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조사 및 재판에 몸살

▲ ‘최순실 게이트’ 여파가 재계로 불통이 튀면서 그룹의 경영일정에 차질을 빚는 기업의 경영상황이 안갯속을 걷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시사포커스/김용철 기자] 2016년 재계는 말 그대로 내우외환에 격량의 한해를 보냈다. 조선업의 불황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몸집 줄이기에 나서는 한편 해운업은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동반 몰락으로 물량대란이 빚어지는 등 산업계 전반에 큰 피해를 안겼다.

이외에 그룹 오너일가의 각종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등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특히 ‘최순실 게이트’ 여파가 재계로 불통이 튀면서 그룹의 경영일정에 차질을 빚는 기업의 경영상황이 안갯속을 걷고 있다. 이에 올 한해 오너들의 민낯이 드러난 4대 뉴스를 정리해봤다.  

◆28년만에 재계 총수들 청문회 출석
올 한해 재계를 흔든 가장 큰 이슈는 5공 청문회 이후 28년만에 재계 10대 그룹 대부분의 총수들이 ‘최순실 국정조사’청문회 출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전경련 회장)으로, 한번에 9명의 총수들이 청문회 증인석에 출석한 것은 역대급 기록이다.
▲ 올 한해 재계를 흔든 가장 큰 이슈는 5공 청문회 이후 28년만에 재계 10대 그룹 대부분의 총수들이 ‘최순실 국정조사’청문회에 출석이다. ⓒ뉴시스

이번 청문회는 최순실씨가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낸 그룹 중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한 재벌 총수들이 불려나왔다는 점에서 특혜 의혹의 진상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모르쇠’ 전략으로 일관하면서 속 시원한 답변을 듣지 못하고 끝났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에게 국조특위 의원들의 질문이 집중되면서 ‘이재용 청문회’라는 비판을 받았다.

최순실씨 모녀 지원 의혹 및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의혹 등 삼성그룹을 뒤흔들 메가톤급 이슈라 집중 질문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쏟아졌지만 의혹만 키운채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날 전경련을 탈퇴하고 삼성그룹의 컨트롤 타워인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겠다는 폭탄 발언을 쏟아냈다.

9명이 출석한 청문회에서 특검으로부터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진 총수로는 이재용 부회장, 최태원 회장, 신동빈 회장으로 내년도 해외일정에 발목이 잡힌 상황이다. 특검은 아직 그룹 총수들을 소환할 계획은 없어 장기간 해외 경영에 차질이 예상된다.

◆신영자·최은영 여성오너의 잔혹사 
▲ 신영자(사진,하)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롯데그룹 오너 일가 중 유일하게 구속영장이 청구돼 법정 구속된 불명예를 안았다.최은영(사진,상) 유수홀딩스 회장은 한진해운 자율협약 신청 전 내부정보를 이용해 본인과 두 자녀가 보유한 주식을 전량 매각해 손실을 피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사진/시사포커스DB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롯데그룹 오너 일가 중 유일하게 구속영장이 청구돼 법정 구속된 불명예를 안았다. 신 이사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횡령과 배임이다. 신 이사장은 롯데면세점 입점 업체로부터 30억원의 뒷돈을 받은 것 외에도 아들의 회사인 비엔에프통상을 통해 40억 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아 구속됐다.

12월 23일 검찰은 신 이사장에게 징역 5년 및 추징금 32억 3천여만원을 구형하며 “지위와 수수액을 고려해 형평에 맞는 형이 선고돼야 한다”고 밝혔다. 신 이사장은 최후진술에서 “나 때문에 아버님(신격호 그룹 총괄회장)과 가족들, 제가 평생 몸담은 곳에 씻을 수 없는 불명예를 남기게 됐다"며 눈물을 흘렸다. 또 ”앞으로 사회에 복귀할 수만 있다면 봉사하며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겠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신 이사장은 유통가에서 ‘대모’로 불리며 롯데백화점을 국내 대표 유통업체로 성장시키는데 크게 기여한 평가를 받았지만 비리 혐의가 드러나면서 한 순간에 몰락하게 됐다.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은 한진해운 자율협약 신청 전 내부정보를 이용해 본인과 두 자녀가 보유한 주식을 전량 매각해 손실을 피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미공개 주식거래 혐의로 최 회장은 검찰조사를 받았다. 최 회장은 또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로 내몰린 것에 대한 책임으로 100억원의 사재출연을 했지만 보유재산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쏟아진 바 있다. 최 회장은 해양수산부 국정감사에서“30년간 업무를 해온 임원들과 전문 경영인 밑에서 2년간 배웠지만 제가 무능해 이런 사태가 빚어진 것에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특사로 자유 얻은 이재현 회장…사면특혜 의혹
광복절이 다가오면서 재계의 관심은 누가 광복절 특사로 사면될 것인가 여부였다. 언론에선 많게는 4명이상 특별사면 될 것으로 전망했지만 이재현 CJ회장만 특별사면됐다. 2013년 조세포탈 횡렴·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 회장은 3년만에 자유의 몸이 되면서 언제쯤 경영일선에 복귀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특별사면 과정에서 차은택 주도의 1조4천억원의 K컬처밸리 사업에 이 회장의 사면을 위한 대가성 투자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특검은 이재현(사진) 회장을 출국금지 하면서 치료를 위한 이 회장의 미국행은 장기간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

