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갑산 범사련 상임공동대표가 7일 시사포커스와 현 시국과 관련해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시사포커스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정국의 혼란이 극에 달한 시기에 시민사회단체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현 시국을 풀어나갈 해법을 모색하고자 지난 7일 범시민사회단체연합 이갑산 상임공동대표의 고견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제시된 방안들이 공황상태에 빠져 있는 사회를 수습하고 정부가 위기를 돌파하는 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Q. 최순실 사태의 여파가 새누리당이 나아갈 방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 보는가
 
A. 이를 위해선 먼저 새누리당 지지층이 이탈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되짚어볼 필요가 있는데, 이는 이미 지난 4·13총선 공천 때부터 시작됐다고 본다.
 
지금에 와선 최순실이 공천까지 개입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올 정도로 당시 이한구 공천위원장이 당 대표까지 무시한 채 안하무인으로 공천을 해 그때부터 국민들이 새누리당을 비합리적, 비이성적 정당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투표 당일까지 근거 없는 자신감에 차서 비민주적이고 아집과 독선에 가득 찬 공천을 했다가 결국 선거 참패로 귀결되었고,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공천이 냉정한 심판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런데도 새누리당은 총선 참패로 지도부가 책임지고 사퇴한 뒤 구성한 비상대책위원회의 비대위원장직에 개혁적이지도 않고 평생 관료, 법조인, 대학총장 등으로 살아왔을 뿐 정치경력조차 없던 김희옥 씨를 내세워 여전히 정신 못 차렸구나 하는 소리가 나오게 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 끝을 보여준 건 이정현 대표의 선출이다. 8·9전당대회에서 이정현 대표가 선출되는 과정을 봤지만 외견상 자유롭게 경선했다고 할 뿐 내적으로는 줄세우기 투표, 친박 측 오더에 의한 투표라고 다들 얘기하고 있지 않느냐.
 
오늘날 최순실 국정농단이라고 하는 사태는 이 같은 일련의 과정이 이어진 끝에 폭발된 것으로 충분히 최소화할 수 있었던 일이 새누리당이 책임과 사명을 다하지 못하면서 결국 이 상황에 이르렀다.
 
그렇다고 이 위기와 난국을 이정현 대표 체제가 과연 수습할 수 있는 역량과 국민적 지지가 있느냐고 하면 그렇지도 않다. 그저 청와대와 친박이 내세운 아바타에 불과해 사실상 어떤 것도 자기 뜻대로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일례로 단식투쟁만 봐도 그렇다. 국회에서 우병우·최순실 얘기가 나올 때 이걸 막아보겠다고 국회 일정을 거부하며 죽어서 나가겠다고 한 사람이 7일 뒤엔 대통령께서 단식을 만류하니까 기다렸다는 듯 일어났던 모습을 보라.
 
적어도 이 대표가 진정성을 갖고 단식에 응했다면 죽을 때까지 하겠다던 그 뜻대로 쓰러질 망정 본인 의사를 관철했어야 했다는 게 대체적인 여론이다.
 
탈진한 상태로 구급차에 실려가 병원에서도 혼수상태에 있어야 나름대로 새누리당 대표로서 진정성이 보이는 건데, 그야말로 단식을 왜 했는지 납득할 수 없는 행보들이 오늘날 새누리당이 민주당보다 못한 정당으로 지지율이 곤두박질치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최순실 사태로 꼬여있는 정국을 풀 해법은, 역설적으로 새누리당이 국민으로부터 불신 당해온 이 같은 역사 속에서 찾아봐야 한다.
 
물론 대통령과 최순실의 관계 등에 분노한 민심도 있겠지만 당초 이 사태도 여당이 안고 가면서 국민들을 설득하고 달랬다면 이렇게 커지지 않았을 사건이었다.
 
