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백남기·미르 특검’ 도입 놓고 곳곳 충돌

▲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대책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 도중 "국회 법사위, 여야 합의를 거치지 않고는 어떤 특검안도 절대 본회의로 부의될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원명국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봇물 터지듯 한 야권의 특검 요구에 참다못한 새누리당이 6일 ‘제3의 정세균 파동’까지 경고하고 나섰다.
 
야권은 전날 ‘백남기 상설특검안’을 공동 제출한 데 이어 이날 미르재단 의혹 관련해서도 특검 도입할 의사를 내비쳐 본격적인 ‘특검 정국’으로 돌입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는데, 이에 격앙된 여당이 더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면서 김재수 장관 해임안 때와 같은 국회 파행이 재발되는 것 아닌지 우려하는 시선이 늘고 있다.
 
◆ ‘백남기 특검안’, 정국 뇌관 떠올라…與 강력 경고
 
지난 5일 야3당이 백남기 상설특검안을 내놓은 데 대해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6일 “국회 법사위, 여야 합의를 거치지 않고는 어떤 특검안도 절대 본회의로 부의될 수 없다”면서도 “이 사안은 특검까지 갈 문제가 아니다”라고 사실상 특검 거부 의사를 내비쳤다.
 
정 원내대표는 ‘백남기 사건’과 관련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한 만큼 국과수 부검과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면 되는 문제”라며 “이미 안행위 청문회를 거쳤고, 서울대 의대와 서울대병원 합동조사특위가 합당한 결론을 내린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지난번 ‘김재수 해임건의안’ 당시를 상기한 듯 “그런데 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특검안 제출 직후 본회의에서 곧바로 표결을 부친다는 궤변을 늘어놨다”며 “만약 정세균 국회의장이 또다시 야당의 입장에서 국회 사무처의 유권해석을 뒤집고 국회법 절차를 어기면서까지 백남기 특검안의 본회의 의결을 기도한다면 이건 제3의 정세균 파동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
 
백남기 사건을 주요 쟁점으로 다루는 안행위 소속의 윤재옥 새누리당 의원 역시 이날 “소위 집회 시위 현장에서 사람이 죽은 경우 특검을 해서 수사한 사례가 없다”며 “야당은 특검안을 제출하면서 부검을 반대하고 있는데, 진상규명의 가장 중요한 첫 번째 단계가 부검”이라며 당초 입장대로 부검 방침을 내세워 야권을 압박했다.
 
또 특검 법안이 거쳐야 할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인 오신환 새누리당 의원도 같은 날 “수사가 미진하고 여러 국민적 의혹들이 남는다면 차후 특검을 통해 진상을 규명해 볼 필요는 있다”면서도 “백남기 사건은 한 개인의 사인을 규명하는 그런 측면이 있기 때문에 (사실상) 특검 도입 취지와는 좀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야권은 이날 안행위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철성 경찰청장을 몰아붙이며 상설특검의 필요성을 주장했는데,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박남춘 의원은 “당시 광주 11호차에서 촬영된 영상을 보면 경고살수가 없었는데 경찰청이 언론 대응할 때는 4초간 경고살수가 있었다고 했다”며 이를 입증할 자료 제출을 이 청장에 요구했는데 ‘없다’는 답변만 듣자 “처음부터 끝까지 거짓으로 일관하는 경찰을 믿을 수 없고, 경찰이 관여하는 부검도 믿을 수 없다”면서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위해선 특검으로 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백남기 특검안’이 도입될 가능성은 희박할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은데, 상설특검법을 적용하는 첫 사례이다 보니 법 해석이 명확치 않다고는 해도 일단 국회사무처의 유권해석대로 일반 의안처럼 법사위를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다 그렇게 되면 권성동 법제사법위원장을 포함한 새누리당 의원이 7명이나 있는 법사위를 통과하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심지어 법사위 안건조정위원회에 이번 상설특검안이 회부된다고 해도 90일 이내에 조정위원회 심사를 거쳐야 하는 만큼 이 기간 동안 새누리당 측이 지연 전략을 펼치게 되면 신속히 처리하기 위해 상설특검안으로 제출했다는 본래 의도도 무의미해져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새누리당을 설득시키지 못하는 이상 별 다른 뾰족한 방도가 없는 상황이다.
 
이런 한계는 야권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듯 김관영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TBS라디오에 출연해 특검 통과와 관련 “만만치 않다”라며 “계속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서 표결을 통해 법사위나 본회의를 통과시키는 방식을 택하기보다는 여당을 충분히 설득하고 합의해야 한다”고 결국 새누리당과의 합의가 관건임을 분명히 했다.
 
또 특검안이 거쳐야 하는 법사위에 소속된 박범계 민주당 간사 역시 이날 YTN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신속처리대상 안건으로 우리들이 이를 갖고 가기에도 1명이 부족해 새누리당의 반대가 있으면 쉽지 않다”며 “저희들은 국민여론만 의지할 뿐”이라고 답답한 속내를 내비쳤다.
 
