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총파업대회, 금융·공공노조 파업 당분간 이어질 전망

▲ 금융노조는 23일 정부의 성과연봉제와 관치금융에 반대하며 하루동안 총파업을 벌였다.사진/ 원명국 기자
[시사포커스 / 고승은 기자] 정부가 도입하려는 성과연봉제와 각종 ‘낙하산’으로 인해 야기되는 관치금융에 반대하며, 금융노조가 23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하루 총파업 대회를 열었다. 지난 2014년 9월 관치금융 철폐를 이유로 파업에 돌입한 지 2년 만에 대규모 파업을 했다.
 
금융노조가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하는 이유는 ‘쉬운 해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또 은행에서 직원들에게 강제적으로 실적을 쌓게 만들어 심각한 부작용이 터질 수 있는 점도 거론됐다.
 
◆ 금융노조 “성과연봉제=해고연봉제, 노예연봉제”
 
홍완엽 금융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이날 오전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이미 성과급제는 모든 금융기관에 도입돼 있다. 집단성과급 형태든 개별성과급 형태로든 많은 금융기관이 자기 회사 실정에 맞게 도입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정부의 문제점은 모든 기관을 정부의 성과연봉제 기준에 맞게 획일적 기준으로 모두 똑같이 도입하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보시라, 은행원들이 적금이다. 펀드다. 방카다. 고객들한테 거의 애걸복걸하면서 (가입을)권유하고 있고, 또 은행마다 앱을 만들어서 (은행원들에게)거의 구걸을 시키다시피 한다”며 현재 은행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거론했다.
 
홍 부위원장은 이같은 은행의 행태를 ‘유령계좌’를 만들어 실적을 부풀리다 천문학적인 벌금을 물게 된 미국의 거대 은행인 엘스파고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는 “엘스파고가 성과연봉제를 도입해서 직원들이 실적 압박 때문에 고객 명의를 도용해서 예금과 신용카드를 만들고 수수료 명목으로 돈을 가로채고 그래서 벌금 1억 8500만 달러 부과되고 5300명이 해고를 당했다”라고 설명한 뒤, “성과연봉제를 한마디로 얘기하면 해고연봉제고 노예연봉제”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 금융노조는 성과연봉제를 해고연봉제이자 노예연봉제라고 규정하고 있다.사진/ 원명국 기자

그는 금융노조를 ‘귀족 노조’라고 비난하는 일각의 시선에 대해선 “정말 그것은 이명박 정부부터 박근혜 정부까지 우리 금융인들과 국민을 이간시키는 얘기”라며 “저희 조합원들 중에 3분의 1이상이 무기계약직 형태의 직원이다. 일반계약직 형태의 직원을 정부가 도와주지 않는 것을 노사간에 힘 합쳐서 고용보장되는 무기계약직 형태로 전환한 게 얼마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그분들 연봉이 3천~4천이다. 그런 노동자들이 귀족 노동자라면 한달에 2천만원 쓰는 관료 있지 않나. 이번에 임명된 생활비로 2천만원씩 쓰는 그런 관료를 임명한 이 정부야말로 정말 귀족 정부 아닌가”라며 과다 생활비 지출 의혹으로 논란을 일으킨 조윤선 문체부장관을 겨냥해 반문하기도 했다.
 
◆ 다시 이어지는 금융권 ‘낙하산’ 투입 논란
 
금융노조는 지난 21일 총파업을 앞두고, 대국민담화문을 통해선 “박근혜 정부 4년간 이루어진 금융권 낙하산 인사가 무려 204명에 달하는 등 낙하산 인사와 관치금융은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며 “여론조사기관의 대국민 여론조사 결과 금융·공공기관의 효율성 저하나 부실 문제의 원인으로 국민 3명 중 2명이 낙하산 인사와 관치금융을 지목했다”고 강조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낙하산 인사가 잠시 주춤하는 듯했으나 박근혜 정권 말기에 들어서 제대로 부활한 느낌이다. 22일 한국거래소는 금융권 낙하산 인사 논란의 중심에 있는 정찬우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차기 단독 이사장 후보로 추천했다.
 
정 전 부위원장은 ‘금융권의 우병우’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대표적인 친박 인사다. 20대 총선을 앞두고는 새누리당 비례대표 후보로 신청을 냈으나 탈락했다. 올초부터 산업은행장, 기업은행장 등으로 부임할 거라는 소문이 끝없이 돌았다.
 
이에 한국거래소 노조는 23일 기자회견을 통해 "전형적인 관피아, 정피아, 연피아로 그동안 받은 대가로 보은해야 할 곳이 누구보다 많은 최악의 낙하산"이라고 비난하며 “금융위 부위원장 재직 당시 주도한 인사가 7조원 이상의 혈세낭비로 이어진 최근의 조선업 구조조정과 산업은행 부실화의 주범이 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 정찬우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22일 한국거래소의 차기 단독 이사장 후보로 추천됐다. ⓒ뉴시스
거래소 노조는 그러면서 "정 전 부위원장이 만약 거래소 이사장이 된다면 낙하산과 필연적으로 결부된 관치금융의 폐해가 자본시장에 더욱 확산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며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한국거래소 외에도 임기만료를 앞둔 금융기관장 수장 자리가 내년 초까지 10여곳 가까이 된다. 이에 수많은 낙하산 인사들이 자리를 꿰찰 것으로 벌써부터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 정부 들어서, 금융권 낙하산 인사의 참사를 여실히 보여준 인물로는 홍기택 전 산업은행장을 빼놓을 수가 없다.
 
홍 전 행장은 박근혜 정부 대통령직 인수위원으로 활동하다가 정권의 낙하산으로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을 3년 가까이 이끈 바 있다. 홍 전 행장은 지난해 10월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등 친박실세들이 대우조선해양에 4조2000억원을 지원하라고 결정했다고 지난 6월 언론에 폭로한 뒤 잠적한 바 있다. 서별관회의 청문회에 증인으로 채택됐음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또, 4조원을 넘게 투자해 얻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부총재직 자리도 홍 전 행장이 돌연 휴직계를 낸 이후 날아가버렸다. 결국 낙하산 인사가 얼마나 국가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입혔는지 여실히 보여준 셈이다.
 
◆ 금융노조-정부 당국, 참석인원 집계 크게 엇갈려
 
한편, 이날 조합원 참석률을 두고 금융노조와 정부 당국의 집계가 엇갈리기도 했다.
 
금융노조는 총파업 최종 참여인원은 7만5천여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힌 반면, 금융위원회는 약 2만명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금융노조는 금융노조의 총파업을 하루 앞둔 22일 저녁, 은행 곳곳에서 은행원들의 퇴근을 막고 파업 불참을 강요했다고 지적하며 사측의 불법 부당노동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금융노조에 따르면 가장 심각하게 파업 불참 강요 행위가 일어난 곳은 기업은행이었다. 기업은행 일부 지점은 경영진의 지침에 따라 지점별 파업불참 인원을 최소 50% 이상으로 정하고, 이를 거부하는 은행원들은 50%가 채워질 때까지 퇴근을 시키지 않고 사실상 감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외의 은행에서도 부당노동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업은행 등은 확인된 사실이 없다며 부인하고 있다.
 
이같은 금융·공공노조의 파업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22일 공공노련을 시작으로 23일 금융노조, 27일 공공운수(철도.지하철)노조, 28일 보건의료노조, 29일 공공연맹 등의 연쇄 총파업이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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