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靑 출신 조응천 앞세워 의혹 공세…靑 전면 부인

▲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하고 있다. 박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재단법인 미르·K스포츠재단의 박근혜 정권 실세 개입 의혹과 관련, "항간에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건재한 진짜 이유가 두 재단의 탄생 내막을 깊숙이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고 음모론을 제기했다. 시사포커스 / 원명국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지난 20일 ‘미르·K스포츠재단’ 구성 과정에 청와대 수석들이 연루된 정황과 더불어 박근혜 정권의 비선실세로 알려진 최순실 씨가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한 언론매체가 보도함에 따라 지난 2014년 정윤회게이트 이후 또 다시 불거진 비선실세 개입 의혹으로 청와대는 자못 당혹스러워 하는 모양새다.
 
야권은 이를 놓치지 않고 적극 공세로 전환해 청와대를 몰아붙이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번 정윤회게이트 당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재임하던 중 박관천 경정과 함께 검찰에 기소되었던 조응천 의원을 선봉에 내세워 무차별 폭로전에 시동을 걸었다.
 
또 김재수 농림부장관 해임건의안 제출에는 막판에 돌연 불참하며 야권 공조에 파열음을 냈던 국민의당 역시 박근혜 정권 연루 의혹이 일고 있는 이번 사안에 대해선 더민주와 적극 발을 맞추고 있다.
 
이처럼 야권이 연일 ‘미르재단 의혹’ 확산에 집중하며 이슈몰이에 나서자 애써 무시하려던 청와대에서도 불쾌감을 드러내며 차츰 사태 진화에 들어갔는데 양측의 공방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세인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저격수役 조응천, ‘최순실 의혹’ 판 키우기 나서
 
이미 일부 보도를 통해 알려진 바와 같이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나서서 해당 재단을 위해 최소 800억원 규모의 출연금을 기업들로부터 받아냈다는 의혹과 이들 재단을 구성하는 과정에 소위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인 안봉근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도 개입한 의혹, 재단 이사장을 선임하는 과정엔 박근혜 대통령과 친분이 깊던 고 최태민 목사의 딸이자 정윤회 씨의 전 부인인 최순실 씨가 직접 개입한 의혹 등 크게 3가지다.
 
문고리 3인방 등 일부는 과거 정윤회게이트 당시 언급됐던 인사인데다 정윤회 씨와 관련 있던 비선실세가 새로이 등장했다는 점에서 이번 의혹은 많은 주목을 끌고 있는 만큼 야당은 이 비선실세라는 ‘최순실 씨’에 방점을 두고 의혹을 점차 불려나가고 있는데, 그 저격수 역할로 나선 자가 얄궂게도 현 정권에서 청와대에 근무했던 조응천 의원이다.
 
▲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바 있던 조응천 더민주 의원이 최순실 의혹과 관련해 청와대 저격수로 나서면서 정윤회 게이트 이래 박 대통령과 계속해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조 의원은 국회 대정부질문 첫날인 지난 20일 최 씨가 실제 비선 실세란 점을 강조하려는지 “최근 제가 입수한 자료에 의하면 대통령께서 착용한 브로치, 목걸이 등 액세서리도 최순실 씨가 청담동에서 구입해 전해준 걸로 확인했다”고 주장하면서 최 씨와 박 대통령 간의 관계가 밀접하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최순실 씨는 취임 당시 대통령이 입은 340만원짜리 한복을 미르재단 이사에게 직접 주문해 대통령에게 전해 준 당사자”라며 과거 언론보도내용까지 끌어온 데 이어 “우병우 수석의 청와대 민정비서관 발탁과 윤전추 행정관의 청와대 입성 배경에도 최순실 씨와의 인연이 작용했다는 얘기가 있다”고 한층 판을 키웠다.

여기서 윤 행정관은 영화배우 전지현 씨를 맡아 유명세를 탄 헬스 트레이너인데, 청와대 입성 과정에서 3급 행정관에 임명됨에 따라 한 차례 논란이 일어난 바 있고, 우 민정수석은 처가 소유 부동산 매매 관련 의혹과 아들의 의경 복무 관련 의혹 등 각종 의혹이 터져 나오는 데도 박 대통령이 야권의 사퇴요구를 일축할 정도로 청와대 핵심 실세로 손꼽히고 있다.
 
특히 우 수석 관련 의혹을 조사하던 이석수 특별감찰관까지 감찰 내용 누설 의혹으로 거꾸로 검찰 조사를 받는 처지에 놓이게 되는 등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는 것 외엔 우 수석에 대해 전혀 손댈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야권이 여론의 관심을 유도하기 좋은 ‘비선실세 의혹’을 배경삼아 ‘우 수석 사퇴’와 ‘박 대통령의 레임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관측된다.
 
이렇듯 더민주가 최순실을 우 수석으로까지 결부시키는 데에 21일 국민의당도 한 목소리를 내며 힘을 실었는데,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비대위 회의에서 “항간에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건재한 진짜 이유가 두 재단의 탄생 내막을 깊숙이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며 음모론까지 제기하고 나섰다.
 
