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회장, 최순실 평창올림픽 이권개입 막다 조직위원장 잘려” 증언 파장

▲ 지난 9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뒤 사실상 청산 절차를 밟고 있는 한진해운과 관련, 최순실씨 측이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는 등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포커스/ 고승은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5월 평창동계올림픽 대회조직위원장에서 갑자기 경질된 것과 관련해, 최순실씨 측의 입김이 있었다는 증언이 나와 파장이 예상된다. 동계올림픽 관련 최순실씨 등의 이권사업에 조 회장이 제동을 걸자 정권 실세가 조 회장을 ‘찍어내기’ 했다는 것이다.
 
이후 벌어진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사태에 대해, 최순실씨 측이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면서 더 큰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 “이만 물러나라, 이유는 나도 잘 모른다”
 
2일 <경향신문>에 따르면,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에 몸담았던 ㄱ씨는 조양호 회장의 사퇴 내막을 증언했다.
 
ㄱ씨 증언에 따르면, 김종덕 당시 문화체육부 장관은 지난 5월 2일 오전 조양호 회장을 호텔로 불러 "이만 물러나주셔야겠다."라고 통보했고, 깜짝 놀란 조 회장이 "이유가 뭔가"라고 묻자 김 장관은 "그건 저도 잘 모른다“고 답했다. 조양호 회장은 사퇴 통보를 받은 다음날인 3일 조직위원장 전격 사퇴를 발표했다.
 
조 회장은 물러날 당시 위기에 몰려있던 ‘한진해운 경영정상화’에 주력하기 위해서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증언에 따르면 사실상 김 장관과 그 배후 실세 압박에 밀려 ‘강제 퇴진’당한 셈이다.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5월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에서 최순실 씨 등 비선실세 압박에 밀려 ‘강제 퇴진’ 당했다는 관계자의 증언이 나왔다. 사진/시사포커스DB
문화체육부는 조 회장이 사퇴를 발표하자 6시간 뒤 기다렸다는 듯, 이희범 전 산업자원부 장관을 후임 조직위원장으로 내정한 바 있다. 사실상 정부가 조 회장을 밀어내기로 계획하고, 후임 조직위원장을 미리 물색한 셈이다.
 
ㄱ씨는 조 회장 경질 이유에 대해 “용역비 5억원, 컨설팅비 3억원 등 수억원대 사업 예산이 너무 많이 올라왔는데, 조 회장이 ‘이런 사업에 도장 안 찍겠다’며 결제를 해주지 않았다”면서 주먹구구식 사업 예산을 조 회장이 잘라내자, 정권 실세들에 ‘미운털’이 박힌 점을 강조했다.
 
조양호 회장이 교체된 것과 관련,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일 불교방송 <전영신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씨가 무슨 의도를 가지고 어떤 사기 행각을 벌이는데 이권 개입을 하는데 유진룡 (전 문체부)장관이나 조양호 위원장 이런 분들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말을 제대로 안 듣는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김종덕 장관을 허깨비로 내세우고 평창올림픽은 이희범에게, 자기들이 아주 손바닥 안에서 쥐락펴락하기 쉬운 그런 분으로 바뀐 것 같다. 그래서 사전정리를 다 하는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조양호 회장이 교체된 이후)평창올림픽 13조 전체에 대해서 이 사람들이 상상을 초월하는 그런 일들을 해오고 있는 거 같다. 그래서 한 가지 밝혀진 게 장시호 씨(최순실씨 조카)가 동계스포츠영재센터라는 걸 만들어서 국가 돈을 빼 먹은 것, 이게 국민 세금 가지고 장난치는 거다. 조선시대 같았으면 참수형에 처해야 될 그런 죄를 짓고 있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13조8천억이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된 평창 동계올림픽과 관련, 최순실 씨 측이 각종 이권 사업에 개입한 정황은 하나씩 드러나고 있는 상태다. 또 최 씨 측의 전방위적인 개입에 문화체육관광부가 힘을 보탰다는 특혜 의혹도 일고 있어 파장은 더욱 커지고 있다.
 
◆ “10억 더 안 냈다고…”
 
앞서, 지난달 국정감사에선 조양호 회장이 K스포츠재단에 10억원 지원을 거부했다가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에서 해임당했다는 주장도 제기된 바 있다.
 
