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지지’ 받은 주승용 당선돼 당 대표 경쟁도 鄭 유력

▲ 국민의당 주승용, 조배숙 의원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및 정책위원회의장 선출 의원총회’에서 주 의원이 원내대표로 조 의원이 정책위원회의장으로 선출됐다. 시사포커스 / 고경수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29일 치러진 국민의당 원내대표 경선은 당내 두 축인 안철수계와 호남 중진계의 대결구도로 일찌감치 그 결과에 이목이 집중됐는데, 결국 호남 4선의 주승용 원내대표가 당선되면서 창당 주역인 안 전 대표의 입지가 무색할 정도로 현역 의원 다수를 점하고 있는 호남 중진계의 기세를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됐다.
 
이날 원내대표 경선은 내달 치러질 당 대표 경선의 전초전 성격도 갖고 있어 일찌감치 7선의 당내 중진인 박지원 전 비대위원장까지 끼고 나선 안철수 전 대표 측은 김성식 의원을, 정동영 의원을 주축으로 한 호남계는 주승용 의원을 지원하면서 계파 대결 모양새도 띠었다.
 
그러다보니 이날 주 의원이 23표라는 큰 차이로 김 의원을 따돌리고 원내대표에 당선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차기 당 대권 경쟁 구도 역시 벌써부터 주 의원을 밀어 준 정동영 의원의 당선이 유력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렇듯 호남 강세가 또 다시 입증되면서 일부 ‘호남 자민련’이란 시선을 받게 될 것을 우려했는지 일단 주 원내대표는 이날 당선 기자간담회에서 “친박과 친문을 제외한 모든 세력과 협상과 대화 테이블에 올라가야 한다”며 비박계가 세운 개혁보수신당과의 연대 가능성도 열어 외연을 확장시키려는 의향을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개혁보수신당의 핵심 인사인 유승민 의원이 앞서 국민의당에선 그나마 보수의 범주에 드는 안철수 전 대표만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드러낸 바 있어 두 정당이 실질적인 연대에 이를 수 있다기보다는 주 원내대표가 ‘호남당’으로 비쳐지는 걸 피하기 위해 내놓은 선언적 발언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다만 조기 대선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대선을 앞두고 최소한 ‘반문재인’을 기치로 원내 3, 4당에 자리 잡은 두 세력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같은 유력 대선주자를 통해 일시적으로 전략적 ‘반문 연대’를 결성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차기 지도부, 정동영 대표-주승용 원내대표 체제로 갈까
 
이번 원내대표 국민의당 원내대표 경선엔 재적의원 38명 중 35명이 참석했는데, 이미 안철수계와 호남계의 대결로 비쳐진 만큼 그 결과가 자칫 계파 갈등으로 비화되거나 당내 세력구도로 해석될 우려 때문인지 35표를 모두 개표하지 않고 과반인 18표를 먼저 얻는 후보가 당선되는 형태로 치러졌다.
 
그만큼 창당 이래 정책노선에 일부 이견을 보여 온 안철수계와 호남계 간 간극을 이번 원내대표 경선으로 한층 더 벌리게 될까 두려워했다는 반증이기도 한데, 당초 호남 출신에 동교동계이면서도 박지원 전 비대위원장이 자신이 이끈 지도부에서 정책위의장을 맡았던 안철수계의 김성식 의원을 밀어 주기로 한데다 김 의원이 수도권 출신이란 점에서 지역적 고려도 작용해 주승용 의원과 초박빙의 접전을 펼칠 것으로 점쳐졌으나 예상외로 고작 12표를 얻은 채 ‘참패’한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안철수계는 향후 더욱 힘을 잃게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더욱이 불과 한 달도 남지 않은 내달 15일 당 대표 경선이 치러진다는 점에서 이번 원내대표 경선 결과는 한편으론 당 대표 경선 결과를 가늠할 척도가 될 수도 있어 안철수계로서 전날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김영환 전 사무총장에게도 결코 반가운 소식은 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정책위의장까지 이날 호남 4선의 조배숙 의원이 차지해 호남일색이란 점에서 적어도 당 대표는 안철수계 후보에 어느 정도 무게를 실어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목소리도 없지 않지만 이미 비대위와 원내대표를 겸직하며 당을 이끌었던 박지원 전 비대위원장이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데다 아직 출마를 공식화하진 않았지만 여당 대권후보 출신인 전북의 정동영 의원까지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보니 이런 해석도 설득력이 떨어지고 있다.
 