현재 들끓고 있는 민심은, 그간의 새누리당이 해온 작태를 보다 못해, 이번 최순실 파문을 계기로 분출된 것이라고 본다. 이 사태의 모든 책임은 지금의 새누리당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지금 새누리당에는 과반 이상이 친박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최경환 씨를 비롯한 이른바 진박이라 하는 분들이 비대위를 만들자고 의견의 일치를 보지 않고선 결코 이 대표는 물러나지 않을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일단 이 대표와 현 친박 지도부가 물러나고 새누리당을 재창당 수준으로 할 비대위가 구성되면 이후 대통령에게 탈당 권유를 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대통령과 운명 공동체처럼 행동하는 친박 세력이 동반 탈당을 하게 되던지 코너에 몰리면서 결국 존재감이 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친박 측에선 이 때문에 버티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버티면 버틸수록 지지율은 더 떨어지고 국민적 반감은 더 커질 것이며, 새누리당이 정당으로 대접받지 못하는 상황으로 치닫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 비켜갈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만일 친박 지도부가 마냥 버틸 경우, 비록 새누리당이 분당된다는 건 불행한 일이겠지만, 지금의 모습보다는 차라리 비박계가 나와 새로운 정당을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라고 본다.
 
역사적으로 분당을 통해 성공한 경우가 별로 없다보니, 탈당해 제3지대에서 창당한다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대통령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있고 새누리당이 민주당보다 못한 지지를 받고 있는 시점에는 소위 보수지향적인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대안을 마련해야만 된다.
 
이마저 내놓지 못한다면 새누리당은 친박과 비박 모두 몰락의 길을 갈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 이갑산 범사련 상임공동대표가 7일 최순실 사태와 관련해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Q. 이번 사태를 맞아 박근혜 대통령이 어떤 행보를 택해야 할 것으로 보는가
 
A. 지난달 25일 최순실 사태의 기폭제가 된 JTBC 방송 이후 박근혜 대통령은 즉각 여야 3당 대표들과 회담을 해서 빠른 시간 내에 국회의 동의를 받는 거국내각을 구성해야 했다.
 
지금이라도, 대통령이 주도하지 말고, 시민단체의 조언을 받은 국회가 주도해 개헌안을 만들고 대통령이 발의해 내년 4월에 우선 헌법 개정을 국민투표에 붙여야 한다.
 
다시 말해서 법이 정하는 선거는 연 2회 뿐이니까 일단 내년 4월 있을 보궐선거를 통해 국민투표와 개헌투표를 실시해야 한다.
 
또 다음 단계에선 개정헌법 하에서 빠른 시간 내에 대선을 치를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그래야 대통령이 개헌 이후 즉시 물러날 명분이 마련될 수 있고, 당장 물러나지 않더라도 빨리 대선이 치러지는 만큼 사실상 물러나는 효과가 생길 수 있다. 이를 통해 국민여론을 진정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 근래 대통령의 인사 개편 조치에 대해서도 언급하자면, 일단 현재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 한광옥 비서실장 등 노무현 때 정책실장했던 분을 총리 내정자로, DJ 때 비서실장 했던 분을 비서실장으로 선임했는데, 야당과의 협상통로로 삼기 위해 한 것 같아도 소위 이런 흘러간 정치인으로 과연 참신한 아이디어와 국정쇄신을 잘해나갈 수 있을지 여론은 매우 부정적이다. 불통인사의 재판이라는 평가다.
 
현 정권의 인사 문제에 대해 부연하자면, 지금 교육문화수석이나 교육부장관도 꼽을 수 있는데, 최순실 딸 정유라 부정입학 문제로 학사 일정이 80여일 동안 마비된 이화여대에는 당시 임시이사 파견은 고사하고 감사조차 하지 않던 교육부가, 나름 정상화의 길을 걷고 있는 상지대의 경우, 혼란을 부추기는 일부 좌파 교수들의 말만 들고 야당 의원들이 질책하자 중심을 잡지 못하고 휘둘리며 임시이사도 파견하고 특별감사까지 하겠다고 국감에 나와 답변하는 걸 보면서, 교육계 실정을 제대로 아는 사람으로 하루 빨리 교체돼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Q. 개헌에 대해선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가
 