여기에 현행 상설특검법상엔 추천위원회가 특검 후보 2명을 올리면 이 중 1명을 대통령이 지명하는 형태로 되어있고 추천 위원 7명에서 야당 쪽에 배정된 건 겨우 2명에 그치고 있어 지난 2014년 법이 제정된 이래 이 법에 의해 특검이 임명된 사례는 하나도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백남기 특검안’도 기대와 달리 용두사미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 돌파구 찾는 野, ‘미르 의혹’으로 반전 모색
 
이 때문에 국민의당 등 야권 일부에선 특검 분위기를 어떻게든 지속하기 위해서인지 이날 새로이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에 대한 특검 가능성을 언급하며 압박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전에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검찰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수사를 특수부가 아니라 경찰의 소송업무를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에 배당한 점을 꼬집어 “과연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검찰 수사를 믿을 수 있느냐”며 “우리는 또 한번 특검을 준비할 수밖에 없다”고 ‘미르 특검’ 가능성을 열어놨다.
 
이에 그치지 않고 국토위 소속의 같은 당 윤영일·정동영·주승용·최경환 의원도 이날 공동 성명을 통해 “검찰은 최순실씨와 안종범 정책조정수석에 대한 수사는 물론 K타워 프로젝트에 미르재단이 참여하게 된 경위 또한 철저한 수사를 해야 한다”며 “수사가 미흡할 경우 특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몰아세웠다.
 
▲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서울시교육청, 부산교육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이 미르-K스포츠재단 관계자 증인 채택과 관련해 합의를 하지 못해 파행되고 있다. 시사포커스 / 원명국 기자

한 발 더 나아가 야권은 이날 교문위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과 관련된 증인 채택까지 주장해 여당 측과 팽팽한 신경전을 이어갔는데, 국민의당 소속인 유성엽 교문위원장이 “오늘이 증인 채택 시한”이라며 ‘최순실 씨’를 오는 13일 있을 문화체육관광부 종합감사에 출석할 증인으로 채택하려 하자 즉각 고성을 지르면서 집단 반발하던 새누리당 의원들은 전원 퇴장해 항의를 표하는 등 국회 정상화 이후 불과 3일 만에 다시 상임위 파행 사태가 벌어졌다.
 
하지만 야권도 물러서지 않았는데,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위원장을 향해 반말과 고성을 하는데, 위원장은 직권으로 그런 의원들에게 퇴장 명령 내리라”고 요청했고, 같은 딩 노웅래 의원은 “오늘이 (증인 채택) 기한 마감인데, 보이콧을 두 번 하면 국민들 입장에선 욕 나온다”며 “증인채택 문제로 국감이 이렇게 파행되고 지연되는 것에 대해 유감”이라고 여당을 비판했다.
 
반면 여당에선 염동열 간사가 나서서 “미르·K스포츠재단 문제는 오늘부터 검찰 조사를 받고 있기 때문에 증인 채택 협의 과정에서 반대한 것”이라며 “증인에 대해선 간사 간 협의를 계속하고 진전이 없으면 국회법에 따라 하면 된다”고 맞섰는데, 보이콧까지 감수한 새누리당의 초강수에 유 위원장이 국감 증인채택 표결을 결국 포기하고 여야 간사 간 협의를 선언했다.
 
당초 이날 야권에서 증인으로 언급했던 인사들은 미르 의혹의 핵심인 최순실 씨 외에도 차은택 감독,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 등 총 4명이었는데, 상임위 재개도 미뤄가며 오후까지 계속된 여야 간 간사 협의가 무색하게 끝내 양측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결국 새누리당이 국회법 제57조에 따라 최 씨, 이 부회장, 오현득 국기원장 등 3명에 대해 안건조정 절차를 신청해버렸다.
 
특히 여기서 최경희 총장은 앞서 지난달 28일 열린 교육부 국감에서 이미 새누리당의 안건조정 신청으로 야당이 일반증인 채택을 포기한 바 있어 이날은 최 씨 등 3인만 선정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는데, 일단 안건조정절차는 위원회 재적 위원 1/3 이상 요구로 조정위에 회부된 안건을 무려 90일 간 심사하게 되다보니 결국 증인 채택할 길이 봉쇄된 것이나 다름없어졌다.
 
특검 압박으로도 여의치 않던 야권이 ‘미르 의혹’에 대한 국감 증인 채택을 앞세워 여당을 수세로 몰아넣고자 했지만 이마저도 실패로 돌아가면서 향후 정국은 더욱 안개 속으로 빠져드는 모양새인데 지난번 ‘정세균 파동’ 때처럼 정치적 부담을 무릅쓰고 특검을 강행해 야권이 또 다시 여당과 격한 대치를 이어갈 것인지 어쩔 수 없이 압박을 철회하고 ‘협치’로 방향을 전환하게 될 것인지 그 선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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