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불’ 끄기도 쉽지 않아, 수출경제 타격-대외신인도 빨간불

▲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간지 3주 이상 지났지만, 여전히 ‘급한 불’도 끄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수출기업들의 피해는 물론, 한국의 대외신인도 하락이 강하게 우려된다. ⓒ뉴시스
[시사포커스 / 고승은 기자]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지 22일로 3주째를 넘어가며 물류대란이  깊어지고 있으나, 여전히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당초 법원에서 한진해운 선박에 실린 화물들을 하역하는 데 필요한 것으로 추산한 돈은 약 1700억원이다. 그러나 법정관리에 들어간 이후 용선료(배를 빌린 비용)와 연료비 등으로 하루 210만달러(약 23억2천만원)씩 채무가 늘어나고 있어 급한 불을 끄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달 31일 이후로 3주 이상이 흐른 만큼, 500억 가량이 추가로 투입되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한진해운 선박에 실린 화물은 약 140억 달러(15조5천억원)가량이나 되는데, 운송시점이 최소 3~4주 지연된 만큼 화물주들이 한진해운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경우 지급해야 할 금액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배상액은 최소 1조원, 많으면 3~4조원대가 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한항공 이사회는 21일 5번째 회의 끝에 물류대란 해소를 위해 자금 600억을 지원키로 승인했고, 오늘(22일) 중에 자금을 집행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 이사회는 한진해운의 매출채권을 담보로 잡고 현금 600억원을 대출형식으로 한진해운에 지원키로 했다. 한진해운이 현재 선적한 화물 운송을 마쳤을 때 받을 돈을 담보로 현금을 한진해운에 수혈하는 방식이다.
 
대한항공은 22일 오전 중에 한진해운과 자금지원 약정서를 체결하고 법원의 허가를 받은 뒤 이르면 이날 오후 중에 자금을 집행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전현직 대주주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전 한진해운 회장)이 각각 사재 400억, 100억씩을 출현함에 따라, 현재 총 1100억원 규모의 지원방안이 확정된 상황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벌어진 물류대란 사태를 모두 수습하기엔 택도 없고, ‘급한 불’인 하역차질을 해결하기도 쉽지 않다.
 
산업은행도 22일 최대 500억원 규모로 한진해운의 하역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놓고 현재 내부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정부는 물류대란의 책임은 한진해운에 있다며 줄곧 한진해운을 압박하면서도 실효성 있는 대책은 내놓지 않아 여론의 빈축을 샀다. 한진그룹의 계열사인 대한항공이 뒤늦게나마 지원책을 내놓고, 조양호 회장이 사재를 출연하자 정부도 뒤따라 나선 거라 볼 수 있다.
 
산업은행의 지원이 확정될 경우 총 지원금은 1600억이 돼서 ‘급한 불’을 끄는데는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용선료와 연료비 등이 3주 이상 눈덩이처럼 불어난 만큼, 제대로 해소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 先 사태 해결, 後 책임 추궁
 
여전히 안개 속인 한진해운 물류대란 사태와 관련, 최은영 전 회장 등의 ‘부실 경영’이나 도덕성 논란에 대해선 책임을 엄중히 묻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정부도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가능성이 수개월 전부터 제기됐음에도 손을 놓고 있었다는 비난을 피할 수가 없다. 한진해운의 주가는 최근 1년 사이 4분의 1로 토막난 만큼, 충분히 위기상황이란 걸 인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수출기업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어 향후 피해규모가 어떨지 추산하기도 힘들 정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더 나아가 한국의 대외신인도 하락도 우려된다.
 
한진해운이 지난 수십년간 쌓아온 물류망이 모두 무너져, 수출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거라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한진해운을 지원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피해를 최소화한 뒤, 부실경영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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