얽히고 설킨 비밀스러운 사연 '귀향'

주연 여배우들 모두가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할만큼 여성캐릭터와 여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 '귀향'이 개봉 전부터 생생한 캐릭터들의 열전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드라마를 통해 홀로 살아가면서도 더욱 당당해진 이 시대 여성들의 캐릭터들이 많은 공감을 얻었던 바 있는데, '귀향'에서는 더 나아가 오직 여성들만으로도 가능한 세상을 보여주고 있어 더욱 화제를 모으고 있다. 홀로 살아가는 여성들의 강인한 생명력, 그들끼리의 따뜻한 우정과 연대감, 그리고 가슴을 울리는 어머니의 이야기는 영화의 감동을 넘어 여성관객들에게 깊은 공감대를 끌어내고 있는 것. 남편이 도망간 이후 야매 미용실을 운영하는 쏠레, 쓰레기 같은 남편을 부양하는 실질적인 가장 라이문다, 아버지에게 강간당할 뻔 한 위기를 가까스로 모면한 파울라, 그리고 이런 딸들과 손녀가 보고 싶어 유령이 되어 돌아 온 엄마 이렌느…. 여성캐릭터를 창조하는데 있어 누구보다도 탁월한 알모도바르 감독은 신작 '귀향'을 만나 그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벼랑 끝에 매달린, 그러나 한결같이 씩씩한 여성 캐릭터들이 모여 이루어내는 작은 기적은 영화 속 주인공들에게 그리고 우리의 마음속에 귀중한 선물을 건네주고 있다. 실제로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은 '귀향'의 대본을 쓸 당시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내왔던 누이와 어머니에게 많은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라 만차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가 기억하는 라 만차의 공기, 그 지역 여인들의 연대감, 그리고 헌신적인 어머니에 대한 정서는 '귀향'의 캐릭터들을 통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은 이렇듯 긍정적이고 개성 있는 캐릭터들에서 파생되는 아기자기하고 유머러스한 에피소드를 통해 자칫 무거울 수도 있는 주인공들의 고난과 역경을 좀 더 편안하게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것은 바로, 그들이 힘겹게 버텨내고 있는 현실은 결국 그들 스스로 보듬고 화합하는 과정을 통해 해소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스페인의 작은 마을에 살고 있는 '귀향'속 여인들의 캐릭터는 결코 우리와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내 누이의, 내 어머니의, 내 이모의 모습과 가깝다. 누구나 공감할 수 밖에 없는 ‘모성애’라는 보편적인 정서는 알모도바르 감독 특유의 탁월한 관찰력과 만나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페드로 알모도바르가 그려낸 다섯 여인들의 얽히고 설킨 비밀스러운 사연, 그 즐겁고도 감동적인 이야기가 이제 곧 우리 곁을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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