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K스포츠재단 기금 출연 경제계를 멍들다

▲ 정경유착은 한국 경제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적폐로 꼽히고 있지만 현 구조에선 정경유착 고리를 끊는다는 게 쉽지 않은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 사진/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김용철 기자] 올해 경제계는 ‘정경유착’에 자유로울 수 없었다. 정부와  기업이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질 경우 정경유착이라는 암흑의 손길이 뻗칠 수밖에 없다. 정경유착은 한국 경제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적폐로 꼽히고 있지만 현 구조에선 정경유착 고리를 끊는다는 게 쉽지 않은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 12월 6일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금액과 관련 “청와대 요청을 기업이 거절하기 어려운 것이 기업 입장”이라며 “정부의 정책으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도 “기업입장에서는 정부 정책에 따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과거 대표적인 정경유착으로 일해재단을 꼽을 수 있다. 일해재단은 ‘아웅산 테러 희생자 유가족을 돕는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는데 이 과정에서 모금의 강제성과 대가성 의혹이 일면서 청문회 사태로 번졌다. 당시 청문회에서 정주영 전 회장은 “아웅산 유족들을 돕고자 적극 협조했지만 출연금 목표가 200억 이상으로 증액될 때는 내는 게 편하게 사는 길이라고 생각해서 냈다”고 말해 강제모금을 사실상 인정했다.

대기업들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은 정부와 기업의 정경유착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특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개입했다는 의혹은 정경유착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할 만하다. 정경유착의 도구로 국민연금이 동원된 게 청와대의 지시로 이뤄졌다는 게 특검에서 밝혀질 경우,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 승인의 반대급부로 최순실씨에 대한 특혜성 지원에 박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얼마나 관여했는지 드러나게 된다.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과 독대해 재단 출연을 압박하는데 이를 거부하기는 쉽지 않았다는 게 청문회 참석한 총수들의 답변이다. 거부했다간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심리가 깔려 있다. 그래서 청문회에서 대기업 총수들은 피해자라고 하소연했다. 실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미르재단에만 10억원을 출연하고 K스포츠재단에는 기금 출연을 거부해 눈 밖에 나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에서 물러났다는 게 재계 안팎의 시각이다. 당연히 정부는 부인하고 있지만 한진해운 사태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최근 정경유착 창구 역할로 드러난 전경련 해체 목소리가 높다. LG그룹이 전경련 탈퇴를 공식 선언했고, 삼성과 SK그룹도 탈퇴의사를 밝힌 바 있다. 정경유착은 과거에도 현재도 진행형이다. 정권은 기업에 ‘검은 돈’을 요구하고 기업은 이권과 특혜를 얻어서는 정경유착을 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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