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유지한 채 출마할지 질문하자 “실존적 고민 필요”

▲ 박원순 서울시장이 4일 대권 출마 여부와 관련해 “시대의 요구나 국민의 부름이 있어야 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문충용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4일 대권 출마 여부와 관련해 “시대의 요구나 국민의 부름이 있어야 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박 시장은 이날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서울시 국감에 참석한 가운데 이용호 국민의당 의원으로부터 지난달 27일 참석했던 관훈클럽 토론회에서의 대선 출마 암시 발언과 관련해 “출마하시는 거죠? 언제쯤 결심하세요?”라는 질문을 받자 “유력 정치인 한 사람으로 그런 고민이 왜 없겠느냐”면서도 이같이 답했다.
 
앞서 박 시장은 관훈클럽토론회에서도 “유력한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내년 선거를 고민하지 않는다면 그게 오히려 문제”라며 “결국 국민과 시민의 의사와 결정에 또는 그런 것에 (대선 출마 여부가) 달려있다”고 이날 발언과 비슷한 논조의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그는 이날 역시 지난번 관훈클럽토론회 때처럼 서울시장직을 유지한 채 대권 레이스에 뛰어들 것인지와 관련해 집중 추궁 당했는데, 홍철호 새누리당 의원이 ‘대권에 도전하면 시장직을 내려놓을 것이냐’고 질문하자 “서울시장 자리가 그렇게 가벼운 자리가 아니다”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 뿐 아니라 이날 박 시장은 강석호 새누리당 의원이 “박 시장은 2012년 당시 김문수 경기지사가 현직을 유지한 채 새누리당 대선 경선에 뛰어들었을 때 현직 지자체장 출마는 옳지 못하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 소신에는 변함이 없느냐”고 직격탄을 날리자 “굉장히 실존적 고민이 필요하다”며 애매한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이는 관훈클럽토론회 당시 박 시장이 시장직 임기 완주보다 대선 출마에 힘을 실었던 것보다는 일부 후퇴한 수준인데, 이미 민주당 탈퇴에 대해선 “당을 지킨다는 건 감탄고토해선 안 된다”면서 일찌감치 일축했던 만큼 대선 출마 시 반드시 극복해야 할 당내 문재인 대세론에 대한 고민이 이전보다 한층 깊어졌음을 보여주고 있다.
 
박 시장은 문재인 전 대표를 넘어설만한 지지율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경선에 참여해봐야 자칫 문 전 대표를 빛내줄 들러리 역할에 그칠 것을 우려하고 있는데, 일단 탈당설에는 선을 그었기에 ‘제3지대’를 모색할 것이란 시각은 줄어들었지만 야권 통합을 강조해왔던 점에 비쳐 통합경선 가능성에 일부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그는 지난번 관훈클럽토론회에서 ‘반기문 총장과 제3지대에서 손잡나’란 질문에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답하면서도 ‘대선에서의 야권 후보 단일화’에 대해 질문받자 “분열은 필패”라며 “서로 차이는 있지만 보다 큰 가치를 위해 얼마든지 협력, 연대할 수 있다고 본다”고 야권 통합을 역설한 바 있다.
 
한편 공직선거법상 지방자치단체장이 대선에 출마하려면 선거 90일 이전에 사퇴해야 하는데, 박 시장은 아직 거취를 고민 중인 반면 야권 내 다른 지자체장 출신 후보들인 이재명 성남시장과 이재명 성남시장은 우선 현직을 유지하면서 대권 경선에 참여하는 데 무게를 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만일 현직을 유지한 채 경선에 출마해도 대선 후보로 선출되면 내년 9월 중순 이전에만 사퇴하면 되기에 리스크는 덜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는데, 다만 조기 경선이 치러져 단체장 사퇴시한이 3월 5일 이전으로 앞당겨질 경우 4월에 보궐선거가 치러진다는 점에서 혹시 모를 ‘경선 탈락’에 대한 압박감은 한층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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