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 신청 일주일째, 표류하는 선박들…정부는 ‘뒷북’ 대책도 없어

▲ 국내 해운 1위업계인 한진해운이 법정관리 신청을 한 이후, 해외에서 다수의 한진해운 선박이 억류와 입항 거부를 당하기까지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포커스 / 고승은 기자] 국내 1위의 해운업계인 한진해운이 지난달 31일 법정관리를 신청함에 따라, 산업계가 후폭풍을 우려하며 크게 술렁이고 있다. 한진해운이 이처럼 회생절차를 신청하자, 해외에서 다수의 한진해운 선박이 억류와 입항 거부를 당하기까지 하고 있다. 발이 묶인 수많은 선원들은 난민처럼 바다에서 표류하고 있는 상태다.
 
사태가 이 지경에까지 이르자, 무능한 부실 경영으로 사태를 일파만파 키운 한진해운 경영진에 대한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또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가능성이 수개월전부터 제기됐음에도 손을 놓고 있던 정부에 대한 비난도 잇따른다. 한진해운의 주가는 최근 1년 사이 4분의 1로 토막난 만큼, 충분히 위기상황이란 걸 인지할 수 있었다.
 
아울러 현재 법정관리를 신청한지 일주일 넘게 지났지만, 정부에선 지금도 마땅한 수습책을 내놓지 못하며 허둥지둥하고 있어 사태가 수습되기는커녕 물류대란 사태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 최은영 前 회장의 경영무능·책임회피·도덕성 ‘논란’
 
한진그룹 경영진 중에선 현재 검찰수사를 받고 있는 최은영 전 회장(현 유수홀딩스 회장)에 대한 책임론과 비난 여론이 강하게 불거지고 있다.
▲ 한진해운 부실경영의 장본인으론 최은영 전 회장이 지목되고 있다. ⓒ뉴시스

최 전 회장은 남편인 조수호 전 회장이 사망한 지난 2007년부터 2014년까지 약 8년동안 경영을 맡은 바 있는데, 처음 회사를 맡았을 때는 부채비율이 131%였다가 경영권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 넘길 당시에는 1445%까지 10배 이상 치솟았다. 기업 부실에 결정적인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최 전 회장은 또 한진해운을 넘기면서 싸이버로지텍, 유수에스엠 등 한진해운의 알짜배기 자회사를 계열 분리해 유수홀딩스란 회사를 차렸다. 또 한진해운이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하기 직전(4월 22일)인 지난 4월 6일부터 20일까지 최 전 회장과 두 딸은 보유하고 있던 한진해운 주식을 전량(약 97만주) 매각했다. 자율협약 신청 움직임을 사전에 알고 손실을 피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피하기 어렵다.
 
또 유수홀딩스는 서울 여의도 소재 한진해운 사옥을 소유 중이며, 해당 사옥의 현재 가치는 2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해당 사옥을 통해 벌어들이는 건물 임대료가 연간 140억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7일 재벌닷컴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 전 회장이 경영을 맡았던 2007년부터 2014년 사이 한진해운에서 받은 보수와 주식 배당금(가족분 포함)은 모두 253억 9천300만원으로 집계됐다. 한진해운을 넘긴 2014년에도 보수와 퇴직금 등 명목으로 69억원을 받았다.
 
본인의 이익만 챙기고 한진해운 사태에 대해선 전혀 책임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 여론의 화살을 피할 수가 없을 전망이다.
 
◆ 손놓고 있던 정부, ‘뒷북’ 대책이라도 있나
 
한진해운 관련해 손을 놓고 있던 정부는 사태가 커지고 있음에도 마땅한 문제해결책을 내놓긴커녕 한진그룹과 대주주가 책임져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히다 여론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 유일호(오른쪽) 경제부총리와 임종룡 금융위원장, 이들은 한진해운 사태에 대해 실효성있는 대책을 아직 발표하지 않았다.사진/원명국 기자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지난 5일 “기본적으로 선적된 화물을 목적지까지 운송하는 책임은 화주와 계약을 맺은 한진해운에 있다”며 “한진해운과 대주주가 맡은 바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같은 날 "안전하게 화물을 운송할 책임은 계약관계에 있는 한진해운에 있으며 한진해운은 여전히 한진그룹의 계열사"라며 “한진그룹과 대주주가 책임지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유 부총리와 주장을 폈다. 이같은 발언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을 비난하면서 압박한 것이다.
 
그러나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가능성이 제기됐음에도 사실상 방치한 장본인인 이들도 책임론을 피하기 어렵다. 또 실효성이 있을 만한 마땅한 대책은 발표하지도 않았다.
 
이같은 무대책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자, 뒤늦게 유일호 부총리는 7일 열린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대체 선박 20척을 추가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용유지지원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대규모 실직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겠다"며 실직자들을 일정부분 돕겠다는 뜻도 전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시급하게 해야 할 일을 발표한 것에 지나지 않아, ‘언발에 오줌 누기’ 수준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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