지난달 21일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청와대를 대상으로 한 국회 운영위 국정감사에서 “모 재벌 회장(조양호 회장)에게 해외 나가서 ‘K스포츠재단에 10억을 더 내라’고 했더니 ‘지금 정부 큰 프로젝트에 1천억원 이상을 썼고, 미르에 10억을 냈는데, 또 K스포츠 재단에 10억을 내라고 합니까' 라고 하니까 안종범 수석이 김종덕 장관에게 전화해서 평창동계올림픽 위원장직을 해임시켰다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앞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달 12일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같은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박영선 의원은 조 회장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매출액과 비교해 적은 출연금(미르재단에 10억원 출연)을 내자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김종덕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직을 사퇴하게 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 한진해운 물류대란 수습보다 ‘조양호 때리기’ 우선
 
조양호 회장은 평창동계올림픽 위원장직에서 물러난 뒤, 한진그룹의 계열사인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등 수난을 겪고 있다. 국내 1위 업계였던 한진해운은 주요 자산들을 처분하며 사실상 청산수순으로 들어간 상태다.
 
정부 측에선 한진해운 물류대란 사태가 터졌을 당시, 수습방안도 내놓지 않으며 사실상 ‘강건너 불구경’식으로 일관했다. 정부와 새누리당 측에선 사태가 터지자 긴급 대책마련보다는 조양호 회장 등을 때리며 압박하기에 바빴다.
▲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파문 중심에 서 있는 최순실씨, 평창 동계올림픽 이권사업에도 적극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사진/시사포커스DB
특히 박근헤 대통령은 지난 9월 13일 국무회의에서 한진해운 물류대란과 관련 "해운이 마비되면 정부가 어쩔 수 없이 도와줄 수밖에 없다는 안일한 생각이 이번에 국내 수출입 기업들에게 큰 손실을 줬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한 기업의 무책임함과 도덕적 해이가 경제 전반에 얼마나 큰 피해를 가져오는지 모두가 직시해야 한다”고 조양호 회장 등을 맹비난했다.
 
한진해운이 지난 수십년간 쌓아놓았던 물류망이 무너지고, 관련업체의 줄도산 및 대량해고, 지역경제 붕괴, 화물주의 손배소송 등 피해 규모가 어느 정도일지 추산이 안 됨에도 정부당국은 원론적인 말만 되풀이하며 사태를 키웠다.
 
정부는 “한진해운을 살리기엔 세금이 너무 많이 든다”며 한진해운 지원여부에 대해 선을 그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STX조선해양(현재 법정관리 상태), 대우조선해양 사태 때 정부가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으로 수조원대 세금을 투입한 것과는 형평성 논란이 일 수 밖에 없다. 사태가 터진지 두달 이나 지났지만, 한진해운의 물류대란은 해소되지 않았다.
 
◆ “한진해운 살리는 게 유리하다 했는데…”
 
한편, 한진해운 육상노조는 지난달 27일, 박지원 위원장의 발언을 인용해 최순실씨가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결정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노조는 특히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이후, 산업은행이 현대상선 화주들에게 보낸 레터에서 한진해운 상황을 '파산'이라고 명시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노조는 "한진해운을 살리는 것이 유리하다는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보고서에도 불구하고 얼라이언스 가입에 성공했고 용선료 협상도 마무리 중이었던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로 갔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 한진해운 육상노조는 최순실씨가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결정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을 기하기도 했다. 정부는 최근 조선·해운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하면서도 한진해운 문제에 대해선 사실상 함구했다. ⓒ뉴시스
정부는 지난달 31일 17조7천억원 규모의 조선·해운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할 때도, 한진해운에 대한 입장은 담지 않았다.
 
윤학배 해양수산부 차관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한진해운은 지금 예비입찰자가 신청해서 (현대상선 등)5개사가 들어왔다. 현재 그런 절차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청산이다, 회생이다, 이렇게 구체적으로 행정부가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말을 아꼈다. 또 현대상선이나 한진해운간의 합병 여부에 대해서도 답을 피했다.
 
조양호 회장이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에서 물러난 뒤 온갖 핍박을 받아온 점을 미루어볼 때, 최순실 씨 등의 입김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 비선실세로 불리는 최 씨가 조 회장에 개인적인 악감정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 하나로 한진해운 사태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것이다.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면 재계의 반발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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