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한나라당 명분 없는 발목잡기”

▲ 전효숙 인사청문회
지난 14일 전효숙 헌재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의 국회상정이 무산됐다. 한국은 역사상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헌법재판소장 부재’라는 혼란기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이번의 사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그 공방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여-야 권력 투쟁의 대리전’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인 가운데 법리, 정치적으로도 의문부호가 양산되고 있다. 과거에도 그랬듯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 격’으로 마무리 될지, 아니면 내년 대선을 겨냥한 여-야 간의 치열한 공방전의 신호탄일지는 좀 더 신중히 지켜봐야겠다. 전효숙 헌재 소장 내정자는 첫 여성 헌재 재판관으로 여성 법조계의 희망까지 안고 전 대법원장의 추천으로 2003년 8월 헌재에 발을 디뎠지만 노무현과 같은 사법입문 17회 동기라는 이유 때문인지 그동안의 헌재판결에서 노무현과 코드를 맞춘 재판관으로 세간에 알려져 있었다. 끝나지 않는 ‘설전’ 헌재의 내부상황은 이번 전효숙 헌재 재판관 내정자까지 포함하면 헌재에 17회 동기가 3명이나 포진되게 돼 있었고 기타 노무현 코드 경향의 재판관까지 포함하면 헌재 위헌 정족수 6명을 확보하게 되어 한나라당의 앞길에 적지 않은 ‘험로’가 될 것이라는 것이 수많은 ‘설’중에 하나였다. 더불어 이번 사태를 비판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는 일각의 의견은 “핵심은 대통령과 대법원과 국회로 각각 3명씩 삼등분한 것에 헌재 재판관의 배분구조에 있다. 문제는 기존 재판관을 사퇴시키고 헌재 소장으로 재임명함으로써 한 개인으로서는 임기연장의 편법이 되었고 헌재 재판관 구성에 삼권분립의 정신을 집어넣은 근본취지를 저절로 위반하게 하는 결과를 가져와 헌재 스스로 헌법과 법률의 정당한 논리를 훼손한 것에 있는 것이었다”라는 주장이 그것이다. 이어 “헌법의 법리대로 해석한다면, 재판관 추천과 소장 임명은 별개의 절차로 해석돼야 하고 이런 논리로 대통령의 몫의 헌재 재판관 3명을 추천하고 전체 9명의 재판관 중에서 한 명을 뽑아 헌재 소장으로 임명한다는 것이 바른 해석이 될 것이다”라는 의견이 일각 제기 됐다. 그리고 민주당 조순형 의원의 ‘입김’도 한 몫을 했다. 이름하여 ‘민간인 신분논란’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헌법 제 111조 4항에는 “헌법재판소의 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재판관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여기에는 세가지 요건이 명시되어있다. 첫째, 현직 헌법재판관이어야 하며, 둘째,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하며, 셋째,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세가지 요건 중에서 전효숙 후보자는 바로 첫번째 요건인 현직 헌법재판관 신분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이는 전 후보자가 임기 연장을 위해 청와대와 사전 조율해 헌법재판관직을 사임하면서 빚어진 일이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간단하게 해결된다. 전 후보자는 국회 임명동의안 제출 시점인 지난달 22일까지 헌법재판관을 사임하지 않은 상태여서 조 의원의 지적과는 달리 법적으로 헌법재판관 신분을 유지하고 있었으며, 따라서 임명동의안 제출이 헌법을 위반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므로 조순형 의원과 한나라당이 제기한 ‘원인무효’ 주장은 성립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가능하다. 단 이 경우 노 대통령과 전 후보자가 의도했던 바와는 다르게 헌재소장의 임기가 6년이 아닌 헌법재판관 잔여 임기인 3년이 된다. 이 대목에서 6년 임기보장과 ‘원인무효’간에 협의가 가능한 대목이다. 이 두 사항을 바꾸었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것. 그렇다면 왜 정부는 임기 6년조차 제대로 보장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현직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는 모험을 감행했을까. 이는 ‘개혁적성향’의 분위기로 헌재를 변혁하기 위해서다. 참여정부가 끝난다고 해도 헌재는 ‘정치사법화’에 따른 심판자적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에 그 뒷일까지 계산한 것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한나라당이 ‘노 대통령 사과, 임채정 국회의장 사과, 법사위 청문회 소집' 등을 골자로 한 야 3당의 절충안을 거부하며 스스로 고립화를 자초하는 이유도 이와 같다. 자신들이 집권할지도 모르는 향후 상황에서 임기 내내 헌재의 ’열린우리당‘ 성향은 골칫거리로 남을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공방을 바라보고 있는 야 3당의 시선도 곱지만은 않다. 국회에서 비공개 회동을 가진 야 3당 대표들은 지난 19일 본회의 이전까지 임명동의안 처리에 대한 여야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함께 노력키로 의견을 모았다. 김효석 민주당 대표는 “한나라당도 태도를 바꾸는 데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지만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여야 합의를 전제로 하고 있지만, 늦어도 19일에는 표결처리가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로, 한나라당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이 문제는 법적으로만 따지면 계속 꼬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법적인 하자는 치유하되 결국에는 정치적으로 풀어야한다”고 말했다. 야3당의 중재안 가운데 ‘법사위 청문회 회부’를 받아들인 열린우리당은 청와대의 유감표명이 이뤄지자 “한나라당이 명분 없는 발목잡기로 일관 한다”며 공세를 펼치고 있다. 절차상 하자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소속의원 전원 명의로 된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노웅래 공보담당 부대표는 “당 대표(강재섭 대표)가 공개적으로 (입장변화를) 얘기한 것을 당 기구에서 반대한다면 공당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공당이 아니고 콩가루 집안이 될 수 있다는 걱정이 든다”고 비판했다. 각 당, 돌파구를 찾아라! 열린우리당과 야3당이 한나라당을 향해 압박을 가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정치권에서는 한나라당이 강경입장을 계속 고수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아직은 온건론이 강경론에 밀려나 있지만, 헌재소장의 공백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안게 될 정치적 부담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야3당이 모여 수습책을 제시한면 어지간하면 수용 할 것”이라는 ‘긍정적’ 입장을 밝힌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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