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김재수 해임건의안 공동발의 ‘불참’에 더민주 당혹

▲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수석부대표와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 건의안을 제출하고 있다. 애초 이번 해임건의안은 야3당이 함께 제출할 계획이었으나 국민의당은 막판 논의 끝에 불참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시사포커스 / 원명국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그간 정부여당을 겨냥해 대체로 공조 체제를 유지해 왔던 야권이 김재수 농림부장관 해임건의안 사안으로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 장관 해임건의안 제출에 대해선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정의당 등 야3당 원내대표가 이미 합의한 바 있지만 지난 21일 국민의당은 이에 대한 당내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가진 긴급의총에서 격론 끝에 공동으로 해임건의안을 제출하는 데에 동참하지 않기로 결론 내렸다.
 
이렇듯 갑작스런 국민의당의 변심에 더민주 측은 매우 당혹스러워하면서 입장을 번복하도록 압박하고 있는 반면 예상치 못한 야권 분열에 새누리당은 호기를 맞은 분위기다.
 
다만 국민의당은 김 장관 해임건의안 본회의 표결 시 소속의원들이 표결에 불참하도록 강제하지는 않을 것이라 밝혀 해임건의안 통과를 위해 재적의원 과반을 필요로 하는 더민주 등에선 우선 한숨 돌린 분위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날 더민주와 정의당·무소속 등 해임건의안을 공동 제출한 의원 수가 132명에 불과한 만큼 적어도 국민의당 의원들과 기타 무소속 의원들 중 19명 이상이 찬성표를 행사해야 통과될 수 있어 아직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일단 국민의당은 김 장관 해임건의안이 23일 본회의에 상정돼 표결에 들어갈 경우 공식 당론을 그 때 발표하겠다고 입장을 내놓은 상황이지만 그동안 대선 경쟁이란 부분 외엔 대여 공세에 있어선 줄곧 발을 맞춰 온 야권이 특별한 이유 없이 돌연 분열되는 모습을 보인 데 대해 벌써부터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 국민의당의 ‘김재수 해임건의안’ 공조 이탈에 비상 걸린 더민주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본회의에 올려 처리키로 합의했던 김재수 농림부장관 해임건의안에 대해 갑자기 발을 빼게 된 것과 관련,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우상호 노회찬 양당 (원내)대표에게 죄송함을 표한다”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
 
박 위원장은 농림부장관 해임건의안 공동 제출에 불참하게 된 배경과 관련해 “농해수 위원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긴급 의총을 소집, 논의한 결과 상당수 의원이 미르·K스포츠재단, 지진, 원전, 핵실험 등 여러 현안에 대한 선택과 집중의 필요성과 타이밍도 적절치 않다는 견해와 해임건의안에 서명 동참하자는 의원도 있어 원내대표와 수석에게 위임을 요구해 의총에서 위임받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갑작스런 합의 파기에 본회의 표결을 목전에 두고 발등에 불이 떨어진 더민주는 격앙된 반응을 숨기지 못했는데,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22일 국회에서 가진 정책조정회의에서 “야권공조는 여소야대를 만든 국민의 명령”이라며 “공조에 균열이 와 대단히 유감”이라고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우 원내대표는 ‘미르재단 의혹’ 등 대정부여당 압박 공조에 나설 사안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는 점을 의식했는지 “야3당 원내대표의 합의가 이렇게 무산되는 게 반복돼선 안 된다”며 “(김 장관 해임건의안이) 당론으로 결정되지 않았더라도 국민의당 소속 다수 의원들이 해임건의안 표결 참여에 동참해주기를 바란다”고 23일 있을 본회의 표결 참여를 호소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이날 같은 당 의원들에게도 “밤늦게까지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므로 내일(23일) 일정을 모두 취소해 달라. 의원들은 내일 본회의 개의 후 산회 시까지 반드시 자리를 지켜 달라”고 문자를 보내 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에 사활을 걸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본회의 표결 시 국민의당 의원들이 김 장관 해임건의안에 얼마나 찬성표를 던질 것인지 불확실한 만큼 의원 한 명이 아쉬운 절박한 상황이라는 것인데, 만일 의결 정족수 미달로 해임건의안 통과가 무산될 경우 이 결과를 놓고 더민주가 국민의당과 책임 공방을 벌일 가능성이 높아 해임건의안 처리 사안이 향후 야권 공조가 유지될 것인지를 좌우할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 국민의당 이탈 원인, ‘리더십 부재’냐 ‘출구전략’이냐

 
▲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김재수 농림부장관 해임건의안 제출에 국민의당이 불참한 것과 관련,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에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입장을 내놨다. 시사포커스 / 원명국 기자

여전히 ‘미르재단 의혹’ 등에 있어선 대여 공세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유독 김 장관 해임건의안에 대해서만 국민의당이 입장을 번복한 데 대해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 일각에선 먼저 ‘리더십 부재’ 상황을 들고 있다.
 
