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서도 개정안 5건 발의, 제대로 논의될지는 ‘미지수’

▲ 단통법이 시행된 지 2년이 다 됐다. 단통법은 이동통신사 배만 불렸다는 지적만 수없이 제기되며 소비자들의 거센 비난을 사고 있다. ⓒ뉴시스
[시사포커스 / 고승은 기자]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조해진 전 새누리당 의원 대표발의)이 시행된 지 2년이 다 됐다. 단통법이란 통신업체·제조업체가 지급하는 판매 보조금 상한액을 규제하는 법이다. 그러나 단통법은 이동통신사 배만 불렸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법 시행 후 보조금 집행이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싸게 파는 게 죄가 됐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단통법 시행 이후 이통 3사는 지난해 마케팅비를 크게 줄였다. 2014년 8조8천220억원에서 지난해 7조8천669억원으로 1조 가까이 줄었다. 통신시장에서 치열한 가입자 유치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원성에 20대 국회는 단통법 개정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도 단통법 개정안이 5건 제출되었으나 별다른 소득 없이 묻힌 만큼 이번엔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 “최대 수혜자는 이통 3사, 소비자는 호갱님”
 
정부는 단통법 도입 이후 ‘가계통신비 절감의 효과가 있었다’고 자평하고 있지만, 국정감사를 앞두고 여러 의원들은 단통법이 소비자들의 불만을 가중시키면서, 이동통신사의 배는 불려줬다는 지적을 쏟아냈다.
 
26일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녹색소비자연대와 함께 전국 성인 1천명을 대상으로 '단말기 유통법에 대한 소비자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가계통신비 요금 변화에 대해 48.2%는 ‘이전과 변화가 없다’고 답했으며, 30.9%는 ‘증가했다’고 답했다. 반대로 ‘줄었다’고 답한 이는 11%에 불과했다.
 
또 단통법 시행 후 이동전화 구입·교체 및 가계통신비에 끼친 영향에 대해서도 12.8%만이 긍정적으로 평가했을 뿐,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응답이 32.4%, ‘부정적이었다’는 응답이 40.4%였다. 서비스 개선여부에 대한 평가에도 ‘개선되었다’는 응답은 불과 11.1%에 불과했고 ‘개선되지 않았다’는 응답이 68.6%로서 개선되지 않았다는 응답이 압도적이었다.
 
단통법 시행이 이용자 차별 해소에 도움이 됐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63.2%가 ‘도움되지 않았다’고 답해, ‘도움됐다’고 답한 17.2%보다 3배 이상 높았다.
 
같은당 최명길 의원은 방통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통해 이동 3사들이 고객에게 지급하는 지원금을 40% 줄이고 영업이익을 크게 늘렸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신용현 국민의당 의원도 방통위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단통법 시행 전인 2013년 1월~2014년 9월까지 이통 3사의 과징금은 2668.9억원에 달했으나 단통법 시행 후 동 기간(2014년 10월~2016년 7월)동안 339억원으로 대폭 감소한 점을 거론했다. 단통법 시행 후 이통사 과징금이 무려 87%나 급감한 셈이다.
 
또 이통 3사의 전체 영업이익이 2배 가까이 올랐다는 분석도 나왔다. 녹색소비자연대 ICT소비자정책연구원은 28일 미래창조과학부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통3사 영업이익의 총합이 2014년 1조6천107억원에서 지난해 3조1천690억원으로 1.97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1조7천371억원에서 1조6천588억원으로 영업이익이 소폭 줄었지만, KT는 2014년 7천195억원 적자였다가 지난해 8천639억원 흑자로 전환했다. LG유플러스는 영업이익이 5천931억원이었다가 지난해 6천463억원으로 소폭 증가했다.
▲ 단통법에 긍정 평가를 내리는 소비자들은 10%대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뉴시스
한 소비자는 “단통법은 시장경제를 파괴하는 악법이다. 그 피해는 소비자들이 모두 떠안고 있다”며 “휴대폰 가격은 잔뜩 올려놓고 요금할인도 없다”고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휴대폰을 튼튼하게 만드는 것도 아니다. 2년 주기로 바꾸게끔 만들지 않나. 게다가 액정도 쉽게 손상되는데 수리비도 많이 든다. 이런 건 개선할 생각도 없나”라고 목소릴 높였다.
 
