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탄핵’ 이후 커져가는 ‘적폐 청산' 목소리

▲ 박근혜 정권이 강행한 한일 ‘위안부’ 합의가 이제 1년이 됐다. 박근혜 정권은 아베 총리 등이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이전될 것으로 본다’는 입장을 줄곧 밝혀도 무엇 하나 제대로 대응한 적이 없다. 사진/고승은 기자
[시사포커스/고승은 기자] 박근혜 정권이 1년전 오늘 밀실에서 강행했던 한일 ‘위안부’ 합의는 여론의 거센 질타를 받아 왔다. 같은 해 역시 밀실에서 강행한 국정교과서 문제와도 하등 다를 게 없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20여년간 줄곧 외쳐왔던 ‘책임자 처벌-일본정부 공식사죄’ 목소리를 박근혜 정권은 묵살했다. 또 합의문에는 ‘불가역적’ 합의라고 명시돼 있었다. 아베 총리의 입장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을 통해 ‘대독’ 형식으로 전달됐다.
 
한일 ‘위안부’ 합의 강행 이후, 일본 <산케이신문> 등의 보도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지난해)12월 28일로 모두 끝이니 사죄하지 않는다. 이 사실을 박 대통령과의 전화회담에서도 말해 뒀다”고 말했다.
 
또 아베 총리는 합의 이후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이 “이전될 거라 본다”는 입장을 줄곧 밝혔다. 또 기시오 후미오 외무상도 거듭 이전을 촉구하는 발언을 공개리에 해왔다. 그래서 한일 ‘위안부’ 합의에 소녀상 이전이 포함돼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게다가 밀실에서 강행된 합의 이후 위안부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사업과 위안부백서 발간 작업 등, 정부 차원에서 추진했던 ‘위안부’ 피해 알리기 사업이 줄줄이 중단되며 파장은 더욱 거세게 일었다.
 
◆ 공개 요구는 묵살. 할머니들 ‘격노’에도 자화자찬
 
그러나 횡설수설하는 박근혜 정권은 ‘합의문을 명백히 밝히라’는 요구가 쏟아졌음에도, 단 한 번도 명백한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 또 피해자 할머니들이 격노하고 있음에도 지난 2월 청와대는 "24년 동안 역대 정부가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포기까지 했던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일본 정부의 책임'을 사상 최초로 명확히 표명하는 합의를 이끌어 내면서 해결했다"고 강변하기도 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올해 국회 기자회견이나 야당 수뇌부를 면담한 자리에서 박 대통령을 맹질타하며 “아베의 사과를 받고 우리 명예를 회복시켜달라”고 요청해왔다.
 
일본이 출연한 10억엔으로 설립된 화해치유재단도 문제의 대상이 되긴 마찬가지다. 재단의 이사진에는 그동안 위안부 문제를 공론화했던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나 ‘위안부’ 관련 전문가는 제외됐다. 또 구체적 사업 계획도 제대로 공개한 적이 없다. 이미 각계에서 수없이 해체 요구를 받고 있다.
▲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파문으로 박 대통령이 국회서 탄핵당한 이후, 여론 수렴 없이 강행한 정책들을 폐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사진/고승은 기자
성신여대 명예교수인 김태현 이사장은 일본이 출연한 10억엔과 관련, 지난 9월 국정감사에서 ‘배상금인지, 치유금인지 분명하게 답해달라’는 질의에 “배상금적 성격을 띤 치유금”이라고 답해 빈축을 샀다.
 
앞서 그는 지난 5월 화해치유재단 발족 기자회견에서 10억엔이 '치유금'이라고 했다가 바로 다음날 '배상금'이라고 정정한 바 있어, 결국 치유금→배상금→배상금적 성격의 치유금 등 횡설수설 말을 바꾼 셈이다.
 
합의 무효를 거듭 주장하는 피해 할머니들은 일본정부를 상대로 한 법적 대응을 계속하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27일 생존 피해 할머니 11명과 이미 세상을 떠난 피해자 5명의 유족이 일본정부를 상대로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고 밝힌 바 있다. 1인당 2억원의 손해배상 청구다.
 
민변은 “정부가 한일 위안부 합의에서 일본에게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대한 법적 책임도 묻지 않고 화해치유재단에 10억엔을 지급하는 내용으로 협상 타결을 선언했다”며 “지금이라도 합의를 폐기하고 피해자들의 배상청구권을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새누리 ‘떠난’ 신당도 “재협상하라”
 
최근 ‘박근혜 탄핵’ 정국 이후, 박근혜 정권이 여론 수렴없이 강행한 정책들을 폐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위안부’ 합의를 비롯, 국정 역사교과서, 주한미군 사드배치, 한일군사정보협정 등이다.
 