창당 이후 안철수·천정배 투톱 체제로 운영돼오던 국민의당이 ‘박선숙·김수민 사태’로 인해 박지원 비대위원장이 이끄는 원톱 체제로 지도부가 전환되면서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아직 각종 현안에 있어 입장차가 큰 호남계와 안철수계 의원들 간 간극이 극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박 위원장 체제로 합쳐지며 누적되어온 불만이 지도부의 갈팡질팡 행보에 맞춰 결국 터져 나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동안 당내 다수인 호남계를 상징하는 박 위원장이 ‘사드 반대’를 당론화하는 등 더민주보다 한층 ‘좌향좌’ 행보에 힘을 실어왔음에도 북한의 핵실험 등으로 급변한 여론 동향을 읽지 못한데다 대선후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영입하려던 손학규·정운찬 등 원외 인사 확보에도 사실상 실패하면서 박 위원장의 리더십에 의문을 가진 당내 의원들이 반발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국민의당은 여러 현안에 대해 당 차원의 통일된 목소리가 나오기보다 의원 개개인마다 백가쟁명식으로 완전히 상반된 입장을 내놓고 있어 이런 주장에 힘을 싣고 있는데, 이미 당론화된 사드 반대에 대해서도 김관영 의원이 지난 18일 “당에서 이 문제에 대해 한 번 더 논의해야 하지 않나”란 입장을 내놓은 데 이어 이상돈 의원은 아예 21일 PBC라디오 인터뷰에서 “불과 3, 4일 만에 (사드) 반대 당론을 정했기 때문에 놀랐다. 성급했다고 본다”며 당 지도부와 분명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특히 당내 다수인 호남계와 달리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이상돈 의원은 최근 안철수 전 대표를 둘러싸고 거론되는 여권 대선주자설에 대해서도 “여권도 여권 나름이다. 지금 여권으로서는 전혀 가능성 없는 일”이라면서도 “여권의 분화나 개헌을 통해 새로운 구도가 제시되면 그때 가서는 가능성도 상당히 있다고 본다”고 무게를 싣기도 했다.
 
반면 김동철, 주승용 등 당내 호남계 의원들은 야권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통합 경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22일 원혜영 의원을 비롯한 더민주 중진들과 오찬 회동을 가졌는데 같은 당 안에서 대선 전략을 놓고도 호남계 일부는 더민주를, 안철수계는 새누리당 비주류를 바라보는 사분오열된 양상을 띠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 지도부는 물론 당사자인 대선후보조차도 교통정리에 나설 의지를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데, 박 위원장은 22일 의총 직후 기자들로부터 당내 일부 의원이 더민주와 야권 통합 경선을 논의하려는 데 대한 질문을 받자 “의원들의 개별 활동에 당이 통제할 권리가 없고 그래선 민주정당이 아니기에 저는 별로 관심을 안 갖고 있다”면서 당 대표임에도 ‘제3자’와 같은 답변을 내놨다.
 
여기에 정작 당 대선후보로서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도 같은 날 의총 직후 더민주와의 통합경선은 물론 심지어 자신과 가까운 이 의원이 전날 가능성을 내비쳤던 여권 대선주자론에 대해서조차 “국민의당이 집권하는 게 제 목표”란 원론적 답변만 내놓으면서 “여권이 쪼개지면 계속 여권인가”라고 여권주자론에까지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이렇듯 당 지도부와 대선후보 모두 남 일 보듯 하면서 당을 방치 상태로 놓는 것에 대해 좀처럼 당 및 대선주자 지지율 회복에 실패함에 따라 당 통제력을 강화할 동력조차 잃어버린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오고 있는데, 그런 차원에서 볼 때 김 장관 해임건의안 제출을 놓고 입장을 번복하게 된 것 또한 충분히 예상된 결과라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현 상황은 당 지도부가 출구전략을 찾기 위해 ‘의도한’ 방치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는데, 사드 반대 당시와 마찬가지로 섣불리 주요 사안에 대한 공식 입장을 일찌감치 내놨다가 자칫 지지율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태를 방지하고자 당내 의원들이 자신의 입장에 따라 개별적으로 움직이도록 먼저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향후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는 부분만 취사선택해 당 방향을 설정하려는 전략적 태도라는 것이다.
 
또 김 장관 해임건의안에 맹목적으로 협조하기만 할 경우 향후 대여 공세에 있어 야권공조란 명목 하에 다수인 더민주에 묻혀 그저 표결 처리용으로 끌려 다니기만 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일부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야권이 대정부여당 공세를 함께 하고 있는 여러 현안들 중 표결 처리를 요한다는 점에서 캐스팅 보트라는 존재감을 가장 부각시킬 수 있는 이번 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란 사안에 대해서만 국민의당이 막판에 제동을 거는 결정을 내린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일단 국민의당 측은 표면적으로는 지난 21일 의총에서 이미 해임건의안 제출 시기를 놓쳤고 박 대통령이 수용할 가능성도 낮아 큰 의미가 없다고 주장한 일부 의원들의 의견을 비롯해 사드나 다른 현안들이 많은데 김 장관이 해임되면 장관 자리가 공백 상태에 처하게 된다는 농해수 위원들의 견해를 해임건의안 공동 발의에 불참한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앞서 박 위원장이 김 장관 해임건의안을 제출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세월호특별법 연장을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에 제안했다가 거부당했던 사실도 드러나고 있어 국민의당이 야권 공조보다는 존재감을 찾기 위해 독자적 성과를 내놓는 데 부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에 있었던 갑작스러운 공조 파기도 명백히 의도된 전략이었다고 풀이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세균 국회의장은 22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교섭단체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의장은 국회법 절차에 따라 시행할 수밖에 없다”며 김 장관 해임건의안을 본회의에 상정할 뜻을 피력하고 있어 이미 전원 불참을 예고한 새누리당 의원들은 제외하더라도 자유투표하기로 한 국민의당 의원들이 얼마나 참석할 것인지 그 결과에 많은 이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