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책특권 포기·與-호남 연합 정치 구상 등…개혁특위 신설해 추진 피력

▲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대 정기국회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나섰다. 시사포커스 / 원명국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정치 개혁’에 방점을 둔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교섭단체대표 연설이 5일 국회 본회의장을 뒤흔들었다.
 
20대 첫 정기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인데다 최초의 호남 출신 보수정당 대표란 점에서 그 내용에 일찍부터 관심이 집중됐는데, 사드 배치 문제부터 경제활성화법안 처리 등 각종 현안에 대해선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과 차이가 거의 없었지만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호남 연정 등 ‘정치 개혁’ 부분에 대해선 자신만의 목소리를 냈다.
 
그가 이날 발표한 여러 제안들이 그저 ‘말의 성찬’에 그칠 것인지 정계를 뒤바꿀 하나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인지 벌써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李, 국민 주도 국회 개혁 필요성 역설
 
교섭단체 대표연설자로 나선 이 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연단에 올라 “국회는 개혁의 주체가 아니라 개혁의 대상이란 것이 댓글 상 일반 국민 생각”이라며 가장 먼저 ‘국회 개혁’ 이야기부터 꺼냈다.
 
그는 그간 국회는 정치개혁특위를 여러 차례 만들었으면서도 끝내 개혁하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을 반복한 이유로 “자가 진단하고 자가 처방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는데, 그런 차원에서 국민 중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인사들이 국회를 진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국회의장과 야당을 향해 “이를 위해 국회가 헌정70년 총정리국민위원회를 1년 시한으로 설치해서 혁명적인 국회개혁에 나설 것을 제안한다”며 “당장 9월 중으로 가칭 국회 70년 총정리 국민위원회 구성과 활동을 위한 T/F팀을 구성하자”고 촉구했다.
 
이 대표는 신설코자 하는 위원회의 성격에 대해 “국민 중 객관적, 전문적 인사들로 하여금 국회법, 국회 행태, 국회 관습, 국회 관행, 국회의원들의 행동과 의식을 1년간 함께 활동하며 지켜보게 하자”며 “어쩌다 한 번 씩 모여 하는 학술회의 같은 게 아니라 국민위원들이 1년간 국회의 모든 과정과 국회일정을 함께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그는 국회의원 특권 폐지에 대해서도 역설했는데, 범죄를 저질러도 회기 중에는 체포당하지 않는 의원 불체포특권과 국회 회의 중 한 발언에 대해선 허위 사실이든 위법한 내용이든 무조건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면책특권을 가리켜 ‘황제특권’으로 규정한 뒤 지체 없이 내려 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밖에 실제 필요한 범위를 넘어 정부에 과도한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점을 비롯해 공무원들에게 고성질타로 윽박지르고 민원 거절에 대한 무형의 보복을 암시하는 태도 등 국회의원들의 문제적 행태를 하나하나 지적하며 시급히 국회를 개혁해야 할 필요성을 역설했다.
 
◆ 지역주의 극복, “호남도 주류정치 일원 돼야”…연대정치 언급
 
이 뿐 아니라 이 대표는 그간 야권 지역으로 비쳐져 새누리당으로부터 소외되어왔던 호남 지역을 향해서도 사과는 물론 적극 손을 내밀며 지역 차별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는데, “새누리당은 어느 한 지역도 포기하지 않는 전국정당, 온 국민을 아우르는 실질적 집권여당이 되겠다”며 “호남도 주류정치의 일원이 되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자신이 호남 출신임을 의식해 이 같은 발언을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불식시키려는 듯 “호남 출신 당 대표로서가 아니라 보수 우파를 지향하는 새누리당의 당 대표로서 호남과 화해하고 싶다”며 “보수 정부가 본의든 본의 아니든 호남을 차별하고 호남인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 이 점에 대해 참회하고 사과드린다”고 머리를 숙였다.
 
특히 이 대표는 호남 쪽은 전통적인 야권 성향이 짙다는 시각을 일축하고, “호남은 진보도 과격도 급진도 아니고 특정 정당 전유물도 아니다”라며 “호남은 호남이다. 호남이 당장 유력한 대선주자가 없다고 해서 호남이 변방정치에 머물러 있을 이유가 없다”고 앞으로 호남 쪽에도 힘을 싣겠다는 뜻을 분명히 내비쳤다.
 
