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核 규탄’ 이외엔 靑-野 세부 이견 차 여전

▲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오후 청와대에서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따른 한반도 위기 상황과 관련한 해법을 모색기위해 여·야 3당대표와 회동에 참석하고 있다. ⓒ청와대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당초 예정됐던 3당 대표와 북핵 관련 안보 사안부터 민생문제에 이르기까지 포괄적 현안을 놓고 회동한 가운데 북한의 핵개발에 대해선 한 목소리로 규탄하면서도 각론으로 들어가선 각 당마다 입장 차를 드러냈다.
 
특히 한반도 사드 배치 문제나 대북 특사 파견 여부 등을 놓고는 박 대통령과 야권 대표 간 분명히 대립각을 세워 실로 오랜만의 회동임에도 불구하고 양측 간 견해차만 확인하는 데 그쳤다.
 
이처럼 청와대에서의 회동에도 불구하고 북핵에 대응할 방법론에 대해 정치권이 계속 평행선을 달리면서 향후 사드 배치 뿐 아니라 다양한 현안에서 충돌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벌써부터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고 있다.
 
◆ 朴 대통령, 2野 대표에 ‘사드’ 입장 요구 압박
 
이날 회동에선 정부여당의 입장과 거리감이 있는 주장을 펴온 야당 대표들에 대한 박 대통령의 압박으로 양측 간 신경전이 본격 시작됐는데, 우선 그동안 논란이 계속되어온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박 대통령이 단도직입적으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지원 국민의당 위원장에게 “찬성하십니까 반대하십니까”라고 양자택일적 질문을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답변을 요구받은 추 대표와 박 위원장은 정부여당의 ‘찬성’ 입장과는 거리를 두면서도 일부 미묘한 차이를 보였는데, 일단 사드 반대를 일찌감치 당론화했던 박 위원장은 이날도 당연히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지만, 추 대표는 “군사적으로 사드는 핵을 막을 수 없는 백해무익한 것이고 외교적으로도 이건 미·중간 문제”라며 “우리가 먼저 예스냐 노냐 할 것은 아니다”라고 반대에 기울면서도 일견 유보하는 듯한 애매한 모양새를 띠었다.
 
이는 사드에 찬성 입장인 김종인 전 비대위 대표 등 당내 일부 이견 차가 있는 부분을 감안해 이전의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자 한 모습이라 볼 수 있는데, 단순히 당 분열을 막기 위한 목적이나 자신의 강성 이미지를 완화시키기 위한 전략이 아니라 당이 정권교체를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현재 여론이 사드 찬성 쪽에 힘을 싣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한 태도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사드를 배치해야 한다”고 분명히 못 박은 뒤 “제재나 사드 배치 때문에 북한이 핵 개발한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 사드 배치 얘기가 없었던 1·2·3차 핵실험은 왜 했나”라며 그간 나왔던 야당의 주장들을 작심한 듯 일일이 반박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추 대표를 향해 “안보상황을 국내정치에 이용하면 안 된다고 했는데 이게 이용하는 걸로 보이냐”며 “국제사회가 북한을 규탄하고 대북제재하고 있는데 그 나라들도 안보를 이용하는 것이냐”고도 연이어 몰아붙였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비판은 앞서 추 대표가 모두발언을 통해 “안보를 국내정치에 이용하고”라든가 “안보 구실로 방산비리를 일삼고” 같은 언급을 한 데 대한 불쾌감을 노골적으로 표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박 대통령이 대북정책에 있어 일단 제재 강화에 방점을 두고 두 야당 대표와 맞선 가운데 추 대표와 박 위원장은 “제재 뿐 아니라 대화도 병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하면서, ‘대북 특사 파견’을 검토해줄 것을 추 대표가 제의했으나 박 대통령은 즉각 “특사 파견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면서 단번에 거부했다.
 
오히려 박 대통령은 “지금은 의지의 대결이다”라며 “국제사회가 어떻게든 북한의 핵을 포기시키겠다는 의지, 그리고 북한의 핵개발 의지가 충돌하는 것”이라고 현 상황을 규정한 뒤 “여기서 우리가 기필코 이겨야 한다”고 단호히 강경한 자세를 견지했다.
 
