다.
 
이들 전문가는 올해의 주요 대외리스크를 묻는 질문에 ▲미국 금리 인상과 후폭풍(69.2%) ▲중국 경기둔화(57.7%) ▲보호무역주의 확산(46.2%) ▲북한 및 이슬람국가(IS) 등 위협(15.4%) 순으로 꼽았다. 올해 미국 연준 금리는 0.5%포인트 이상 인상되고(76%) 중국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6.6%에서 6% 초반대로 하락할 것(88.5%)이라고 전망했다.
 
해외 경제전망은 미국, 동남아 경제만 ‘긍정적’인 반면 중국, 중남미 등은 ‘부정적’이었다. 특히 인도와 동남아시아는 주요 선진국 진출이 확대되며 꾸준한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점쳐졌으나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권은 기존 고금리 상황에서 미국 금리 인상까지 겹치며 어려움을 맞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와 비교한 올해의 국별 전망’(100을 기준으로 200에 가까울수록 긍정적, 0에 가까울수록 부정적)은 미국(180), 동남아(124), 러시아(100), 일본(96), 중동(80), EU(72), 중남미(68), 중국(52) 순으로 집계됐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세계 경제질서를 예측할 수 없다”며 “수년간 본 적 없는 강력한 쓰나미가 올 수 있는 한 해”라고 말했다. 최성호 경기대 교수는 “최근 경제성장에서 건설부문이 50% 이상 기여하고 있다”며 “SOC 투자와 주택경기가 가라앉을 가능성이 새해 가장 큰 하방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업들은 생존모드를 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각종 불확실성 때문에 기업매출액은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후퇴할 것(92.3%)이며, 기업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도 우호적이지 않을 것(84.6%)이라 말했다.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도 지난해 보다 높을 것(73.1%)으로 전망됐다.
 
박창균 중앙대 교수는 “기업들이 처한 상황은 마치 호수 위의 오리와 같아 현재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물 아래에서는 쉼 없이 발길질을 이어나가야 한다”면서 “소비자의 기대와 사회의 요구수준이 더 높아진 만큼 이를 충족할 전략을 끊임없이 짜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경제․사회 분야 전문가를 대상으로 ‘2017년 경제키워드 및 기업환경전망’을 조사한 결과, 이들은 올해 국내 기업들이 불확실한 대내외 악재를 극복하고 살아남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뉴시스

◆ 사회역동성 저하, 갈등조정비용 증가, 사회안전망 부족 지적
전문가들은 한국경제의 올해 주요 사회이슈를 묻는 질문에 ‘사회역동성 저하(고령사회화)’, ‘갈등조정비용 증가’, ‘사회안전망 부족’ 등을 꼽았다. 송의영 서강대 교수는 “한국도 생산가능인구가 줄고 부양해야 할 인구가 늘면서 성장이 지체되는 인구 오너스(Onus) 시대에 접어들었다”며 “이로 인해 구조적 소비부진으로 경기침체에 빠지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권남훈 건국대 교수는 “인구절벽이라는 재앙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저출산 극복대책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만큼 교육·인적자본 정책 등을 통해 미래의 충격에 선제적 대응책을 마련할 때”라고 강조했다. 타국으로부터의 이민 활성화에 대해서는 전문가의 54%가 ‘적극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수저론 등 기득권에 대한 반감이 확산됨에 따라 사회통합이 약화되고 갈등조정비용이 증가하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기득권에 입각한 사적이익 추구행위가 이해 관계자 간의 갈등을 빚고, 자원의 효율적 배분과 경제성장을 저해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한국의 사회갈등요인지수는 OECD 내 최고수준(4위)인 반면, 갈등관리지수는 최저수준(27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사회안전망 확충 노력을 급선무로 꼽았다. 정형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저소득층도 안정적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춤으로써 사회적 정의가 실현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고, 정혁 서울대 교수는 “노동시장 유연성 확대, 고용안전망 구축의 2트랙 복지구조를 완성해 산업구조 조정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경제팀이 가장 중점을 두어야 할 과제를 묻는 설문에는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노동개혁을 포함한 구조개혁 추진(46.2%)이 가장 많았고, 산업구조 조정(42.3%), 미래먹거리 발굴(15.4%), 민생안정(7.7%), 기업애로 해소(3.8%)가 뒤를 이었다.
 
김진일 고려대 교수는 “지난해의 정치 혼란을 계기로 우리가 사회적 신뢰와 투명성을 높이는 등 경제사회 전반을 업그레이드함으로써 경제활동의 거래비용이 획기적으로 낮추고 경제도 다시 활성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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