A. 개헌은 당연히 해야 한다. 이제는 몸에 안 맞는 옷을 벗고 새로 맞춰 입어야 한다는, 그게 개헌이다.
 
현재 헌법은 87년 개정된 것으로, 과거 헌법을 임의로 개정했던 독재자들 때문에 국민의 손으로 직접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는 공감대 하에서 5년 단임 직선제가 세워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다. 사실상 5년 단임 제왕적 대통령제는 여러모로 문제를 야기하며 대한민국에 짐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우리 범시민사회단체연합(범사련)은 앞서 금년 초부터 줄곧 개헌 주장을 펼쳐왔었다. 이를 위해 범사련은 보수와 진보가 함께 하고 있는 ‘나라살리는헌법개정국민주권회의’에 동참한 바 있으며, 지난 20대 국회 개원 당일엔 범사련이 주관하는 국가전략포럼에서 개헌 문제를 다뤄 때마침 국회 개원 연설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의 개헌 언급 발언과 연계돼 시너지 효과를 낸 바 있다.
 
무엇보다 어떤 식으로 개헌을 할 것인지에 대해 현재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데 벌써부터 4년 대통령 중임제, 내각책임제, 이원집정부제 등 많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재 가장 적절한 개헌 방법으로 대통령제 속에서 내각책임제와 이원집정부제를 가미한 새로운 권력구조는 어떨지 제안해본다.
 
4년 중임 대통령제를 하되 총리는 대통령이 지명하지 않고, 내각책임제처럼 국회에서 선출하여 총리가 내각을 구성할 수 있도록 한다는 생각이다.
 
그러면서도 총리가 구성한 내각에 대한 인준 권한을 대통령에게 주어 대통령이 내각에 대한 비토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하면 좋을 것이라고 본다.
 
또 국회에서 선출된 총리에 대해서도 대통령처럼 확실히 임기보장을 해줘서 총리 2년, 대통령 4년 구조의 이원집정부적 요소를 갖추고 총리가 국회로부터 불신임, 즉 탄핵당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총리에겐 국회 해산권을 부여해 내각책임제적 요소도 갖게 한다면 보다 나은 제도가 되지 않을까.
 
즉, 권력구조 면에서 보면 이원집정부제에 가깝고 실제 운용 측면에선 내각책임제가 가미되는, 이 정도의 대통령 중임제를 새 정부 형태로 내세운다면 3가지 제도를 모두 포함시킨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 이갑산 범사련 상임공동대표가 7일 시사포커스와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Q. 끝으로 우리 사회에 한 마디 당부하고자 하는 바가 있는가
 
A. 자고로 정치 리더십이 바로서지 않으면, 국가의 미래도 없고 자라나는 아이들의 장래도 밝을 수가 없다.
 
이번 최순실 사태를 바라보면서 많은 얘기들을 하고 있지만 우리가 가장 먼저 확인하고 다짐해야 할 것은,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고 정도와 사도에서 길을 잃는 기성세대의 고질적인 병폐를 이번 기회에 다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말들이 많은 김영란법 또한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반영하는 것 아니겠는가. 원칙이 바로서고 법치질서가 물 스미듯 사회 곳곳에 자리 잡았다면 최순실 사태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정치인과 사회의 지도층이 어른다운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 통렬하게 반성하고 참회하는 일이 필요하다. 이번 사건은 명명백백하게 검찰이 수사하여 죄가 있으면 응당 책임을 묻고 법의 심판을 내려야 한다.
 
여기에 대통령도 예외가 되어서는 안 된다. 대충 국민을 속이고 문제를 덮으려 하면 더 큰 재앙이 닥칠 것이다. 또한, 이번 사건을 정치적 야심의 기회로 삼아 국민을 선동, 파국으로 몰고 가려는 극단적 흐름도 국민이 원하는 것이 아니다.
 
차제에 국민적 에너지를 다시 모으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는 반성과 성찰의 기회로 우리가 받아들이고 만들어 간다면 더 크게 웅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