이 회장은 사면 발표 직후 “치료와 재기의 기회를 준 대통령님과 국민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치료에 전념해 빠른 시일 내 건강을 회복하고 사업으로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겠다”고 감사를 표한 바 있다.

이 회장은 만성신부전증과 근육위축 유전병을 갖고 있는 이 회장은 신장이식수술 이후 후유증이 발생, 병세가 악화되자 치료에 전념하면서 병세가 호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병세 호전 여부에 따라 경영 복귀 시점이 결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내년도 정기총회를 기점으로 경영 일선에 복귀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회장은 2013년 구속당시 CJ의 모든 계열사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 따라서 내년 주총에서 등기이사로 다시 선임되면 경영 복귀를 알리게 되는 셈이다. 일각에선 등기이사에 선임되지 않고 경영에 복귀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천천히 몸을 추스른 상태에서 경영일선에 복귀한다면 주총 이후에나 복귀 시점이 정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특별사면 과정에서 차은택 주도의 1조4천억원의 K컬처밸리 사업에 이 회장의 사면을 위한 대가성 투자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특검은 이 회장을 출국금지 하면서 치료를 위한 이 회장의 미국행은 장기간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형제의 난’-롯데家 ‘휴화산’ 금호家 ‘봉합’
7년간 지속된 금호가의 형제의 난은 화해로 일단락된 한해였다면 롯데가 형제들의 경영권 분쟁은 소강상태로 접어들었지만 언제든지 촉발될 상태다.
▲ 7년간 지속된 금호가(사진,하)의 형제의 난은 화해로 일단락된 한해였다면 롯데가(사진,상) 형제들의 경영권 분쟁은 소강상태로 접어들었지만 언제든지 촉발될 상태다. 사신/시사신문DB

우선 형인 박삼구 회장과 동생인 박찬구 회장은 몇 년간 소송 전으로 화해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었지만 동생인 박찬구 회장이 소송을 취하하면서 화해 물코를 텄다. 2009년부터 이어진 금호가 형제의 갈등이 봉합됐다.

형인 박삼구 회장은 동생인 박찬구 회장과 곧 만날 것이라는 말과 함께 그룹간 화해를 통해 국가 경제 발전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롯데그룹 형제간의 경영권 다툼이 롯데그룹의 전방위적 검찰수사로 이어지면서 그룹 이미지 하락 및 세간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 작금의 현실이 두 형제간의 화해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형제간 화해로 부담을 던 박삼구 회장은 그룹 재건의 마지막 퍼즐인 금호타이어 인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매수청구권을 갖고 있지만 금호타이어 인수가격이 1조원 이상 넘을 경우 실탄이 부족한 박 회장으로선 인수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최근 예비입찰에 참여한 업체들이 제시한 인수가격이 시장에서 예상한 1조원에 못미치면서 금호타이어 인수에 숨통이 트였다. 박 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을 사용 금호타이어를 품을 지 내년 업계의 이목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롯데家는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재판 검찰이 4개월에 걸친 수사를 종료하고 신동빈 회장을 불구속 기소하면서 재판 결과에 따라 언제든지 경영권 분쟁이 재개될 수 있다.

최종 재판 결과에서 신 회장이 유죄가 확정되면 일본롯데홀딩스 이사회 결정에 따라 롯데그룹의 경영권을 유지 못할 수도 있다. 때문에 신동주 전 부회장은 재판 결과에 따라 경영권을 가져올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삼고 있다.

신동빈 회장측은 지난 22일 열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등 혐의에 대한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상세한 의견은 추후 밝히겠지만 기본적으로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단은 경영권 분쟁은 이변이 없는 한 신동빈 회장의 경영권이 공고해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일본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신동빈 회장이 압승으로 끝났고, 롯데홀딩스 정기이사회에서 신 회장을 재신임했기 때문이다. 재판 결과가 유죄로 확정되지 않는 한 신동빈 회장의 롯데 경영권에는 흔들림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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