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동량 63% 외국선사에 빼앗겨. 1만명이상 실직”

▲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간지 1개월이 넘어갔으나 정부와 금융당국은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어 청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진해운 청산시 물동량의 60% 이상을 외국선사에 빼앗기고, 연간 피해금액은 8조원이 넘을 거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왔다. ⓒ뉴시스
[시사포커스 / 고승은 기자]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지 1개월이 넘어간 가운데, 정부와 금융당국 등이 ‘강건너 불구경’ 식으로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면서 청산 가능성이 적극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국내 1위, 세계 7위의 선대를 보유한 컨테이너 선사인 한진해운이 퇴출될 거라는 전망이 잇달아 나오면서, 피해가 어마어마할 것으로 추산된다.
 
한진해운이 퇴출될 경우 물동량 상당수를 외국선사에 빼앗기는 것은 물론, 연간 손실규모도 천문학적인 수준에 이를 거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4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해양수산개발원으로부터 제출받은 <한진해운 법정관리 영향 및 대책>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진해운 퇴출 시 한진해운 물동량 188만TEU 중 현대상선으로 32만TEU(17.0%), 근해선사로 38만TEU(20.2%), 외국선사로 118만TEU(62.8%)가 넘어가는 것으로 나타나 3분의 2 수준의 물동량을 외국선사에 빼앗기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로 인한 연간 피해금액은 ▲해운수입손실 7조7천억원 ▲추가운임부담 4천407억원 ▲항만 부가가치 1152억원으로 총 8조2천559억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실업자도 1만1천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한진해운 종사자 1천428명을 비롯, 조선업 9천438명, 선박 보험/검사업 등 180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을 일부 인수할 경우 현대상선이 물동량의 60%인 113만TEU를 가져가 외국선사로는 약 20% 수준인 37만TEU만 넘어갈 것으로 예상됐고, 피해액은 2조7천680억원, 일자리 상실은 3천170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추산됐다.
 
한진해운의 빚(공익채권)도 현재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이후 1일 약 210만달러(23억)씩 용선료(배를 빌린 비용)가 증가하는 등, 한달 동안 수백억의 자금이 증가했다. 또 한진해운 선박에 실린 전체 화물가액이 140억대(약 15조5천억원)로 추산됨에 따라, 운송시점이 한 달 정도 지연된 만큼 화물주들이 손해배상 소송을 할 것이 분명하다. 배상 예상액은 최소 1조원, 많으면 3~4조원대로 추산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산업은행 측은 물류대란 해소에 필요한 최소한의 하역료 외에는 지원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바 있다. 한진그룹 측도 뾰족한 대안을 내놓고 있지 않아 한진해운이 결국에는 청산 수순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 이미 6월 한진해운 “자금지원 없으면 법정관리 신청할 수밖에”
 
한편 한진해운은 지난 6월부터 법정관리 신청을 할 수 있다는 공문을 산업은행에 보낸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박용진 의원이 산업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산업은행과 한진해운 간 공문서 수발신 목록>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지난 6월 16일 산업은행에 단기유동성 지원을 요청하며 "단기 유동성 지원이 없을 경우 단기간 내에 법정관리를 신청할 수밖에 없으며 귀행을 비롯한 당사에 대한 모든 채권자들이 상당한 손실을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법정관리 신청을 적극 시사했다.
 
약 2개월 뒤인 8월 19일 산업은행은 한진해운에 “삼일회계법인 실사결과에 따르면 용선료 등 채무재조정이 성사될지라도 귀사는 상당한 규모의 자금부족이 예상돼 이에 대한 조달 대책이 필요하다"고 공문을 보냈다.
 
그러자 한진그룹은 8월 25일 보낸 공문에서 "법정관리를 회피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5천600억원 규모로 부족자금을 조달하겠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당시 한진해운의 부족 자금은 1조원 정도로 추산됐다. 그러나 산업은행이 이를 거절, 6일 뒤인 8월 31일 이사회를 거쳐 법정관리 수순에 들어갔다.

이와 관련, 박용진 의원은 “한진해운 부족자금 조달방안 5천600억원에 채권단 6천억을 더하면 1조1천600억원 규모의 지원이 가능했던 것인데, 이는 유동성 위기 극복에 사실상 충분한 자금”이라며 “한진해운이 그간 대마불사식 안일한 인식으로 대처하다 뒤늦게 자금조달안을 내놓은 것이 채권은행의 지원거절 사유가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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