또 그는 야당을 향해서도 “야당도 국가 안보와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만큼은 국정에 힘을 모아 주실 것을 기대한다”며 “새누리당부터 야당의 비판과 정책 대안을 경청하겠다. 서로 집권 경험이 있는 여야가 이젠 역지사지의 정치를 펼쳐야 할 때”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 집권 시기 새누리당이 국정에 적극 협조하지 못했다면서 사과한 데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서도 사과를 해 눈길을 끌었다.
 
대신 그는 “사드배치와 사이버테러를 포함한 안보 현안과 안보 예산, 안보 관련법에 대해서만큼은 국가적 차원에서 초당적으로 협력하는 것을 국회의 새 전통으로 만들어 나갈 것을 제의한다”며 야당에 당리당략을 넘어선 협조를 요청했다.
 
다만 이 대표는 개헌 문제에 대해서는 “정치문제가 아니라 국가 문제”라며 박 대통령의 뜻을 그대로 이어받은 주장을 펼쳤는데, 그는 “개인적 소신은 있을 수 있으나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해야 한다”며 “특정 정권이나 특정 정당들이나 특정 정치인들이 주도해서 추진하는 정치헌법, 거래헌법, 한시헌법은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개헌에 대해 “학계에서부터 논의를 시작해 국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정치권의 합의에 의해 추진 방법과 일정을 투명하게 제시해야 할 것”이라며 “국민이 주도하고 국민의 의견이 반영된 반영구적 국민 헌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 野3당, 이정현 제안 일제히 성토…“의회주의 부정”

 
▲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교섭단체연설 내용을 겨냥 “할 말은 했던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그립다”고 비꼬면서 “정치 불신의 가장 중요한 요인은 대통령이 국회의 자율성을 인정치 않고 거수기로 여기는 행태”라며 국회보다 대통령에게 우선 문제의 원인이 있다고 꼬집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 대표로부터 이 같은 정치개혁안이 제기된 데 대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은 즉각 부정적 입장을 보였는데, 더민주에선 윤관석 수석대변인이 이날 현안 브리핑을 통해 “정치불신을 조장하고 의회정치를 부정하는 반정치적·반의회주의적이자 후안무치한 연설”이라고 맹비난했다.
 
윤 대변인은 사드 배치 문제 등 안보 현안에 대해선 초당적 협력을 해달란 이 대표의 호소에도 “국민적 논의 과정을 거치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사드배치를 결정해놓고 이를 용인해 달라는 것이 초당적 협력일 수 없다”고 단호히 일축했다.
 
같은 당 기동민 원내대변인 역시 “할 말은 했던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그립다”고 비꼬면서 “정치 불신의 가장 중요한 요인은 대통령이 국회의 자율성을 인정치 않고 거수기로 여기는 행태”라며 국회보다 대통령에게 우선 문제의 원인이 있다고 꼬집었다.
 
국민의당도 이와 비슷한 논조로 이 대표의 연설을 혹평했는데, 손금주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청와대와 여당의 잘못엔 눈을 감은 채 오로지 정치혐오에 편승해 의회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이 대표의 의도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비판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손 대변인은 이 대표가 야심차게 내놓은 ‘호남 연대론’ 구상과 관련, 일각에서 호남을 주요 지지 기반으로 하고 있는 국민의당에 연대 제안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은 데 대해 “합리적 진보세력, 개혁적 보수세력과 언제든 함께할 수 있다”면서도 “당 대 당 연합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
 
이 대표가 내놓은 호남-새누리 연합정치 구상에 대해서도 “호남에 대한 일방적 구애 역시 지난번 청와대 방문 결과에서 드러났듯 현실성 없는 언어유희”라며 현실성 없는 주장으로 치부했다.
 
실제로 비록 이 대표가 호남 출신의 여당 대표라 해도 호남에서의 새누리당 지지율은 평균 10%에도 못 미치고 있기 때문에 기껏해야 ‘선언적 성격’의 구상에 불과하다고 본 것이다.
 
이처럼 야권이 모두 회의적 반응을 내놓으면서 여당 단독으로만 추진하기에는 쉽지 않은 이 대표의 정치개혁안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높다고 볼 수 없는 상황인데, 개헌 등 주요 현안에 대한 당내 입장도 상이한 판국에 이 대표가 이 같은 국면을 어떻게 돌파해나갈 수 있을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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