▲ 주승용 의원의 원내대표 당선에 따라 그를 지원했던 정동영 의원(사진)의 당 대표 경선 승리 가능성도 한층 높아졌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특히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서 박지원 전 비대위원장과 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김성식 의원을 지원한 반면 정동영 의원은 주승용 의원을 적극 지지했던 것으로 알려져 당 대표 출마를 앞두고 있는 정 의원의 당내 입지가 주 의원의 원내대표 당선으로 박 원내대표와 안 전 대표 측보다 훨씬 확대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 이미 출마 선언을 하고 당권 경쟁 중인 호남 출신의 황주홍 의원이나 문병호 전 의원도 현재의 저조한 당 지지율과 그간 박 전 위원장이 보여 온 지도력을 결부시켜 한 목소리로 비판하고 있다 보니 유력 당권주자 중 ‘박지원 책임론’으로 집중공격을 받고 있는 박 전 위원장에 비해 정 의원의 당선 가능성이 한층 높게 점쳐지고 있는 실정이다.
 
아울러 정 의원이 국회의원만 4선에 집권여당을 대표해 대선후보로 출마한 적까지 있는 만큼 정치 경력에 있어서도 박 전 위원장 못지않아 이런 전망은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 조기 대선 앞둔 주승용 체제, ‘反文 연대’로 제3지대 이룰까
 
이런 가운데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서의 호남계 당선을 단순히 당내 역학구도로만 해석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데, 국민의당 현역 의원 대다수의 지역구가 호남에 편중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당 지지율이 ‘안마당’이던 호남에서조차 더불어민주당에 밀려버렸다는 위기감을 반영한 결과라는 것이다.
 
즉, 최근 김동철 비대위원장 등 당 지도부까지 서울 여의도가 아니라 직접 호남까지 내려가 지도부 회의를 했던 것을 비롯해 안철수 전 공동대표와 함께 당을 이끌었던 천정배 전 공동대표가 대선후보들 중 유일한 호남 출신이라며 지난 26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것도 이런 절박한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점에서 호남계 중진의 원내대표 당선 역시 소위 ‘본진’인 호남에 좀 더 집중하겠다고 지역민심에 호소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하지만 호남정당이란 색채가 짙어질수록 스스로 지지층을 호남에 국한시켜버리는 딜레마가 생겨 머지않아 시작될 대선 레이스를 위해서라도 외연을 넓혀가야 한다는 고민은 새 원내지도부에도 숙제로 남아 있다.
 
안 전 대표를 내세워 보수 표심까지 일부 끌어들이려던 기존의 대선 전략은 이미 지난 27일 새누리당이 분당되면서 보수적 색채의 대안정당으로 ‘개혁보수신당’이 출범한데다 이번 국민의당 원내지도부 역시 호남일색으로 이뤄지면서 더는 효과가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대선판을 키우기 위한 외부 인사 영입 시도 역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나 정운찬 전 총리에 러브콜을 누차 보내도 결국 실패로 끝나버려 현재 국민의당을 이끄는 호남계 지도부는 우선 ‘반문재인’을 기초로 민주당 내 비주류 측이나 개혁보수신당 측과 전략적 연대를 모색해 국면전환에 나서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이날 주 의원은 원내대표 당선 기자간담회에서 “주호영 개혁보수신당 원내대표는 저희 집안의 동생”이라며 같은 성씨를 내세워 손을 내미는 모습을 취한 것은 물론 “더불어민주당의 비문이 제 고향”이라고도 강조해 이런 의도를 여실히 드러냈다.
 
무엇보다 자신의 당선이 자칫 ‘호남당’이란 논란을 불러올 것을 의식해 그는 아예 “제가 호남 의원으로서 호남 이미지를 덧씌웠다는 평가를 받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못을 박기도 했는데, 단순히 ‘반문재인’이란 이해관계만으로는 결속력이 충분치 않다고 여겼는지 문재인 전 대표 측만 부정적인 개헌에 대해서도 적극 추진 의사를 피력했다.
 
실제로 그는 이날 원내대표 당선 인사차 더불어민주당 비주류 출신인 정세균 국회의장을 찾아간 자리에서 국회 개헌특위 구성 문제를 꺼낸 뒤 “우리 당에서 제일 먼저 당론으로 개헌 추진을 확정했다”며 “속도감 있는 개헌 추진이 필요하다”고 정 의장에 전격 제안해 “같이 합시다”란 화답까지 이끌어내기도 했다.
 
여기에 개헌 문제는 김무성 전 대표 등 개혁보수신당에서도 일찍이 필요성을 역설해온 바 있어 문 전 대표에 맞서는 대선 구도 속에서 국민의당이 개혁보수신당 등과 제3지대를 이룰 또 다른 접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 뿐 아니라 주 원내대표가 당선 첫 일성으로 정권교체를 위해 친문과 친박 패권주의를 제외한 모든 세력과 대화할 수 있다고 직접 천명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원내 3당과 4당이 대선 직전 연합전선을 이뤄낼 수 있을지 여부에도 많은 이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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