◆ 개정안 핵심은 ‘지원금 상한제 폐지’ ‘분리공시제 도입’
 
현재 20대 국회에서는 각 당이 잇달아 단통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최근 발의된 개정안의 핵심 내용을 꼽으면,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 폐지’ ‘분리공시제 도입’이 대표적이다.
 
현행 단통법은 출시 15개월이 지나지 않은 휴대폰에 대해선 33만원이상 지원하지 못하게 막고 있다.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가 도입됨에 따라 시장에서 ‘꽁짜폰’이 사라져 소비자들의 불만을 야기했다.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7월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현행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 폐지를 골자로 한다.
 
변재일 더민주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분리공시제 도입'을 담은 개정안이다.
 
분리공시제란 통신사들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판매 보조금에서 휴대전화 제조사들이 지원해준 금액(판매장려금)을 분리해 공개하라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이통사와 제조사가 내놓는 보조금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가격 인하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것이다.
 
같은 당 신경민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도 변 의원의 개정안에 지원금 상한제 조기 폐지와 분리공시 도입, 위약금 상한제 등의 내용이 담겼다. 신 의원은 “현재 판매되고 있는 단말기 공시지원금을 살펴보면 요금제에 따라 2~3배 이상의 지원금 차이가 발생하고 있으며, 출시 15개월이 지난 단말기의 고가 요금제에 지원금이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신용현 국민의당 의원도 이달 초 선택약정 할인율을 현행 20%에서 최대 30%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선택약정은 지난해 4월 할인율이 20%로 상향됨에 따라, 가입자가 최근 1천만을 넘어섰다. 아울러 변재일·신경민 의원처럼 ‘분리공시제’ 도입도 주장했다.
 
그가 발의한 개정안에 따르면,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시장상황을 고려해 할인율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한 현행 미래부 고시 규정을 상향입법하고 그 조정범위를 확대할 수 있도록 했다. 현 미래부 고시는 할인율 산정 시 장관이 5% 범위 내에서 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를 15%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았다.
 
배덕광 새누리당 의원이 최근 대표발의한 법안도 역시 ‘분리공시제’ 도입과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 폐지를 담고 있다.
 
◆ 이통사-제조사 벽 넘어야. 새누리 ‘국감 보이콧’까지
 
이통사는 지원금 상한제가 폐지될 경우 각 이통사 간 보조금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 주장하며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지원금 상한제는 단통법 시행 3년 후인 내년 9월까지 계속 유지될 예정인 만큼, 계속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 분리공시제 도입에 대해선 삼성전자 등 제조사가 반대입장을 밝히고 있다. 지원금이 공개될 경우, 해외시장에서도 동등한 수준의 출고가 인하 요구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단통법 시행직전, 분리공시제 도입이 추진됐으나, 삼성전자와 정부 규제개혁위원회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당시 분리공시 제외 사건은 삼성전자의 위력을 단적으로 보여줬다는 지적이 일기도 했다.
▲ 27일 새누리당의 국감 보이콧으로 미방위 국정감사가 파행됐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단통법 개정안이 제대로 논의될지 미지수다. ⓒ뉴시스
현재 미방위 국정감사는 새누리당의 보이콧으로 파행이 일고 있는 상태다. 국회 미방위원장은 새누리당 소속인 신상진 의원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27일 미방위의 방통위 국감에 무단 불참하기까지 해 논란을 일으켰다.
 
28일 이정현 대표가 새누리당의 국정감사 복귀를 요청했지만, 새누리당은 의원총회에서 국감 보이콧을 그대로 유지키로 했다. 그러면서 단통법 개정안이 국정감사에서 제대로 논의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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