◆ 2野, 朴 대통령 ‘강경 입장’에 당혹…與 대표의 ‘합의문 도출’ 제의 거부
 
▲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청와대 회동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12일 오후 청와대 회동 직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박근혜 대통령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론’에 2야(野) 대표는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시사포커스 / 원명국 기자

지난 5월 13일 있었던 청와대 회동에서와는 사뭇 다른 냉랭한 분위기에 야권 대표들 역시 당혹스러워 하는 반응이었는데, 이런 기류를 보여주듯 이날 회동 직후 기자회견을 연 박 위원장은 “5월 회동에선 (야당의 요구사항) 14가지를 강하게 얘기했어도 분위기가 좋았는데 오늘은 (박 대통령이) 상당히 경직된 표정이었다”면서 “내가 좀 풀어보려고 ‘이정현 대표 그만 일 좀 하라고 하십쇼. 너무 열심히 해서 따라가기 힘듭니다’ 라니까 이 대표는 좋아하는데 대통령은 하나도 (표정이) 안 변했다”고 전했다.
 
이를 놓고 북한 핵실험으로 여론이 북핵 규탄에 집중된 상황에 힘을 얻은 박 대통령이 이를 계기로 여소야대 국면을 극복하고 정국 주도권을 확실히 쥐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기 위해 처음부터 강경하게 나온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인지 이날 회동에서 박 대통령은 우병우 문제나 세월호 특조위 활동기간 연장, 법인세 인상 문제 등 각종 현안에 대한 야당의 건의를 대부분 일축했는데, 세월호 특조위 활동기간 연장에 대해선 “특별법의 취지와 재정, 사회적 부담을 고려해 결정하겠다”며 즉답을 피했고, 야당의 법인세 인상 요구에 대해선 “세계적 추세가 인하 추세”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또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퇴진 요구에 대해선 “특별수사팀에서 수사하고 있기 때문에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말했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과 같은 사법개혁 사안에 대해서도 “자체적으로 한다고 하니 국민의 눈높이를 보고 하겠다”고 답하는 등 여론 동향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현안엔 일단 유보적 입장을 드러냈다.
 
이렇듯 박 대통령의 강경 대응에 막힌 야권 대표들은 예상 외로 1시간 55분이나 이어진 회동에도 불구하고 유의미한 소득을 얻어낼 수 없었는데, 다음 일정을 이유로 회동 종료를 원한 박 대통령의 요구로 결국 회동을 파한 직후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로부터 북한의 5차 핵실험 규탄과 사드 배치 관련 공동 합의문 작성을 요구받자 “이견이 큰데 무슨 합의문이냐”며 모두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추 대표는 이날 청와대 회동 직후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이정현 대표가 야당 대표들에게 합의문을 작성하자는 제안을 했지만 강요된 합의는 있을 수 없다고 박지원 비대위원장과 제가 이야기하면서 거절했다”며 “대통령 비서실장이 스케줄을 이유로 자꾸 끝내기를 바라서 앞으로 계속 만나야겠구나 생각을 했다”고 정부여당에 일침을 가했다.
 
또 이보다 앞서 그는 이 기자회견 직전엔 국회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많은 관료들에게 둘러싸여 대통령의 민생에 대한 위기감 또는 절박함, 여기에 대한 현실인식이 굉장히 좀 문제가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이날 회동에서 박 대통령이 밝혔던 견해에 대해 반감을 드러냈다.
 
다만 박 위원장은 이날 박 대통령과의 청와대 회동 결과에 대해 “우리가 국민이 바라는 걸 말씀드리고 대통령도 국정 문제를 말하고 이해를 구했다”면서 ‘야당의 요구를 대통령이 어느 정도 수용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도 “예스냐 노냐를 말할 수 없는 문제”라고 답해 박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한 더민주보다는 한층 완화된 입장을 내놨다.
 
이렇게 뚜렷한 견해차를 이번 회동에서 좁혀나가기보다 거꾸로 더 확실히 확인하게 된 데 그쳤다는 점에서 향후 정부여당이 북핵문제에 대응하는 과정에 있어서도 야권과의 충돌로 결코 순탄치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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