또 박 위원장은 K스포츠재단 이사장에 최순실 씨가 자주 다니던 스포츠마사지센터 원장을 앉힌 점을 꼬집어 “두 재단은 전관도 가짜로 만들었고, 이사장을 선임하는 사업도 가짜였다”며 정상적인 재단이 아닌 ‘권력형 비리’를 통해 조직된 산물로 규정했다.
 
무엇보다 그는 이들 재단 설립 과정에서 기업들이 800억원 이상을 출연한 데 대해 과거 박정희 기념관 건립 사업과 비교하며 질타했는데, 박 위원장은 “박정희 기념관 건립 모금할 때 전경련만 30억원을 모금했다. 그러다가 박근혜 대통령이 MB정부 후반기에 대통령 후보로 거의 확정됐을 때 1천억원이 모금됐고 현재 기념관을 건립했다”면서 미르재단을 위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모금했다는 새누리당의 해명에 대해 “소가 웃을 일”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우리는 국회 대정부질문과 국정감사 등 관계 상임위에서도 해당 의혹을 철저히 파헤칠 것”이라며 “청와대가 발뺌하고 솔직히 밝히지 않는다면 국정조사 또는 검찰고발, 특검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초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이에 못지않게 더민주에서도 논란의 중심에 있는 최순실 씨를 내주 있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시켜야 된다며 증인 채택 요구까지 하고 나섰는데, 윤호중 더민주 정책위의장은 21일 B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사회자로부터 ‘최순실 씨를 국감 증인으로 채택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자 “대기업들이 800억원이란 자금을 냈는데 그 과정에서 청와대의 압력이 있었는지에 대해 우린 국감 증인을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윤 의장은 “그런데 새누리당이 무조건 안 된다고 한다. 한 사람도 부를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이렇게 되면 상임위원회에서 표결해서라도 증인으로 출석시켜야 한다”고 실력행사까지 강행할 뜻을 내비쳤다.
 
이 뿐 아니라 같은 당 오영훈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를 통해 “미르와 K스포츠 같은 경우 출연재산 774억원 중 154억원 정도만 기본재산”이라며 “620억원에 대해선 재단 설립 목적과 관련 없이 어떤 행정기관이 관리 감독할 수 없고 감시도 할 수 없다. 일종의 비자금 같은 돈”이라고 불투명한 재단 운영 실태를 지적했다.
 
◆ 靑, ‘무대응’ 기조 바꿔 적극 의혹 부인
 

전방위적인 공세에 직면한 청와대는 지난 20일 관련 내용에 대한 첫 보도 당시엔 “일방적인 추측성 기사”라며 일일이 반응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던 것과 달리 의혹이 점차 확대일로로 치닫자 정연국 대변인은 21일 최순실 씨의 인사개입 의혹을 거론한 조응천 의원의 주장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또 정 대변인은 박 대통령이 착용한 브로치와 목걸이 등 액세서리를 최 씨가 강남에서 구입해 제공했다는 조 의원의 주장에 대해서도 “(해당) 가게에선 아니라고 하지 않느냐”며 적극 반박했다.
 
하지만 격앙된 청와대 내부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안에 대해선 지난번 정윤회게이트 때처럼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검찰 수사를 주문할 가능성은 희박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 현재 지진 문제에 대다수 여론의 이목이 집중된 데다 연말 있을 미국 대선 전까지 북한의 핵실험이 거듭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어 안보 위기 상황을 통해 여당이 정국의 주도권을 잡을 기회가 많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 시점에 청와대에서 이번 의혹에 대해 불필요하게 과도한 반응을 내놓을 경우 본의 아니게 여론의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는데다 여야가 격돌할 국정감사가 벌써 목전으로 다가왔기에 국감을 통해 ‘최순실 의혹’으로 청와대를 겨냥한 공세를 계속 이어나가려는 야권의 의도에 휘말릴 수 있다.
 
이 때문인지 청와대와 여당 모두 자극적인 표현은 가급적 자제한 채 야권의 의혹 제기를 근거 없는 정치공세일 뿐이라고 몰아세웠는데, 지원사격에 나선 새누리당은 21일 민경욱 원내대변인을 통해 “특혜 승인 운운하고 정관 등 설립과정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데 절차적인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이라고 일축한 뒤 “비선실세를 운운하며 마타도어식 정치공세를 펼치고 있는데 대선을 앞두고 의혹을 부풀려 정권을 흔들려는 얄팍한 행동”이라고 맞받아쳤다.
 
그러자 이번 의혹을 최대한 확산시키려는 야당도 가만히 있지만은 않았는데 더민주 국회 상임위원회 간사단은 같은 날 국회에서 우상호 원내대표 주재로 오찬을 가진 가운데 미르·K스포츠재단의 박근혜 정권 실세 개입 의혹을 진상 조사할 원내 태스크포스를 설치키로 결정했다.
 
차기 대선을 의식해서도 현 정부를 최대한 압박하려는 야권 입장에선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 공조가 실패한 마당에 청와대를 직접적으로 수세로 몰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최순실 관련 의혹’을 주요 의제화하는 데 매달릴 것으로 보여 곧 있을 국감에서 이를 놓고 어떤 형태로 여야 간 신경전이 벌어질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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