특히 28일로 ‘위안부’ 합의 1년을 맞음에 따라, 폐기 목소리는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번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파문 이후, 새누리당이 분당되며 야권의 목소리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은 그동안 ‘위안부’ 합의에 대해 줄곧 극찬하며 감싸왔다. 다만 일부 비박계(구 친이계) 의원들만 합의 자체엔 반대하지 않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와 소통이 부족했다’는 식의 소극적인 비판을 한 바 있다.
▲ 새누리당을 탈당한 의원들로 구성된 개혁보수신당(가칭)도 ‘위안부 협상 추가협의’를 공식 브리핑으로 발표했다. 사진/고경수 기자
한편, 분당한 비박계 의원들로 꾸려진 개혁보수신당(가칭)이 28일 발표한 브리핑이 ‘위안부 협상 추가협의’를 내세우고 있어 주목된다. 박근혜 정권이 줄곧 내세웠던 방침과 다르다.
 
장제원 대변인은 이날 오후 현안관련 브리핑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의 고통과 눈물에 개혁보수신당은 함께 할 것”이라며 “단지 상처치유금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참회와 진정한 사과가 수반돼야 한다”고 밝혔다.
 
장 대변인은 이어 “한·일 위안부 합의는 국가 대 국가의 협약이나 조약이 아니기 때문에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며 “추가 협의는 당사자들의 납득과 수용이 필수적. 정부는 일본을 상대로 추가 협의에 조속히 나서 줄 것을 촉구한다”며 위안부 재협상을 촉구했다.
 
◆ 유력대선 주자 모두 ‘폐기’ ‘재협상’, 반기문만 과거 ‘극찬’ 논란
 
다른 야권은 정권교체시 합의를 무효화하겠다는 입장을 강하게 보이고 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과 피해 당사자인 할머니들의 의사를 무시한 채, 박근혜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한 한·일위안부합의는 한국 외교사에 치욕적인 기록으로 남을 것”이라며 “박근혜 정부는 국민의 심판과 역사의 단죄를 받았다. 이 단죄 속에는 굴욕적인 한·일위안부 합의도 포함되어 있다고 봐야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정권교체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정권교체 후에 반드시 이 합의를 무효화하는 노력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력 대선주자들도 ‘전면 폐기’ ‘재협상’등을 촉구하고 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일년 전 박근혜 정부의 위안부 합의는 대표적인 외교 적폐”라며 “일본이 해야 할 일은 법적인 책임을 인정하고 공식적으로 사죄하는 것이다. 이를 분명히 하는 새로운 협상이 필요하다”며 즉각 재협상을 촉구했다.
 
그는 또 “10억 엔으로 일본의 반인륜적 인권범죄에 면죄부를 줄 순 없다. 국가는 할머니들의 눈물을 진심으로 닦아드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정권교체시 합의를 무효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유력 대선주자들도 반기문 총장을 제외하곤 모두 ‘전면 폐기’ ‘재협상’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고승은 기자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도 페이스북에 "12.28 위안부 합의는 독단적인 대통령과 정부의 외교참사이고, 피해 어르신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강행한 불통의 결과물"이라면서 "작년 12.28 합의는 폐기되어야 마땅하다. 정권교체를 통해 이 문제를 꼭 해결하겠다"라고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이날 열린 수요집회에 참석해 “.한일 위안부 합의는 무효다. 일본 정부의 공식사과 없는 합의가 유효할 수 있느냐. 피해자 할머니들과 아무 협의 없는 합의가 유효할 수 있느냐. 국민과 상의 없는 밀실에서의 합의가 유효할 수 있느냐”라고 질타헀다.
 
이재명 성남시장도 대변인을 통해 발표한 입장문에서 "한일 위안부 합의는 피해 당사자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고 국가 간의 합의로서의 최소 형식과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공동의 입장 정도를 밝힌 정도에 불과하다"며 “피해 당사자의 의사와 국민정서에 어긋난 위안부 합의는 전면적인 재검토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겨레>에 따르면, 주요 대선 주자 10인(문재인·이재명·안철수·박원순·안희정·유승민·오세훈·남경필·김부겸·손학규) 모두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폐기 혹은 재협상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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